요즈음 현대자동차, 정말 대단합니다. 물론 내수 가격에 대해서는 좀 불만스럽습니다마는, 그래도 대단합니다. 자동차에 대해서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에쿠스가 새롭게 나오면서 ‘드디어’ 미츠비시와 완전히 손을 털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물론, 하나 둘씩 자체 엔진과 플랫폼이라고 하나요. 그걸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에쿠스 구 모델 자체가 적게든 많게든 미츠비시와 합작이었던 만큼, 그 모델이 완전히 종말을 맞이함으로써, 현대자동차에 미츠비시와 연관된 모델 자체는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미츠비시자동차는 거의 미츠비시재벌에서 반쯤 내놓은 자식이 되어 버렸습니다. ‘일단’ 구성원이지만, 그냥 망하지 않는 수준에서 터치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본 기업사상 최대 스캔들’로 무려 1977년부터 연료누출, 브레이크 결함등 각종 자동차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은폐하고 있다가 문제시 되자 강제로 부랴부랴 리콜에 들어갔고, 추후 이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그야말로 회사의 명운 자체가 갈리고 말았습니다. 거기에 이런저런 문제가 겹치고 겹치면서 회사자체가 기울어버렸죠.
왜 도요타 글에 엄한 회사 이야기를 늘어놓는가, 바로 도요타의 행보가 미츠비시의 재판이 될 것인가? 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연일 ‘일본 제조업의 위기’라던가 ‘일본차의 몰락’ 같은 보도를 하면서 리콜을 대대적으로 부각하고 있는데요. 이걸 보니 좀 헛갈리는게, 아닌게 아니라 리콜 관련해서 클리셰 적인 보도가 생각나서입니다.
뭐, 대강 요약하면 이런거겠죠. 해외 기업에 비해 우리나라 기업이 리콜에 소극적이라면서 이런저런 소비자의 불만 사례를 소개하며 전문가라는 사람을 불러다가 ‘리콜을 많이 하는 것은 나쁜것이 아니라 오히려 리콜로 인해 기업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우려하여 리콜을 안하는 게 나쁘다’라며 마무리하는 식의 보도. 한번쯤 보신적 없으신지요?
BBC나 CNN 등을 보아도 이걸 일본 제조업의 몰락이라거나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규모가 대규모이고, 합리적인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지, 왜 이런 난리가 났는지 같은 이야기는 오고가고 있지만 말입니다. 더욱이 이번 사태의 경우에는 우리가 생각하는것 만큼이나 단순한 한 국적의 사안이 아닙니다. 왜냐면 일본 회사의 미국과 유럽,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진 차에 들어간 미국 부품회사의 부품(물론 부품제조사는 펄쩍 뛰고 있지만, 일단 도요타의 주장에 따르면)이 일으킨 문제니까요. 이제 전세계에서 생산되고 전세계에서 판매되는 세상에서 단순히 어떤 나라의 문제다 라고 단순화하는것은 시대에 뒤늦은 것입니다.
다시 말해 분명히 도요타라는 일본 회사의 문제이긴 합니다만, 그게 일본 제조업과 연계하는것은 조금 무리가 있지 않을까요. 조금 이야기를 바꿔서, 만약 현대자동차의 알라바마 공장에서 나온 차에 현지 조립 문제로 인해 대규모 리콜을 할 경우, 제 3국 언론이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라거나 ‘한국 제조업의 불신 확대’ 이런식으로 나가면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물론, 결함이 있는 차가 나온 것은 문제이고, 신뢰도를 상당부분 깎아먹는 일입니다. 특히 그로 인해서 사상자 혹은 재산손실이 발생했다면 더더욱이 그렇습니다. 아마 이를 직접적으로 보상하고, 이로 인한 간접적인 손실을 메꾸려면 상당한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대규모 리콜 사태’ 보다는 향후 처신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동차라는 것 또한 인간이 만든 것으로, 절대적으로 설계에 문제가 없다 라고 할 수 없습니다. 자동차보다 훨씬 많고 복잡한 자원과 기간, 그리고 세심한 주의를 걸쳐 만드는 항공기나 우주선 조차도 절대로 안전한 모델은 없습니다. 무사고의 콩코드도 결국 결함으로 인한 단 한번의 사고로 퇴역했고, 이때까지 단 한번도 추락한적이 없었다고 자랑하던 A330 모델도 결국 09년에 한대가 떨어졌습니다. 가장 많이 팔린 보잉 737은 한편, 단일기종으로 가장 많은 치명사고를 낸 기종입니다.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비행기 사고보다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은걸 감안하면, 당연히 많이 팔리는 자동차에서 결함이 없다는게 신기하지요. 비행기만 그럴까요? 흔히 신칸센을 들어 ‘안전신화’라고 하지만, 큰 인사사고가 없다 뿐이지 이런저런 트러블이 가~끔 열도를 뒤집곤 합니다. 불과 며칠전에 도카이도신칸센에 전력선이 끊어져서 수만명의 발이 묶였다고 하지요.
중요한 것은, 현 시점에서 과연 도요타가 문제를 알고 있었느냐, 그리고 이 결함 문제를 얼마나 성실하게 처리하였느냐가 될 것입니다. 둘다 현재 조사 혹은 향방이 현재 진행형인 문제로 앞으로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과연 이 문제를 슬기롭게 잘 해결 해 나가느냐 또한 중요한 포인트이고, 말씀드린데로 이 문제를 회피하거나 은폐하지 않고 잘 처리 했느냐 또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일단 도요타가 우리에게 커다란 경쟁자이기도 하거니와, 이미 우리나라 현대/기아자동차 역시 적잖은 양을 해외 생산 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교훈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이번 리콜 사태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걱정스러운 문제입니다. 리콜 사태 자체를 ‘오, 그래요 그럴수도 있지, 뭐 까짓것’ 이렇게 보는것은 아니더라도 ‘리콜이네 망했네, 흔들리네 어쩌네’ 하면서 리콜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하다보면 가뜩이나 회사나 소비자 모두 리콜에 인색한 우리나라에서 리콜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아로새겨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태에 대한 올바른 관측과 이로 인한 통찰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일본 회사, 우리 경쟁국가 이런 식으로 단순화해서 보기에는 사태가 그다지 녹록치 않다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