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의 장남인 미야자키 고로 전 지브리 미술관장이 감독을 잡았다. <뉴타입>을 한동안 손에 놓고 지낸 탓에 완전히 무뎌진 곰의 감각이 절정에 다다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에 푸른 바탕의 토토로 마크를 보았을때, 이게 뭐지? 라는 당황스러운 생각이 흘러갔다. 내가 맞다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개봉한지 아직 채 2년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친숙한 큰 토토로의 스튜리오 지브리 로고와, 미야자키 성으로 시작하는 이름까지 얼핏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노익장을 떠올릴법도 하지 않을까. 결과적으로 생각보다 빨랐던 지브리의 영화는 ‘분업’이라는 것이 이뤄졌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이글을 쓰기 위해서 기억을 더듬어보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아들의 대물림을 반대했다는 사실이 언뜻 떠오른다. 그리고 그 아들이 뭔가 일을 한다는 것을 봤던 기억이 떠오른다. 과연, 생각해보니, 당대의 모든 감독들이 맨바닥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차처하더라도, 이미 실상 현인신으로 추앙받는 아버지의 후광을 업는 것은 물론이오, 그 대가로써 항상 아버지이자 거장 애니메이터의 그림자를 지고 살아야 하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테니까. 조경을 공부하고 한국에서 일본을 여행하는 자유여행자가 꼭 한번 쯤은 가봐야겠다라고 맘속에 품고 있는 미타카 지브리 박물관을 만들었던, 물론 당신도 자신이 가쿠슈인에서 공부했던것과는 전혀 다른 것을 업으로 평생을 살아왔다지만, 전혀 다른 세상의 일을 강요시킬수는 없는게 아닐까? 생각해보라, 앞서도 말했다시피 이제 갓 메가폰을 잡은 사람이다. ‘미야자키’라는 이름 때문에 많은 사람을 안심시킬수도 있지만, 그만큼 또 실망도 크게 일으킬 수 밖에 없을테다. 잘해야 이름값인 본전 싸움이 아니겠는가.
솔직히 이렇게 된데는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미래가 백척간두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생각해보라, 요즈음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자면-굳이 내가 그런것만 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고도로 산업화되고 원 소스 멀티유즈라는 ‘마술지팡이’를 있는대로 흔들어대는 현재의 ‘산업화 된 공장 애니메이션’이 생각난다. 생각해보면 요 몇년새, 모든 이들을 놀라게하는 애니메이션은 좋게 보아도 손에 꼽을만하다. 게다가 셀 애니메이션이라는걸 만들어 산업으로 정착시켰던 디즈니는 자국에서 셀을 그리는 부문을 걷어내고 있고, 3D 그래픽으로 대변되는 픽사는 디즈니와 계약을 연장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이스너를 쫓아내게 만들었지 않은가?
게다가 <메트로폴리스>와 <스팀보이>가 들어간 재원과 노력에 비해 기대 미만의 성과를 가져온것으로 보아서, 현재 그나마 가장 낫다고 볼 수 있는 신진 그룹인 프로덕션 IG도 시원치않다. 정말로 이대로 가다간 미야자키 감독의 서거 조종이 일본 극장판의 작가주의 사망의 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이미 그는 은퇴를 번복한 뒤로 벌써 5년째 일하고 있고, 센과 치히로 부터 하울의 메이킹 필름을 보면 노감독의 ‘사투’에 측은해질 따름이다. 그나마도 오리지널 스토리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슬픈일이다.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는 것은 바로 이것 때문이다. 만약 그마저 실패하게된다면, 좀 심하게 말해서 건프라 장사나 남을지도 모르니까.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