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S 실물을 잠시 만져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명불허전이더군요. 그야말로 잘 만들어졌습니다. 제가 만약 엑스페리아와 옴니아1을 나오자마자 질러서 출고가로 질러 할부금이 좀 남지 않았다면 요즘 나오는 조건대로라면 충분히 하나 질렀을겁니다. 전술대로 두 기종을 출고가를 할부원금으로 걸고도 질렀는데 요즘같은 호조건에 안지르면 지름교도의 자세가 안된거죠.
사실 저는 이런저런 이유로 인하여 아이폰 3GS와 햅틱2를 쓰고 있습니다. 햅틱2가 터치패널이 문제가 있었던 점을 제외하면 상당히 잘 만들어진 녀석입니다. 감압식이라는 한계를 제외하면 이 정도면 잘 만들어진 전화기입니다. 어디까지나 하드웨어적으로는 말이지요. 사진도 이정도면 잘찍히고, 음악도 잘 들을 수 있습니다. 3.5mm 미니플러그가 없고, DRM 프리가 아니라 거의 듣지 않습니다만. 괜찮은 스펙의 전화기입니다. 메모리가 4G나 내장되어 있고 miniSD까지 넣을수 있는 전화기입니다. 피쳐폰이 이 정도면, 세계적으로도 수위권일겁니다. 괜히 삼성이 요즘 잘나가는게 아닙니다.
근데, 문제는 이겁니다. 소프트웨어나 정책적인 문제죠. 뭐 정책적인 문제, 가령 스테레오 미니플러그는 이제 거의다 해결됐고, 충전단자는 이제 마이크로USB로 통일되어가는 문제니 이제 거론할 여지가 없습니다. 이제 새 전화기를 사면 전혀 트러블이 없네요. 사실 그외의 소프트웨어 문제는 정말 개판 그지 거지 같습니다. 이 전화기 할부금이 올 12월이면 끝나니 거의 20개월을 썼는데, 소프트웨어가 왜 이렇게 어처구니 없지 리스트를 뽑으면 아마 수도 없을 겁니다.
물론 아이폰의 경우도 말이 안되는게 많습니다. 근데 이건 쿠퍼티노의 무테안경낀 터틀넥 영감의 미친 결벽증적인 정책 때문인것 같습니다. 왜냐, 하나같이 일관성있게 말이 안되는 비합리성이거든요. 뭔지 아실겁니다. 그것땜에 해킹하시니까. 3.0 버전에서 셀룰러 데이터만을 끌수 없었다거나, 등등등.
근데, 햅틱의 비합리성은 일관성이 없는 말이 안되는 비합리성이라 그냥 발로 만들었다거나 신경을 덜썼다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가령 생각해 봅시다. 제가 전화기를 사고 1년 4개월 뒤에 업그레이드가 나올때까지 배경화면이나 전화올때 화면 등으로만 설정가능했고, 화면 홀드할때 사진으로 바꿀수가 없었고, 지금도 MMS로 받은 메시지는 배경화면이나 전화올때 화면 으로 설정할 수는 있어도 홀드화면으로 바꿀수는 없습니다. ㅡㅡ;; 왜 안될까요? 업그레이드할때 왜 이부분은 고치지 않았을까요? 이런 어처구니 없음을 다 기억할 수가 없어서 하나 언급한겁니다. 하아.
요즘 삼성전자가 바다(bada)니 뭐니 만든다고 합니다. 뭐 사실상 일개 학생이자 블로거인 저보다 세계적인 멀티내셔널(?) 기업인 삼성전자가 대단하겠죠. 거기에 들어가려면 저 같은 스펙으로는 어려우니 제가 떠들어봐야 어찌보면 열폭일지 모르겠습니다만, 구글이나 애플이 어떻게 하는지, 다른 선두 IT 기업들이 어떻게 하는지 삼성이 좀 봐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가령, 생각해 봅시다. 삼성에서 제품을 만들때 하는 방법은 이겁니다. 일명 공밀레에요. 공밀레인데 문제는 삼성전자 엔지니어들만 쥐어짜는게 아닙니다. 갑을병정…. 하청줘서 쥐어짜는겁니다. 그러다보니 틀림없이 문제가 생깁니다. 갤럭시 S도 예외가 아니더군요. 미디어 플레이어하고 DMB 플레이어가 인터페이스가 달라! 라던가. 햅틱만 하더라도 분명히 가속도계와 조도센서같은 당시 아이폰에 들어가는 핵심적인 센서가 다 들어갔는데 그거 쓰는 기능이 찾아보기 거~의 드물다던가…. 소프트웨어 완성도가 떨어진다거나. 애니콜 PC 매니저 쓸때마다 머리가 지끈 거립니다. 백업하거나 업그레이드 할때마다 쓰긴 써야하는데 참…. 그래서 일부러 낡아서 언제든 포맷할 준비가 된 PC로 합니다 ㅡㅡ;; 본론으로 돌아와서, 같은 회사, 같은 팀끼리 해도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나서 문제가 생기는데, 이걸 갑을병정… 하청주고 코스트 다운 하고 건희씨 압박으로 기한독촉해보세요. 멀쩡할 제품이 질 안떨어지고 베기나 말이죠. 그야말로 공밀레입니다. 일관성? 개나 주세요. 10명이 작성하는 문서를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서 취합해서 문체가 흐트러지지 않게 정리하는것도 쉬운일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그런 말이 나오는거에요. 틀림없이 하드웨어는 세계 최고야! 근데 소프트웨어가 구려… 당연하죠. 다른분 비하하는거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까놓고 말해서, 삼성전자 들어가려면 스펙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데 말이에요? 삼성전자 대우가 어떻고 페이가 어떻습니까? 삼성전자 사람들 머리가 보통 머립니까? 그런데 하드웨어가 개판이면 다들 기요틴으로 가도 모자람이 없죠. 아니면 가미가제가 되던가.
그럼, 어떻게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를 강화할 수 있을까요? 씹지만 말고 답을 내놔봐 시방새야. 그럴 분이 계실지 모르겠네요. 네, 그래서 생각을 해봤습니다. 선두기업들이 어떻게 하나 말이죠.
가령, 선두기업들은 사오는데에 주저함이 없습니다. 특히 기술과 인력, 특허, 플랫폼, 소프트웨어, 제품에 관련된 거라면 사람, 부서, 심지어는 회사도 통째로 사버리죠. 자사의 도움에 된다 싶으면 닥치는데로 사들입니다. 뭐 그게 회사를 휘청하게 하네 마네 하는 사람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게 그 회사를 성장시키고 있죠. 크게는 컴팩-HP 합병부터 시작해서, 소소한것 인수합병과 헤드헌팅, 특허 매수 다 따지고 보면 셀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걸 통합해서 자사의 제품으로 만들어 버리죠.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등은 아예 요즘 이런식으로 성장하고 있죠.
제가 정말로 미국의 이런 문화를 부러워하는 것은 사실 거인간의 거래뿐만 아니라, 조그마한 거래에도 해당됩니다. 생각해보세요. 애플은 무슨재주로 인-하우스로 휴대폰을 다 만들었을까요? 기성 컴퍼넌트(모뎀칩 등) 사고, 소재와 부품 설계에 경험 있는 사람은 채용하고(얼마전에 안테나 엔지니어 채용공고 보셨나요 하하), 특허를 가진 기업은 매수합니다. 애플의 유니바디나 멀티터치 같은 인하우스 특허도 이런 과정에서 나왔을 것입니다, 아예 A4 프로세서 자체는 회사를 통째로 사서 리네임 해버렸죠. 애플 얘기 해서 말인데 애플이 독과점 하는 몇몇 분야가 여전히 좀 있는데 파이널컷이나 로직이나 어퍼쳐 같은 것들도 사실 애플이 인하우스 개발한게 아니죠. 그리고 모든 맥에 내장되는 iLife 스위트가 이것들을 적절히 컨슈머 버전으로 만든거라는것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얘기가 샜는데 맥 얘기 나와서 말인데 어도비 제품의 태반이 어도비 제품이 아녔죠? 매크로미디어는 둘째치고 앨더스 하시면 아아… 하실 분 많을거 같네요.
이런 사례는 너무나도 빈번해서 뉴스를 아마 레이저 확대경 수준으로 확대해서 살펴보지 않으면 어지간한 규모나 이슈가 아니라면 알지도 못할겁니다. 그 와중에 능력있는 젊은 구멍가게 수준의 벤처기업이 갑자기 거대 기업에 팔려서 갑자기 그 직원들이 거대 기업의 일원이 되어 버립니다. 명문대 졸업장과 엘리트 코스와 상관없이 순전히 능력과 창의력으로 말이죠. 당연히 능력도 좋고, 모티베이션도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 소프트웨어를 얘기했으니 한번 소프트웨어 얘기를 해보죠. 어떤 젊은이가 있습니다. 이 친구가 머리가 좋아서 아주 프로그래밍을 잘합니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는 수능 성적에 따라 대학 들어가서 영어공부하다가 성적따라서 토익공부하다가 적당한 회사 취직해서 하청회사에서 코딩합니다. 근데 미국에선 그렇지가 않다는거에요. 그 친구가 프로그래밍을 잘하면 직접 프로그래밍을 해서 프로그램을 짜서 그걸 띄우면 가능성을 봐서 펀딩 해줄 시스템도 있고, 괜찮으면 그걸 팍팍 사주는 구글같은 돈지랄 친구들도 있어요. 그러면 그게 인수되고 그렇게 통합이 되어서 제품이 된다는거죠. 물론 그걸 인수해서 시너지 있게 제품으로 만드는건 본래 기업의 능력이라 예를 들어 언급하기 상당히 어렵습니다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 중에서 본래 마이크로소프트가 최초로 개발을 시작한 제품이 몇개나 된다고 보십니까?
사실 애플하고 삼성을 비교하는 것은 체급이 다르고, 또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많은 비교입니다. 애플은 사실 하드웨어 회사이기도 하지만 정확히 굳이 말하자면 ARM 같은 팹리스에 가까운 회사죠. 무슨 개소리야? 하지만 애플 랩탑은 콴타, 애플 휴대기기는 폭스콘이 만들거든요. 부품들 다 하청업체가 만드니 애플 공장은 없으니 아주 틀린말은 아닌셈이죠. 하지만 삼성은 한국에만 도대체 공장이 몇개입니까? ㅋㅋ 그러니까 정정합시다. 애플은 하드웨어 회사가 아니라 하드웨어 ‘판매’사죠.
그러니까 삼성이 만약 소프트웨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싶다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갑을병정으로 공밀레로 가뜩이나 대우도 나쁜 하청업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쥐어짜는 짓을 그만두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법인(혹은 비슷한걸) 만들어야 합니다. 제가 삼성전자 구조를 안본지 오래되서 모르는데 삼성전자가 무슨무슨본부로 나눠져 있다면서요? 그러면, 지금 제가 만약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면 삼성전자 소프트웨어플랫폼사업본부를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주요 소프트웨어 인력들을 한데 그러 모으고 가능하다면 한국이나 해외의 경쟁력있는 모바일이나 웹 디벨로퍼를 닥치는데로 사들이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하나의 일관된 제품을 만들어 낸다면 삼성정도의 기업이라면 좋은 방향이던 나쁜방향이던 뭔가 일을 칠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만약 그렇게 삼성이 M&A 트롤이 되어서 국내의 주요한 모바일 기업을 인수해서 만약 바다를 밀었다…. 과연 그래도 우리가 바다를 보면서 코웃음을 칠 수 있을까요? 글쎄요…
한주를 시작하면서 간단하게 떠든다는게 엄청나게 길어져 버렸습니다. 뭐…. 근데. 제가 이렇게 떠들어봐야 삼성은 알아서 잘 하더라구요. 그냥 미친곰이 할일 없으니까 떠들었구나~ 라고 생각하십시오. 긴글 읽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혹시 맘에 드셨다면 추천해주시면 힘이 많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