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되고 살이되는 메모의 요령

메모(뭐라고 부르던 상관없다. memo든, note이던, journal이던 여기서는 본인이 잊지 않기 위해서 매일매일 쓰는 기록을 총칭하는 것이다) 를 하는데 있어서 기술이라거나 요령이랄 것은 그닥 없다. 하지만 몇가지 얼개가 있다. 내가 중요시하는 좋은 메모의 중요한 몇가지 요소를 소개한다.

1. 어디서나 한다.
어디서나 생각이 나면 적을 수 있어야 한다. 적어야지, 아니면 컴퓨터에 가서 블로그로 써야지 하다가 잊어버리는 생각이 의외로 많다. 따라서 항상 기록을 할 수 있는 도구를 휴대하거나 비치해둔다. 포스트잇도 좋고, 녹음기나 조그마한 메모장도 좋다. 나는 급할때 포스트잇이나 로디아(RHODIA)의 11호 블록 메모장이나 필기가 힘들때는 녹음기를 사용한다. 휴대폰은 사실 비추이다. 의외로 휴대폰으로 문자를 입력하는 것은 느리고, 또 머리를 짜내는 작업이다. 문자를 입력하다보면 어느새 까먹는 경우도 있었다. 그냥 종이와 펜이 가장 단순하다. 잘써지는 펜과 맘에 드는 메모지나 공책을 준비한다. 펜은 노크식으로 된것으로 0.7mm에서 1.0mm 정도가 어디서나 빠르고 쉽게 필기 할 수 있어서 좋다. 너무 얇은 펜은 펜촉이 약해서 급하게 빠르게 적어내기에는 부적당하다. 어떤 사람은 메모를 할때 구분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 컬러펜이나 멀티펜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단은 검정색 잘써지는 볼펜을 준비하는게 가장 좋다. 일단은 떠오른 생각을 적는것이 중요하다. 다른 볼펜이나 색을 바꾸는 동안에 뇌리에서 좋은 생각이 떠나갈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나중에 쓴 다음에도 충분히 밑줄을 친다거나 박스를 칠수 있으니 일단 검정색 볼펜으로 적는게 좋다. 연필(샤프)는 부러지기 쉬워서 좋다고 할 수는 없다. 고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나는 고치지 않는 편이다. 정정하기 전의 내용도 엄연한 정보이다. 바로잡거나 할때는 이중괘선을 그어서 취소해서 나중에 최초에 뭐라고 적었는지 알 수 있도록 한다.  아무튼 언제 어디서나 반사적으로 종이와 펜을 꺼내서 생각을 적는 것이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이다.

2. 한곳에만 한다.
 메모를 한 곳에 함으로써 생기는 장점은 아주 많다. 일단 총람성이 있다. 한곳에 모아둠으로써 잃어버리거나 메모해둔 것을 잃어버려서 찾거나 아니면 아예 메모한 것 자체를 잃어버릴 염려가 없다. 한곳에 메모를 해두면 나중에 시간이 있을때 메모해둔 것을 살펴보는것만으로도 중요한 일을 살펴 볼 수 있다. 나는 조그마한 여권크기의 몰스킨 공책을 항상 휴대하는데 사실 어떤것이든 상관없다. 몰스킨을 쓰는 이유는 하드커버이기 때문에 따로 받칠데가 없어도 필기하기 쉽기 때문이다. 필기하기 쉽고 휴대하기 쉽다면 어디든 좋다. 다만 한군데에 하는것이 중요하다.

또다른 장점은 정보의 축적성이다. 그날 그날 했던일이나 할일, 봤던것이나 기억해야할 것, 중요한 사실등을 기록해두면 나중에 필요로 할때 도움이 될지 모른다. 예를들어, 지난달 전화한 컴퓨터 부품 회사 서비스 센터라던가, 맘에드는 물건을 샀던 사이트 이름이라던가, 아니면 육개월전에 송금한 지인의 계좌번호라던가. 어떤 문제가 있었을때 어떻게 처리하기로 했다던가. 한곳에 기록해두면 나중에 두고두고 살펴볼 수가 있다. 꼼꼼히 작성해둔 메모는 나중에 확실한 정보원이 되어주는것으로 보답한다. 하다못해 계좌나 메일주소 같은 하찮은 정보라도 ‘예전에 OO은행 무슨 계좌를 알려주셨는데 거기로 넣으면 됩니까’라던가 ‘예전에 무슨 메일 주소를 알려주셨는데 거기로 보내드리면 됩니까?’라는 말만으로도 왠지 그 사람이 일을 잘처리한다는 신뢰감을 줄수 있다.

기록하는 노트는 크지는 않지만 되도록이면 페이지가 많아서 휴대하기 편리한 곳에 해두면 좋다. 디카나 MP3의 메모리와 마찬가지로 페이지가 많다=오랫동안 많이 기록, 휴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날짜가 바뀌면 노트에 오늘 날짜를 기입하는걸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날 있었던 것을 적는다. 나중에 필요하면 언제쯤 기록했더라를 생각해뒀다가 날짜를 찾아서 검색한다. 이런것은 디지털이나 아날로그나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한곳에 하기 어려울때가 있다. 예를들어 양손이 자유롭지 못하거나, 여러가지 이유로 자리에 한군데에서 노트를 펼쳐 페이지를 찾아 공란에 진득하게 메모하기 어려울 경우, 조그마한 메모패드나 녹음기, 카메라등을 이용하는것도 방법이다. 이렇게 기록하는 것은 마치 ‘스페어 타이어’와 같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중에 기록할 수 있을때 본래 기록하던 노트에 기록해 두는게 좋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보를 꼼꼼히 한곳에 메모해두면 나중에 살펴볼때 필히 도움이 될때가 있다.  

3. 메모는 읽으라고 있는 것이다.
메모는 읽으라고 있는것이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나는 메모를 날짜를 적고 한다. 나는 시간이 나면 보통 사흘치 메모를 죽 읽어본다. 그리고 그날 진척이나 결과를 오늘 옮겨적는다.  예를 들어 지난주에 공유기 서비스를 받았을때, 공유기 A/S 연락처와 주소를 적어두고, 회사에서 지정한 택배회사를 적어두었다. 그리고 그 택배회사에 전화한 다음에, 그 다음날 택배 기사가 오면 전날 적어둔 주소를 송장에 적고, 이번주에 받으면 회사에 전화를 해서 받았는지 확인하고, 오늘 도착했는지 확인하는 식으로 메모를 한다. 중요한 내용은 다른색으로 강조를 해서, 좀 더 시간이 지난 다음에도 읽기 편하도록 한다. 처리하거나 확실히 끝난 일은 중앙선을 그어 취소한다. 이렇게 해두면 일의 진척을 파악하기 쉽고,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다. 꼼꼼하게 작성하고 꼼꼼하게 읽으면 일의 능률이 오르고, 할일을 잃어버리거나 하는 등의 실수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서 일 처리를 똑부러지게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메모는 남이 읽으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저는 이렇게 메모를 합니다. 하는식으로 남에게 메모를 보여주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남이 읽지 않을 것을 상정하고 이런저런 생각이며 한일을 가감없이 기록한다. 메모장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솔직해져야한다. 한편으로 메모를 할때 마치 학교 노트 필기를 하듯이 예쁘게 필기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다이어리나 수첩에 정자로 꼼꼼히 적은 것을 보면 감탄도 들지만, 솔직히 저렇게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글자를 꼼꼼히 적는것 보다는 한구절이라도 더 꼼꼼히 적는게 중요하다. 글씨가 개발 새발이 되더라도 자기가 알아볼 수만 있다면 어떻게 쓰던 상관없다. 바깥에서, 급하게 생각이 떠올랐을때 정자체로 쓰는것은 초인적인 능력이다. 자신이 초인이 아니라면 포기하는게 좋을것이다. 한가지 더 메모는 꼭 완전한 문장일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이 글의 시작은 ‘메모->한곳에,어디서나’라는 토막글이었다. 나중에 자신이 읽어서 뜻을 유추할 수 있을 정도라면 문장력을 발휘할 필요는 없다.

4. 마치며
이렇게 적어둔 메모는 자신의 귀중한 자산이 된다. 마치 자신의 모습을 복사기 유리에 대고 시작버튼을 누른것 같은 느낌이다.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무엇을 생각했는지를 매일 매일 기록해서 쌓이면 열심히 노력해서 일기를 적으려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한권의 일기가 된다. 또 여행을 준비하면서 작성한 준비물 목록이나 여행을 가서 적은 내용은 나중에 다시 여행을 갈때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나는 다이어트를 하면서 매일매일 체중을 재서 적어놨는데, 몇개월 전과 비교해서 아, 내가 이렇게 살이 빠졌군, 하면서 뿌듯해 했었다. 사실 체중을 적어놓는  것은 무척이나 사소한 일이지만 매일 한곳에 꾸준히 적어놓음으로써 그것이 커다란 의미를 갖게 된다. 사람은 망각을 하고, 수많은 정보를 처리한다. 나는 처음에는 뭘 했더라, 뭘 해야하나를 항상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적어둠으로써 깔끔하게 그런 고민을 잊어버리고 창조적인 생각으로 머리를 전용할 수 있다. 사소한 일을 기억하는 공간 만큼 더 중요한 일을 기억하거나 생각할 수 있다면 메모에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사실 내가 메모를 잘 하는것인가는 나 자신도 궁금하다. 어쩌면 나보다 메모를 잘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나 자신도 어떻게 하면 메모를 잘 할까를 고민하면서 개선을 하고 있는 입장이다. 여러분도 여러분 나름의 메모 방법을 익혀서 개선해 나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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