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 프로 리뷰

선을 없애는 용기로부터 3년, 애플의 대답

“선을 없애는 용기”라는 말을 꺼낸 애플이 조롱을 받은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 이어폰 단자를 폐지하고 선을 없애는 용기를 내는 대신 내놓은 해답인 에어팟은 기존 블루투스 제품에는 없는 압도적인 에어팟만의 우위를 보여주었고 2016년 말부터 2017년까지 어마무시한 납기 지연에도 불구하고 공전의 히트를 쳤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에어팟의 공전의 히트를 이끈 에어팟의 우위는 아이러니하게 폭발적으로 시장이 팽창하고 플레이어가 늘어남에 따라 점점 옅어졌다. 올 초에 나온 에어팟 2세대는 칩셋을 변경해서 무선 접속성을 향상시키는 등 좋아진 점이 있었지만 어딘가 좀 모자란 업데이트였고 호사가들은 애플이 노이즈 캔슬링이 들어간 무언가를 준비한다는 카더라를 흘리며 술렁였다. 그리고 10월 말, 에어팟 프로는 보도자료 하나와 함께 발표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제품의 위력에 비하면 너무 썰렁한 출발이었다고들 아쉬워하더라.

애플의 노캔은 그닥 믿지 않았습니다마는.

사실 나는 애플의 노이즈 캔슬링이 나왔을때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간 Beats 브랜드로 ANC 헤드폰이 여럿 나왔지만 Bose나 소니에 비해 평이 그닥 좋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래서 관망하자 싶었는데 결과적으로 좋은 의미로 뒷통수를 얻어 맞게 된다. 내가 생일 선물로 첫 에어팟을 선물해주었던 친구가 아이폰 11 프로를 사면서 먼저 샀고 평가에 대해 “반드시 사라”고 권해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이폰을 살때 에어팟 재고를 보니 Apple 가로수길에 재고가 있다는 것을 알고 경기도 구석에서 강남까지 가는 수고를 마다 않고 달려갔다. Go!

이어폰으로도 이렇게 노캔이 되는군요!

처음으로 양 귀에 녀석을 끼우고 느낀 것은(두 귀에 꽂아야 NC가 작동) 이어폰으로도 이렇게 노이즈 캔슬링이 되는구나라는 점이었다. 과장 좀 보태서 QC35에는 근접하겠다 싶었다. 사실 얼마나 괜찮겠어? 싶었지만 집에서는 그냥 조용하구나 정도지만 전철을 타고 음악을 듣다가 귀에서 뽑으면 슈욱하며 콰아아아앙! 하고 소음이 미친듯이 들어온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QC15 이후로 주욱 수년간 쓰다보니 외출시에 소음에 민감해져서 가벼운 외출시에도 오버이어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춘하추동 챙겨 다녔었다. 에어팟이 생긴 이후로는 편리함 때문에 고민을 하곤 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노캔을 챙기느냐 에어팟의 편리함을 챙기느냐 고민할 필요가 더 이상 없어진 것이다.

애플의 AR 계획 1단계 히어러블의 시작?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쓰면서 초인종이 울리나 사람이 말을 걸어오면 어쩌나 싶던 시절이 주마등 같이 흐른다. 주변음 듣기 모드는 정말 주변음이 들리기 때문이다. 물론 이 모드를 켜면 주변 소음도 다 들리지만 어찌하겠는가? 다만 소니나 보즈의 NC처럼 얼마나 들리게 할지 조절을 할수는 없다. 이 모드에 관해서는 혹자가 평하는대로 주변 소리에 음악이 녹아드는 신기한 경험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마이크로 외부 소음을 들이지만 소니 제품에서 경험한 주변음 모드처럼 마이크를 통하는 듯한 인위적인 느낌은 적다. 3가지 모드, 노이즈 캔슬링, 노캔 끔, 주변음 듣기 모드 셋을 전환해도 재생하는 음악이 끊기지 않는 점도 소니 제품에 비해 우수한 점이다. 워낙 주변음모드가 우수하다보니 애플이 힘을 들이는 AR의 한 연장선상이지 않느냐, 듣는 웨어러블, 즉 히어러블(hearable)이라는 소리를 하는 사람조차 있었다. 나같은 경우 끼우고 음악을 듣다가 대화를 하고 한참 지나고 보니 노캔이 아니라 주변음 듣기 모드였더라. 하는 경험을 한적이 있다. 정말 자연스럽다.

까놓고 말해 음질은 어떻습니까?

사실 에어팟을 사면서 제일 기대를 하지 않은 부분인데, 하필이면 직접 경쟁을 하는 제품인 WF-1000XM3와 비교들을 많이 했던 부분이 자연스럽게 음질과 노이즈 캔슬링인데, 사람들이 노이즈 캔슬링은 이구동성으로 에어팟이 낫다고들 한 반면, 음질은 역시 이구동성으로 WF-1000XM3가 낫다고들 얘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들어보니 나는 매우 흡족했는데, 에어팟보다 탄탄한 중저음이 나왔고 플랫한 성향의 ER-4P를 좋아했고 에어팟도 좋아했다보니 꽤 성향상 들어맞는 소리가 나왔다. 결국 직접 들어보고 결정하는게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청음샵이라는게 있는가. 라는 생각도.

착용감의 경우, 커널형인데 일단 커널형이 나한테는 잘맞는 편이지만 귀에 깊숙히 넣어 밀폐시키지 않는 신기한 구조이다. 이어팁 자체가 뿌리에 고정되어 있지 않는 신기한 구조이고 구멍이 뚫려서 공기가 흐르는 모양이다. 그래서 완전한 커널형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오픈에어 형이라고 하기도 뭐한 애매한 구조인 셈이다. 덕분에 착용감이 매우 편해서 착용 테스트 앱에서 올바르게 착용되었다고 하기 전에는 정말 제대로 착용한건가 싶을 정도였다. 커널형을 싫어하시는 분도 한번은 착용해서 시청해보실것을 권한다. 여담이지만 이 제품을 영접(?)하기 위해 귓병을 치료했다.

에어팟 1세대 쓰셨잖아요? 에어팟하고 어떻게 다릅니까?

우선 가장 큰 차이라면 커널형이 되었고 ‘귀에서 우동’인 꼬다리 부분이 짧아졌다. 그리고 두드리는게 아니라 아이폰7/8처럼 감압식 버튼이 되었다. 저음이 더 튼튼해졌고, 연결 속도가 무진장 빨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Bose QC35와 같이 멀티 포인트는 되지 않는다. 빨리 변경이 되는 점은 그래서 다행이다. 2세대도 그랬겠지만, 말로 시리를 부를 수 있다. 다만 본체에 말을 걸때도 그렇지만 잘 안나올때가 있어서 답답하고, 얼마전부터 배터리 잔량을 시리로 알수가 없었다. 꼬다리(스템)부분을 눌러 재생 조작이 가능해진것은 정말 다행이다. 시리에게 완전히 떠넘기듯 했던 조작을 본체만으로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이로 인해 iOS 이외의 기기에서도 쓸수는 있게 되었다고 본다. 하지만 볼륨은 여전히 시리를 쓰거나 본체를 눌러야 한다.

지연은 매우 낮은 편으로 립싱크가 어긋나거나 한적은 한번도 없다. 게임을 하지는 않아서 모르지만 유튜브 등지에는 음악 게임을 하는 사람의 동영상을 본적이 있다. 한편으로 해외의 한 개발자가 에어팟 등의 지연을 재어 보니 1세대는 물론 2세대에 비해서도 향상되었다고 분석했다. 내장 스피커의 두배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연결은 구입후 한달, 딱 한번 바깥에서 끊긴걸 경험했고 워낙 신기한 일이라 트윗 한적이 있다. 그정도로 매우 안정적이고 거리가 떨어져도 끊김없이 안정적이다. 그러니 전화기 잃어버리지 않도록 잘 챙기시라!

통화 테스트는 많이 못해봤다. 조용한 곳에서는 문제가 전혀 없었는데 시끄러운 밖에서 많이 못해봐서 이렇다하게 할 말이 없다. 무선 충전이 2세대부터 이어서 되고 있는데 그냥 듣지 않을때는 충전 패드에 올려놓기만 하면 되서 괸장히 편리하다. 언제든 충전된 케이스와 이어폰을 쓸 수 있어서 좋았다. 케이블 연결은 거의 하지 않았다.

한편 이전 제품도 그랬지만 한층더 iOS와 macOS와의 긴밀한 통합을 체험했다. iOS나 macOS의 볼륨 조절 화면에서 간단히 노캔을 조절 할 수도 있고 블루투스 설정을 통해 진입해서 여러가지 조절 기능을 커스터마이즈 가능하다. 특히 올바른 팁을 쓰는지 밀폐가 잘되어 있는지 여부를 체크하는 기능은 신기했다.

그 외에 IPX4 급의 공식적인 방수 성능이 있다. 정도는 특기할 만하다. 비올때 이어폰님을 지킬 필요가 줄었다.

찾기 힘든 단점은?

일단, 모양이 특이해서 좌우 구분하기 힘들었다. 케이스에 넣을 때 늘 스템에 적혀있는 좌우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한손으로 꺼내고 집어넣기 어려운 것도 단점이다. 좀 펑퍼짐한 케이스다보니 익숙해지기 전에는 한번에 꺼내고 넣기 힘들다고 본다. 이 제품은 아이폰이 와이파이에 연결되어 있으면 저절로 부지불식간에 업데이트가 된다. 업데이트가 되면서 좀 줄어든 느낌이지만 가끔 귀에서 꺼내거나 반대로 넣어도 인식이 안되는 경우를 경험헀다(음악이 멈추거나 재생되지 않음).

그리고 태생적인 배터리의 한계를 느낀다. 사실 처음 샀을때는 배터리로 불편을 겪을 일이 없다. 꽤 오래간다. 하지만 에어팟 1세대의 경험을 미뤄볼때, 2년쯤 되면 조루가 될 것이라고 본다. 애플은 해드폰용 애플 케어+ 를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2년 뒤에 배터리 교환을 저렴하게 하는 보험이 될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에어팟 프로에 즈음해서 판매하기 시작한 이 상품이 이것까지 내다보고 판매를 시작했다면 아주 천재적이라고 밖에 할 도리가 없다.

그외에 나만의 문제지만 사자마자 비닐을 벗기자 마자 조그마한 기스가 나있었다. 교환을 요구하고 싶었지만 소요시간에 질려서 포기했다. 에어팟 케이스 재질 특성상 쓰기 시작하면 어차피 바람만 스쳐도 날 기스기도 하고.

결론

아이폰이나 애플 기기를 가지고 있다면 머스트 바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다른 음향 메이커 제품에 비해 음질은 희생해야할지 모르지만(예전 에어팟에 비해서는 훨씬 나아졌지만) 에어팟을 택하던 이유중 하나인 음질을 희생하더라도 취하던 편의성과 완성도가 더 리파인되어 한결 더 좋아져서 아주 뛰어나다. 결과적으로 매우 밸런스가 잡힌 훌륭한 제품이 되었다는 생각이다.

에어팟 1세대가 그때까지 존재하던 제품과의 간격을 1~2년쯤 앞당겼다면 이번 제품도 다른 제품과의 격차를 한세대 이상 넓혔다고 생각한다. 다른 업체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19.12.30 추기:
원래 에어팟은 열고 닫는게 흡사 라이터와 흡사한 중독성이 있어서 자주 여닫지 말라는 경고가 있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제품에서는 그렇게 중독적인 느낌은 없습니다. 배터리 소모를 줄이고 싶었나? 싶기도 합니다. 단순히 구조적인 문제일수도 있고 그냥 만들다보니 그렇게 된건지도 모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