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의 갈라파고스로 주목을받는 일본 휴대폰시장
며칠전 NEC와 카시오계산기, 히타치제작소의 휴대폰 부문의 합작이 발표되었다. 이렇게 해서 점차 경쟁은 격화되고 기능은 늘어나고 판매는 줄고 있는 일본 국내 국면을 타개하고, 한국의 LG 텔레콤이나 미국 버라이즌등에 납품하고 있는 카시오의 잇점을 살려 글로벌 진출을 꾀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일전에 뉴욕타임즈에서 왜 일본의 첨단 전화기는 글로벌 시장에서 찾을 수 없는가?라고 기사가 나올 정도로 일본의 폐쇄적인 이동통신시장은 소문이 자자하다. 기사에서 흔히 요즘 회자되는 갈라파고스 신드롬을 언급하면서 1999년에 이메일, 2001년에 3세대 망, 2004년에는 전자결제, 2005년에는 텔레비전(원세그;DMB)를 도입한 일본 휴대전화의 빠른 첨단화 대응과 90도 회전 LCD, 신용카드 기능, QR코드(바코드)인식, 텔레비전, GPS, 얼굴인식 잠금해제 등 고기능화 추세를 언급하면서 일본의 휴대폰은 대부분이 폴더형식으로 태양열 발전 같은 기능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그런건 점층적인 변화에 지나지 않으며, 사업자의 요구에 따라 계속 기능이 늘어나 잡다해지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기사는 한 바클레이스의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하며 “아직 늦지 않았다, 갈라파고스 밖의 휴대폰은 너무 기본적이기 때문이다”라고 끝맺고 있다.
기본적으로 일본의 사례는 우리나라에는 들어맞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우리나라는 퍽 잘하고 있기 때문이렸다. 기사에서도 유일하게 글로벌하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업체는 스웨덴과 합작한 소니에릭슨 정도이며 그나마도 노키아는 물론 삼성이나 엘지등에 밀리고 있다고 하고 있을 정도이니까.
하지만, 이 기사도 그렇고 일본에서의 일련의 움직임도 그렇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그렇고 일본의 업계가 단순히 휴대폰을 못만들어서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사에서는 폐쇄적인 전용 무선 웹사이트인 i-mode 가 대표적인 일본 휴대폰이 세계화가 못되는 대표적인 이유로써 언급되고 있다. 2세대때는 PDC라는 전용 망을 써서 아예 폐쇄적이었고 3세대에 와서야 WCDMA가 되었지만, 2세대때 시작된 i-mode를 위시한 폐쇄된 웹 환경내에서 모든 컨텐츠와 상거래를 비롯한 활동이 이뤄지도록 장려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것이 고립을 자초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나라만의 웹 서비스(무선인터넷)와 음악서비스(멜론, 도시락 등)가 있고, 또 DMB를 비롯해 이름이 하도 많이 바뀌어 뭔지도 모를 USIM 기반의 결제 서비스 또한 현재 존재하고 있는 것이 현상이다. 이 모든 것이 이동통신사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상인데, 이 상황하에서 Wi-Fi나 3.5mm 미니플러그 단자, USB,GPS 같이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기능들이 삭제되어 오고 있다. 그것은 한국의 현실에 맞춘답시고 DMB를 넣는다거나 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변명이 되고 있다.
일본의 예를 들었던 것은 기능이 떨어져서 일본업체들이 도태되는 것이 아님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만의 사양으로 이것빼고 저것빼고 해서 우리나라만의 모델을 만들어서 당장은 대다수의 WiFi도 모르고, 3.5mm 미니플러그는 뭐에 쓰는건지도 모르는 대다수의 휴대폰 구매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우리나라 휴대전화 시장을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한국 휴대폰 시장을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환경으로 만들고, 경쟁은 고착화되며 가격구조는 이통사와 제조사의 담합에 가까운 상황을 빚고 있다.
점점 갈라파고스섬을 만들어가는 우리나라
이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삼성이나 LG가 잘 하고 있는 것은 삼성의 예로 들어 국내개발부분과 해외개발부분을 분리해서 운영하고 있듯이, 일본업체에 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해외 상황에 맞도록 잘 대처하고 있는 것이지 결코 우리나라가 갈라파고스 현상에서 예외라고 할수는 없는 것이다. 왜 그런가, 그것은 단순한 이유에서이다. 근년 한국의 휴대폰 소식을 들으면서 ‘스펙 업’ 소리를 들어본적이 있는가? ‘스펙다운’은 몰라도 그 반댓말은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햅틱아몰레드가 그렇고 뉴 초콜릿폰이 그러하듯이 대개가 해외에서 먼저 개발, 시판되고 한국에 ‘도입’되고 있는 실정인것이다. LG전자가 일본에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아오이 유우와 고르고 13이라는 만화 주인공을 이용해 ‘일본전용’ 모델을 선전하고 있는데 흡사 그짝을 보는 것과 다름이 없다. 즉, 분명히 우리나라에서 생산해서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제품인데 우리나라에 맞춰서 현지화(localization)되어 들어오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 컨슈머용 가전 제품이라는 것은 만들어진 나라에서 제일 먼저 선보이고, 만들어진 나라의 현실에 맞춰 만들어져서 다른 국가로 수출되면서 그제서야 그 국가에 맞춰 로컬라이징이 되기 마련이다. 물론 요즘은 워낙 주기가 짧으므로 개발 단계에서 지역에 대한 염두를 같이 해두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휴대폰은 그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하여간 이러한 역 현상은 아주 흥미로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역 로컬화 현상이 궁극적으로 한국 휴대전화가 세계시장에서 더욱더 활발히 통용되는데 장해물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더 이상 한국의 기술이 글로벌에서 통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한국 업체는 (비록 지금은 잘하고 있더라도) WIPI 기반의 폐쇄된 이동통신사 배를 불려주는데 충실한 반쪽짜리 인터넷 기기를 한국에서 개발함과 동시에 꾸준히 제로베이스에서 해외에서 통용되는 Wi-Fi와 풀브라우징 인터넷 검색과 이메일과 소셜네트워킹을 지원하는 제품을 동시에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 커다란 문제이다. 현대자동차 가격 논란에 대한 댓글을 보니 한 사람이 철판 두께를 언급하면서 내수용 차는 수출용차에 비해서 강판이 얇다고 주장했다. 그것에 대해서 다른이가 댓글을 달기를 그러면 철판 생산을 2계통으로 해야하기 때문에 돈이 더 들기 때문에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현대차가 어떤 식으로 쇠를 쓰는지는 알 도리가 없지만, 이 말은 일견 합당하다. 만약 가능하다면 계통은 단순화 하는 것이 좋다. 그게 비용이 덜 드는 길이기 때문이다. iPhone을 사면 전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한 제품에 단지, 내용 인쇄물 종이와 어댑터 모양을 제외하면 전세계 어디든 동일하다. 내가 산 엑스페리아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엑스페리아의 경우 한국시장의 특성을 인식해서 배터리 하나를 더 주는 정도였으니까. 휴대폰도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비용이 이중으로 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실적인 문제는 우리나라가 더 이상 테스트베드적인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데 있다. 이동통신사의 이익과 제조사의 편의에 맞춰서 세계적인 흐름에 계속적으로 느려지면 결과적으로는 아무리 한국이 해외시장용 휴대폰을 잘 만든들 그 안에 들어가는 첨단 기술은 미국이나 유럽의 다른 회사에서 개발 한 것이 될 것이라는 것을 일본의 사례에서 배워야 할 것이다. DMB고 나발이고 자꾸 첨단 기능을 죽여서 내놓다가는 첨단기술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환경에서 태어난 업체를 당할수가 없을 것이다. 한국이란 좋은 모바일 인프라와 친 IT적 마인드를 가진 고객을 두루 갖춘 나라를 방치해놓는 것 자체가 손해라는것을 왜 모르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