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팟을 가끔은 그리워하며

iPod nano (Mattias Penke, CC-BY-NC-ND)
iPod nano (Mattias Penke, CC-BY-NC-ND)

아이팟이 가끔 그리울때가 있습니다. 음, 그러니까 아이팟 터치 말고 휠을 돌리던 아이팟 말이죠. 아이폰을 산 이후로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것이 거의 기본이 되었어요. 스트리밍 뿐 아니라 다운로드 받은 음악도 그렇습니다. 전세계적인 추세가 다운로드 보다는 스트리밍이니 몇년 쯤 지나면 “아이폰은 반드시 아이튠스로 음악을 넣어야 한다더라”는 얘기를 듣고  뭔 얘기들을 하는거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Ain’t no mountain high enough>를 듣고 있었습니다. 하이라이트에서 메일이 울려서 소리와 함께 음악 소리가 줄어들었습니다. 이런 말아먹을.

아이패드가 처음 나왔을때 일부 반응은 전자책을 읽더라도 게임이나 웹브라우징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라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책을 읽을때 사실 게임이나 웹브라우징의 유혹보다도 (푸시) 알림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죠. 여하튼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으로 책을 잘 읽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고요.

음악도 수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듣는다지만 역시 알림의 문제는 심각하네요. 밤과 같이 크게 상관없을 때를 빼고 알림을 끄고 듣는건 어려울것 같고 말입니다.

덕분에 가끔은 음악만 틀 수 있는 아이팟이 그립기도 합니다.

낡은 iPod(아이팟)을 꺼내보다

낡은 iPod(아이팟) 5세대를 꺼내보았다. 방전이 되어 충전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새 곡을 채워넣고 곡을 듣기 시작했다. 조작계통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조금 착오가 있었지만 금방 다시 익숙해졌다. 왜 애플이 찬사를 듣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운동을 할 때나 시간을 때울 때나 아이팟을 사용했다. 그런데 한가지 불만이 있었다. 전화가 올 때, 음악의 소리 때문에 전화를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부재 중 전화의 상대에게 “아, 미안해요, 음악을 듣고 있었어요.”가 내 버릇이었다. 심지어 택배의 문을 두드리다가 전화까지 한 배달원에게 마저 그래서 물건을 받지 못한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순전히 그것 때문에 아이팟을 겸한 휴대폰인 iPhone(아이폰)의 등장을 매우 기다렸었다.

아이팟을 다시 사용하고 나는 잠시 밀폐형 이어폰, ER-4가 주는 음악과 나만의 정적과 같은 조용한 공간에서의 교류와 함께 약간의 불안함에 빠진다. ‘전화가 오면 어떻하지?’라는 생각. 아이팟은 아무런 경고가 없다. 푸시도 알림 메시지도 없고 전화벨도 울리지 않는다. 물론 초인종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단지 묵묵하게 플레이리스트 끝까지 음악을 재생할 뿐. 음악 플레이어의 본분을 다할 뿐이다.

어느새 나는 소파에 누워 눈을 감고 베개에 머리를 파묻고 눈을 감는다. 초인종이 울리면 어떠랴, 전화는 나중에 변명하면 된다. 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음악과 나는 나는 아이폰이 생긴다면 편리할 것 같았는데 어쩌면 여유를 잃어버리게 만든 원흉이 아닐까, 음악을 들으며 앱을 만지고 웹을 검색하고 푸시메시지의 벨이 음악을 끊고. 전화가 음악을 도중에 끊고…

확실히 아이팟 5세대는 구형이다. 곡을 한 두곡 스킵하다보면 하드가 돌아가서 읽어야 한다. 배터리도 플래시드라이브를 쓴 기종에 비하면 턱없이 짧다. 근데 왜일까? 오로지 음악을 위한, 아이팟 클래식이 오늘 따라 끌린다. 그건 잃어버린 여유에 대한 반작용 때문일까?

애플의 점증적 혁신

내 멋대로 혁신을 두가지로 나누어 점증적 혁신(incremental innovation)과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두고 생각해보면 잡스는 파괴적 혁신의 귀재였던것 같다. 가만 생각해보면 모든 라이브러리를 들고 다니라던 아이팟이나, 버튼만이 존재했던 세상의 스마트폰을 타파했던 아이폰이나, 물론 처음에는 모든이의 비웃음을 샀던 아이패드도 상식을 타파하는 파괴하는 혁신의 사례가 되겠다. 반면 잡스가 사라진 다음의 애플은 전형적인 점증적인 혁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얇은 디자인 가벼워진 바디, 조금 쓰기 편해진 소프트웨어.. 그것을 위해서 백조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을 하고 있는것 같은데… 좀처럼 잡스시절처럼 펑! 하고 터지는 형태로는 나오지 않는것이다.

그러다보니 조금 더 편리한 소프트웨어를 채택한 회사가 나오거나 조금 얇고 가벼운 바디를 채택하거나 하면 위치가 흔들흔들 하고 있는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틀림없이 좋은 방향으로 앞선 방향으로 나아가고는 있는데도 말이다.

무엇에서 ‘와우’ 팩터를 찾아야 할까? 애플은 계속 점증적 혁신에 머물것인가? 이제 WWDC가 다섯달 가량 남았는데… 스티브 워즈니악의 somewhat behind 발언이 맴도는 새벽이다.

아이팟 나노는 YP-P2를 모방했다?

키노트가 진행되고 직후에 삼성의 MP3플레이어인 YEPP YP-P2(2008)를 모방했다 라는 요지의 내용이 있었는데 길게 말하지 않겠다.

보면 검은 슬레이트형 보디에 액정이 있고, 둥근 터치 버튼이 있다. 이게 주된 디자인 모티브로 보인다.

아이팟 나노 iPod nano (2012)의 경우에는, 똑같이 슬레이트형 디자인이지만 커버글래스 밑에 흰색 혹은 검은색의 테두리가 둘러진다. 무엇보다 버튼이 하드웨어 버튼(클릭 버튼)이며 점등되지 않는다. 디자인 요소가 다른 것이 꽤 많다.

애플을 비판하는 사람이 핸들을 특허냈을 사람들, (r값이 지정된 것을 배껴서 특정 모델만 ban당했음에도) 둥근 모서리를 독점하는 사람들이라고 우기면서도 역으로 상당히 다른 디자인을 제시한 애플에는 2중잣대를 들이미는것이 흥미롭다.

iPhone이 전화기가 되면서 좋아진 점은?

저는 iPod을 정말로 좋아했습니다. 따라서 제가 쓰던 모든 MP3P는 딱 한 대만 빼고 모두 iPod이었습니다. 저는 Windows용 iTunes가 없던 시절부터 썼었는데 iTunes가 생기고 나서는 정말 iTunes 없이는 MP3를 관리 할 수가 없을 정도가 되었던 지라, 다른 MP3 플레이어는 쓰질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iPod이 되는 전화기는 여러가지 면에서 정말 편리한 의미가 있지요. 더 이상 전화기와 아이팟을 두개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라던가. 그리고 음악을 들으면서 운동을 하거나 길을 걸을 때, 음악을 듣느라 전화를 받지 못하거나 전화를 받기 위해서 이어폰을 뽑고 일련의 행동을 취하지 않아도 된다. 라던가… 이제 아이폰에는 음악을 들으면서 전화를 걸고 받을 수도 있고, 리모콘이 달려서 음악 재생 조절도 되죠.

그래서 요즘 정말 행복합니다. 저는 iPod 시절 사용하던 모든 이어폰의 iPhone용 리모콘+마이크가 달린 버전 Triple.fi 10vi, SE530(+MPA-3C), Apple In-ear Headphone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주 편리하죠. 여기에 B&O Headset 3만 있으면 완벽입니다만…. ㅋ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