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에서 나비가 날면 뉴욕에 천둥이 친다.
왜 푸른곰이 윈도우 게이밍 PC를 샀는가?간단하게 말하면 ‘나비 이론’적인 상황입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중국에서 봉쇄가 일어났고, 맥의 납기가 미친듯이 늘어났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도 주문을 하면 2달 안에 받아 볼까 말까 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고. 3월에 주문을 넣은 분이 5월은커녕 6월 안에 받아 볼 것이라는 통지를 받았다는 소식이 주변에서 들리는 상황이었습니다.
집에 윈도우 11 호환 기기가 한대 밖에 없는 상황(feat. 그거 동생 거)
거기에 한 가지 더 이유를 내놓자면 마이크로소프트의 기행(?)을 들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11의 보안 등을 향상시킨다는 이유로 TPM 2.0이나 Secure Boot 같은 것을 요구했는데, 다른 요건을 다 달성했으나 제가 가진 윈도우 노트북은 딱 하나 CPU 세대가 6세대 코어 i7 프로세서였기 때문에 사용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TPM이니 Secure Boot는 갖춰져 있으니 CPU 세대만 속여 넘기면 설치는 가능할 법 했지만 (지금 CPU 팬 수리를 위해 입고중인) 이 녀석을 더 ‘노인 학대’ 할 필요는 없겠다 싶었습니다. 살 때는 최신 부품에 최고급 사양이었는데 이렇게 쓸쓸하게 시한 폭탄을 짊어질 줄은 저도 몰랐어요. 아무튼 이런 전차로, 저희 집에 있는 컴퓨터를 모두 뒤져봐도 윈도우 11을 가동 가능한 녀석이 한 대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겁니다. 그나마 그 한 대가 동생 컴퓨터였어요(맥북 프로 2018은 8세대 코어 i9이지만 TPM이 없음).
한국에서 살아간다는거 말야…
한국에서 살아가는 데 있어서 윈도우 기기가 없다는건 굉장히 불편한 일이긴 합니다. 물론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지긴 했어요. Internet Explorer가 몰락하고, Chrome이 2010년 이후 새로운 대세가 되면서 핵 쓰레기 보안 플러그인을 설치하면 맥을 지원하는 경우도 많이 늘었거든요. 저는 그래서 말 버릇처럼 “지금이 한국에서 맥을 쓰기 가장 좋은 시기가 아닐까 한다”라고 얘기하곤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윈도우 컴퓨터는 하나 있는 게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게다가 윈도우 PC는 훌륭한 게임기죠(…). 뭐, 평소의 저라면 플레이스테이션이니 엑스박스니 사는게 낫지 않아? 싶었겠지만 아시죠? 그 둘을 구하기가 어떤 상황인지. 만약 그 둘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아마 맥을 한 대 샀을 겁니다.
좀 좋은 컴퓨터 한 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
지금까지 맥을 사면서도 ‘맥북 프로를 사느냐 아이맥을 사느냐’를 두고 고민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늘 맥북 프로를 사는 결말이 되고는 했는데요. 언제나 아이맥이 성능이 더 좋았지만(M1 나오기 전까지는) 그 이유인 즉슨, 제가 주로 침대 위에서 생활을 했기 때문입니다. 컴퓨터도 침대 위에서 사용했고 말이죠. 주치의로부터 그 생활을 고치는게 좋다고 지적을 수차례 받았고, 데스크톱 컴퓨터를 놓고는 좋던 싫던 간에 책상에 앉아서 보내는 생활로 돌아왔습니다. 맥북 프로도 책상 위의 스탠드에 잘 모셔서 외장 모니터와 같이 작업 중입니다. 애플 M 시리즈 프로세서를 사용한 컴퓨터라면 둘째치고 x86(또는 x64) 컴퓨터를 사용하는 이상, 데스크톱이 노트북 보다 현상 훨씬 고성능인 것은 부정할 수 없고 책상에서 작업하는게 (특히 수면 위생 측면에서) 이롭죠. 한번 ‘로망 넘치는 사양’의 컴퓨터를 갖고 싶었습니다. 물론 가격으로는 이 금액 대의 컴퓨터를 안 사본건 아니지만 같은 금액을 들이더라도 맥과 PC, 그리고 노트북과 데스크톱에는 확실히 성능차가 있(었)으니까요.
솔직히 사양세인 제품이라는 걸 부인하지 못하겠습니다만서도
솔직히 개인용 데스크톱 컴퓨터 자체가 이제는 게임 오타쿠나 PC 오타쿠의 전유물이 되어가는 느낌이고 업체들도 RGB 라이팅이다 오버클러킹이다 해서 그러한 트렌드를 따라가는 모양새입니다. 모니터도 수백만원하는 크리에이터 모니터보다도 게이밍 모니터를 이른바 중심으로 보고 마케팅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고, 컴퓨터를 사거나 맞출 때, 어떤 프로그램이 돌아가느냐가 기준이 아니라 ‘어떤 게임이 몇 프레임으로 돌아가느냐’가 기준이 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컴퓨터를 샀지만, 컴퓨터 한 대만 덜렁 샀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지요. 웹캠은 노트북 시절의 것을 유용했지만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스피커… 이 모든걸 또 새로 장만해야 했습니다. 여기에 들어간 예산으로 싸구려 노트북 한 대는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골치가 아파오네요. 왜 사람들이 이제는 노트북으로 돌아섰는지 알것도 같습니다. 22킬로짜리 책상에 놓지 못하고 바닥에 놓아야 했던 데스크톱 컴퓨터와 그 식구들을 생각해보니 말이죠.
그래서 향후 계획은?
중국의 현재 상황을 볼 때, 차차 상하이가 락다운을 해제하는 분위기고 2~3분기 이후에는 적체도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을까(그리고 윈도우 컴퓨터와 그 식구들의 할부금도 끝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제반 사정이 나아지고 지갑이 허용한다면 가급적 올해 중으로 2018″ MacBook Pro를 은퇴 시킬 예정입니다.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입니다만… “4년만에 600만원 들인 컴퓨터를 퇴역 시키는게 합당한가?”라는 생각이 솔직히 안드는 것도 아니라 조금 고민 중에 있습니다. 물론 아키텍처가 완전히 바뀌는 바람에 언젠가는 교체를 검토해야겠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