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한민국의 하등 국민입니까? ⎯ 스마트폰 본인 인증 유감

일본에 정착하고 사시는 아는 분이 계십니다. 그분이 혀를 두르십니다. “휴대폰 인증이라는걸 하도 요구해서 휴대폰을 개통하려고 했더니 그것이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인터넷 사이트든 금융 사이트든 요즘은 공인인증서 대신에 휴대폰 인증을 요구하는데 (당연히) 한국 본인 명의 휴대폰만 통한다는 것이죠. 당신은 이렇게 스마트폰 인증이 보편화 되기 전에 일본으로 건너왔고 당연히 한국 휴대폰이 있을리가 없죠. 그래서 만들려고 하니 제일 먼저 걸리는 것이 은행 계좌가 없어서 개통을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은행 계좌라는게 요즘 좀 만들기가 쉽지 않지요. 재외국민이다보니 주민등록지라는게 없다보니 더 난감한 경우가 발생하는 모양입니다.

제 동생의 경우에는 싱가포르로 취업을 하러 갔었었는데,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게 아예 휴대폰 회선을 살려두고 갔습니다. 표준 요금제로 해놓고 로밍 데이터만 막아 놓고 간 거죠. 매달 1~2만원씩 이동통신사에 내고 있습니다. 각종 사이트와 기관에 “내가 대한민국 국민 아무개”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 말이죠.

제가 작년에 경제적인 상당한 핀치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휴대폰이 끊겼었는데, 이 상황에서 금융 관련 업무는 사실상 올 스톱이 됩니다. 금융업계는 저들이 제일 선봉장이 되서 공인인증서라는 해악거리를 들여온 주제에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휴대폰 본인인증을 신봉하고 있습니다. 휴대폰으로 하는 각종 업무가 그렇고 2채널 보안 인증이 그렇고 원칙적으로 다 본인 명의 휴대폰이 없으면 되질 않습니다.

휴대폰 본인 인증란을 보면 심지어 외국인도 체크할 수 있는 란이 있습니다. 아는분의 사례나 동생의 사례, 그리고 제 경험을 조합해보면 휴대폰을 갖지 못하거나 휴대폰 요금을 꼬박꼬박 내지 못하는 사람은 대한민국 인터넷에서 지위가 외국인 이하라는 기이한 상황이 되어버립니다. 그야말로 ‘하등 국민’인 셈이죠.

공인인증서의 경우 그 범용성으로 인해 필요한 경우 해외 주재 대사관에서도 발급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자리를 사실상 꿰어차기 시작한 휴대폰 인증도 뭔가 대안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휴대폰 인증을 한건 할때마다 사이트는 돈을 냅니다. 문자 하나 보내는데 공짜가 없는데 문자를 보내서 확인을 하고 이동통신사의 시스템을 경유하는게 공짜라는걸 믿느니 차라리 대동강 강물을 마시겠습니다. 본인 확인/인증은 이동통신사, 은행, 카드사, 공인인증기관, 핀테크 업체(카카오페이 등) 등이 참여해서 군웅할거 하고 있습니다. 근데 우스운건 이 모든 인증 수단이 기본적으로 ‘본인 휴대폰’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죠. 예를들어 공인인증서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발급을 받으려면 은행에 등록된 본인 휴대폰으로 인증이 필요합니다. 그런 식이죠.

국민이 국민임을 온라인에서 주장하기 위해서 100% 민영 영리 기업의 시스템을 이용해서 그것도 공짜가 아닌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