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블로거의 ‘닫힌 소통’

어느 블로거의 글에 비평을 달았던 것은 2월달의 일이었다. 블로그를 계량하려는 일련의 시도에는 반발하는 나였지만, 나보다 블로그를 늦게 시작한 사람이었지만 나보다 훨씬 번성한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이었다.

나 자신도 십대부터 딴지일보를 탐독하며 자라온 터라 반골 성격이 글속에 뼛속깊게 자리 잡은 나지만 그 블로거의 독설은 그 이상이라 마치 마약 같았다. 작용이 확실하고 기제도 단순하다. 덕분에 어떤 글에는 수백명이 마치 설탕물에 개미 꼬이듯이 꼬였다. 그렇지만 그 파국 또한 마약과 다름 아니었다.

내가 했던 비평이 과연 그 사람에게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었느냐는 당연히 생각해본 문제였다. 평소같으면 별 시덥잖은 글을 쓰네 싶어 그냥 창을 닫고 다음 피드를 보거나 몇마디 달것을 꽤 장문으로 글을 썼던 걸로 기억한다. 어떤 사람이 그 글을 보고 상당히 조곤조곤 말을 다는 것 같아서 인상 깊었다는 내용의 방명록은 여전히 있다.

그리고 며칠간 유심히 그 사람 블로그를 지켜봤다. 답변은 달리지 않았다.

그 사람은 몇달간 블로깅을 쉬었고. 그리고 언젠가 다시 포스팅을 시작했다. 그리고 또 다른 글을 보고 덧글을 달자. IP가 차단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놀랄일이 아니리라. 나 같은 경우에는 KT가 가장 싫어할 고객 1위일테니까. 컴퓨터가 다섯대, 그외에 무선랜을 쓰는 기계 까지 포함하면 IP를 하위로 10개는 더 따서 쓸테니까. 그러므로 공유기는 항상 켜둬야 한다. – 따라서 IP 주소가 바뀌지 않았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하여간 내가 그 사람의 블로그에 일언반구 한 것은 단지 댓글 하나 뿐이었고. 상식선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선의 수준이었다고 장담할 수 있다. 그런데 IP가 스패머와 똑같은 취급을 받는다라. 도대체 코멘트는 왜 열어놓는지 알수가 없다. 자기가 맘에 드는 댓글만 취사 선택하고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은 IP를 블록하고.

참 어느 나라 누구랑 정말 닮은 소통법이다. 마음 같아서는 그게 누구라고 떠벌리고 다닐 요량이지만. 일단. 운영을 하는 블로거에게 해명을 요구할 작정이다. 그래도 만약 안된다면 그때는 정말 해보겠다는 것으로 생각해볼 수밖에.

추가: 결국 메일에 대답은 없었다.

푸른곰
푸른곰

푸른곰은 2000년 MS의 모바일 운영체제인 Pocket PC 커뮤니티인 투포팁과 2001년 투데이스PPC의 운영진으로 출발해서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5년 이후로 푸른곰의 모노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금은 주로 애플과 맥, iOS와 업계 위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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