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디, 대디 – 연애소설가 이자키 류노스케
타치 히로시, 미나미사와 나오, 2009년 3분기 테레비아사히 방영중.
되도록이면 스포일러를 하지 않도록 작성되었습니다만 불가피하게 일부 전개는 거론됩니다.
2007년 짧지만 여러 사람에게 인상이 깊었던 일본 드라마가 한편 있었다. ‘아빠와 딸의 7일간’. 말도 안트일 정도로 서워해진 아버지와 딸이 서로 몸이 바뀌면서 서로의 고충과 서로의 시선을 다시 알게되면서 화해한다는 전형적인 가족 코미디였다. 그 드라마에서 역시 빛났던 사람은 백발이 보이는 나이에 여고생의 혼이 빙의된 설정이었던 다치 히로시가 아닌가하는 평이 일반적이었다. 천연덕스럽게 콧소리를 내면서 ‘시끄러워’를 연발하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그럴듯하다.
‘댄디, 대디 – 연애소설가 이자키 류노스케’는 다치 히로시가 아버지를 맡았다는 점에서 ‘아빠와 딸의 7일간’을 떠오르게 한다. 게다가 이야기 또한 가족 코미디라 장르도 똑같아 보인다. 극중 다치 히로시가 분한 이자키 류노스케는 최고의 로맨티스트이자 ‘연애 소설을 써내려간 만큼이나 연애를 한’ 연애소설가이다. 그가 내는 소설과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유연애를 설파하는 그 ‘로맨티스트’가 상처(喪妻)하고 홀로 애지중지 하면서 키워왔던 외동딸 아카리가 다니는 학교가 학기초부터 남녀공학이되고 난생 처음으로 남자 친구(말그대로 남자인 친구) 코바야카와 유키(류노스케한테는 ‘코바’나 아카리에게는 ‘유키’로 불리는)를 소개한다. 류노스케는 그런 상황에서도 잠칫 놀라다가도 코바에게 자신의 작품을 내밀면서 남자는 연애에 빠져야 한다고 설파한다. 초식계가 판치는 지금 세태를 한탄하면서. 그리고 수개월이 지나서 코바와 아카리는 류노스케 앞에 나타나 서로 교제하겠다고 선언을 한다. 그 계기가 된것이 류노스케의 소설이었다고 말하는 코바. 류노스케는 좌절과 함께 전전긍긍 못하는 처지가 된다.
그간 자유연애를 이상시해오고 자유연애자임을 공언했던 류노스케였지만 정작 딸의 연애에 있어서는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걱정이 꽈리를 틀고 시간이 자유롭다는 소설가라는 점을 한껏 이용해서 딸의 연애에 매회 일일히 어처구니 없는 방법으로 팔불출같이 간섭하려고 든다. 아카리는 그런 아버지에게 당연하겠지만 짜증도 내고 화를 내지만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매회매회 차츰 아버지의 마음에 눈을 뜨고, 역으로 점점 속좁은짓을 하는 류노스케는 점차로 딸의 행복한 연애를 마주하려고 노력하면서 사이가 가까워진다.
어찌보면 너무나도 단순한 홈 코미디의 전형을 답습하고 있지만 내가 이 드라마를 즐겁고 감동적으로 보는 이유는 물론 아버지의 팔불출 내지는 코미디 같은 자식사랑에 공감이 가기도 하지만, ‘가족’이라는 것을 두고 드라마에 나오는 주조연들의 고민과 갈등, 그리고 그 치유의 과정이 인간적으로 그려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한층더 가정과 가족에 다가가는 이야기의 따스함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매회매회 해프닝과 갈등 그리고 그 해소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상투함을 어느 정도 띄고 있지만 그것은 가족물이라는 특성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흔히 ‘설교 드라마'[footnote]주인공이 설교를 해서 모두가 감화를 받고 갈등이 해소되는 얼개를 갖춘 드라마를 설교 드라마라고 한다. 고쿠센 시리즈가 대표적이지 않을까?[/footnote]같이 노골적이진 않으니까.
확실히 이번 분기의 최고 대세작(구명병동은 이제 막 시작했으니 잠시 예외로 두고) 버저비트 같이 유명배우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통통튀는 전개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소소한 재미가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