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나는 리버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이번 미디어법 논란은 그닥 달갑지가 않다. 솔직히 YTN에서 생중계로 나중에 CNN을 비롯한 전세계에 토픽감으로 방송되었던 국회 통과 장면을 보면서도 달갑지가 않았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건데, 나는 기왕 이렇게 된 이상(효력의 유무 차원은 법정에서 따지더라도), 변화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상파 텔레비전을 틀면 평일 밤 8시에는 일일드라마를 10시에는 어디에서나 드라마를 한다. 11시에는 어디에서나 쇼를 튼다. 주말에도 대동소이하다. 그래서 나는 그 시간대에 변죽을 거는 프로그램을 보곤했다. 성향과는 상관없는 8시 뉴스를 보고 시사프로그램을 보곤 했다. 쇼프로가 보기싫어서 환경스페셜을 본적도 있다. 마치 방송 3사가 짜기라도 한듯이 똑같은 장르의 프로그램을 똑같은 시간대에 틀어놓으면 드라마를 싫어하는 사람이나 쇼 프로그램을 보기 싫은 사람은 자연스레 지상파에서 멀어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같은 시간대가 아니더라도 프로그램의 포맷은 대동소이한게 현상이다. 드라마는 그렇다 치더라도 토크쇼가 그렇고 토요일 일요일날 하는 쇼프로그램의 포맷은 무한도전과 1박2일이 뜨면서 우루루 그런 형식을 따라하고 있고 비단 쇼프로그램 뿐만이 아니라 PD수첩과 뉴스추적이 그러하고 100분토론과 심야토론이 그렇고 등등등 하나하나 거론해서는 예를 들기가 힘들다.
뉴스의 포맷은 3사가 똑같은 편이다. 전세계 어딜 보더라도 데스크에 앉아서 다소곳이 점잔떠는 뉴스만이 주종을 이루는 곳은 한국뿐인듯하다. 보도의 독창성이나 탐사보도(investigation)은 뉴스의 코너 하나에 마치 신종인플루엔자 환자를 격리하듯이 가둬져 있다. 포맷의 경직성과 스튜디오에서 프롬프트의 내용을 따라 읽는 뉴스 프로그램은 뉴스를 진행하는 사람이 기야말로 아나운스하는 사람, 즉 아나운서구나라는 생각을 들게한다. 일본이나 미국의 뉴스를 보면 마치 쇼를 보는 듯한 느낌을 느낀다. 방송국이나 시간대나 타겟 시청자층에 따라서 개성이 느껴진다. 어떤 뉴스는 우리나라 뉴스처럼 점잔을 떨기도 하고 어떤 뉴스는 또 팡팡 튀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날 한국 공중파 TV의 문제는 이러한 획일화된 프로그램들과 편성을 타파할 생각은 하려하지 않고 기존에 하던것을 따라하려는 생각과 타 방송사에서 성공한 프로그램 포맷과 편성을 답습하려는 경향에서 태어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서 새로운 채널이 생겨나고 새로운 방송사가 생겨난다고 해서 달라지리라는 보장은 확실히 없다. 하지만 마이너가 메이저가 되기 위해서는 대담한 도전과 변화가 필수적이고 그 변화는 곧 한국 방송이 필요로 하는 그것이다.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미디어법에 찬성을 하지는 않지만, 만약 이것이 기정사실화가 된다면 이러한 점에 염두를 두고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왕 시작했다면 또 다른 답습이 아니라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올리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