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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한도 축소 사태가 의미하는 것

현대카드 한도 축소 사태가 심상찮아 보인다. 물론 표준약관에서 1년에 1회 이상 적정성을 평가한다는 조문은 있고, 실제로 거의 사문화된 조항이긴 해도 이따금 조정을 해왔으나 다른 회사가 이렇게 무식하게 ‘정상 고객’에게 ‘페르소나 논 그라타’ 선언을 해온 사례는 적어도 내가 신용카드를 쓰기 시작한 2007~8년 이후론 본적이 없다. 보통 신용점수를 일정 수준 유지하고, 적정한 수의 대출을 보유하고 소득이 어느 정도 되면서 거래 이력을 쌓으면 ‘사고’를 치거나 옆 동네에서 불심한 동향이 탐지되지 않는 이상 한도는 올려주면 올려주었지 내리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내가 신용 시스템의 룰을 지키며 돈을 떼먹지 않음을 증명할테니 너는 나에게 정해진 여신한도를 인상, 아니 하다못해 유지는 해주어라. 그게 곧 신용점수(신용등급) 체계였고 카드대란 이래로 리먼 사태가 터진 다음에도 무너지지 않은 불문율이었다. 왜냐면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쓰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막 입사한 초년생보다는 4~50대 중간 관리자가 더 많이 벌고 식구도 있으니 돈 쓸일도 많을 것이다). 따라서 한 번 ‘개설’한 고객을 이렇게 내치는 것은 적어도 나는 보지 못했다.  

실제로 ‘올릴 때는 동의를 구하지만 내릴 때는 통보’로 끝나는게 규정상으로 정해져 있으나 이건 지금까지는 그야말로 우리집 OR 옆집에서 ‘사고 났을때’ 밖에 본적이 없다. 물론 우리나라가 신용 평점 보유자 중 900점 이상이 50% 안팍이라는 좀 기형적인 모델을 가진 나라라지만 신용평점 900에 잘 갚고 잘 쓰던 사람 한도를 마이너스까지 끌어내리는걸 보면서 2023년 1월은 현카 부도의 달이라는 표현까지 떠오른다. 

2003년 카드 대란 당시에 엘지카드를 ATM/CD기에 꽂으니 제휴계좌 잔고부족으로 현금서비스가 불가능했었다. 현대카드가 일부나마 여신을 중단한 이번 사태는 거의 이에 준하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다시 말해 내가 직접 겪어보지 못한 영역의 사태라는 얘기) 문제는 이것이 현대카드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다른 회사로 번질 것인가? 하는 우려다. 

다시 현대카드로 시선을 돌려서, 아무리 카드를 메탈 플레이트에 멋진 디자인으로 한들… 이미 한 번 자기네들이 어려울 때, 임의대로 결제가 되지 않는 플라스틱, 내지는 쇳덩이로 만들었던 전적이 있다. 차주, 즉, 이용자의 신용만 신용이라고 생각하면 한참 오산이다. 카드사태 때 LG카드가 대금을 갚지 못할 것으로 우려했던 가맹점들은 카드를 안받았고, 카드를 쓴 사람들은 돈을 안내고 버틴 적이 있다. 카드사에게도 신용이 있다. 유감스럽게도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소란이나 광고 몇번 정도로는 회복하지 못할 상실을 겪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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