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파나소닉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DSLR L1이 출시되었다. 그야말로 있는 수 없는 수를 전부다 끌어들여 6년 동안 Compact 디지털 카메라를 만들던 자원으로 만들어 낸 카메라이다. 렌즈 기술은 이전부터 제휴선인 라이카로부터 검수, 지도 받았고, DSLR의 생명인 렌즈 마운트를 비롯, 셔터를 비롯한 기계 구조의 상당수는 올림푸스와 제휴해서 가져왔다. 이래저래 따지고 보면, 퍽 훌륭한 제품이 탄생했는데, 따지고 보면 전부 여기서 하나씩 저기서 하나씩 가져온 것이다. (좀 심했나) 렌즈군도 예의 라이카 D 엘마리트 렌즈 하나를 제외하고는 전부다 올림푸스의 쥐코 디지털이나 시그마 렌즈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이다. 물론 다양한 라이카 렌즈를 내놓겠다고 하고는 있으나 파나소닉의 예상 로드맵 대로라면 2007년까지는 기다려야한다. 게다가 주요한 장점으로 소개하고 있는 손떨림 방지 기능이 경쟁사와는 달리 렌즈에 내장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이다.
어찌됐던 제품 자체는 괜찮아 보인다. 물론 제작사가 내놓은 샘플이라는게 다 비싼 사진작가들이 좋은 환경에서 찍은 사진이라 하지마는, 피부의 계조도 잘 표현되어 있는 듯하다. 물론 Leica가 직접 만들지는 않았지만 Leica D Elmarit 렌즈가 탐이 나는 것도 사실이고, “아날로그” 디지털 카메라라는 별명이 있었던 LC1에서의 감각을 플래그십으로 옮기려는 노력을 했다는 제작자의 말처럼, 셔터속도, 조리개, 초점, 측광, 드라이브 모드 등 주요한 조작을 다이얼로 할 수 있는 디자인 또한 인상적이다. 또한 펜타프리즘 대신 포로미러를 이용한 까닭에, 전반적인 룩엔필은 레인지파인더 카메라를 연상시키는 것이 이채롭다. 같은 방식의 올림푸스 기종이 유선형의 미래적인 디자인을 가진데 비해, L1은 직선으로 이뤄진 복고적인 인상이 강하다.
한편, 기계 외적으로 생각해서 소니가 α100을 내놓으면서 한국과 일본에 거의 동시에 프로모션 사이트를 열고 판매를 개시하는 등 소니코리아가 보따리상이라는 오명을 어떻게든 씻기 위해서 발버둥 치고 있는데 비해서, 파나소닉 코리아의 L1 에 대한 뜨드미지근한 반응은 조금 아쉽다. 보도자료도 뿌리고 모델도 데려다 발표회도 열어 사진도 찍어 적극적으로 알리는건 할 필요가 없더라도, 적어도 출시를 할건지 안할건지도 모를 정도로 무신경해 보이는건 좀 아니지 않은가?
흐음… 그리고 가격이 대강 25만엔으로 정해질 예정이라는데. 이것도 솔직히 좀 의외이다. α100이 보디와 렌즈 합쳐 대략 100만원 초엽에 있는점을 미뤄볼때… 이건 좀 미스가 아닌가 싶은데 말이다. 꼭 Digilux 1을 보는 느낌이다(라이카 이름을 달았단 이유 하나로 터무니 없이 비쌌던 LC1의 변종). 뭐 스펙이 압도적으로 차이가 난다면 또 모르겠으나 그렇지도 않은게 문제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