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음악에서 저무는 물리 매체 독점

작년에 방영했던 “물드는 세계의 내일로부터(色づく世界の明日から)라는 애니메이션이 있었습니다. 그 작품의 오프닝인 하루카와 미유키(ハルカトミユキ)의 “17세(17才)”를 참 좋아했습니다. 통상 이러면 여즉 저는 오프닝이 들어간 싱글을 사기 마련인데, 일본은 물론 한국 애플 뮤직 등 스트리밍에 풀려 있었습니다. 덕분에 그냥 들었죠. 아마존 장바구니에다가 넣어 두고 나중에 나중에 하다가 초회한정생산반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백 오더를 넣어놨지만 과연 받을 수 있을지는 회의적입니다. 이미 한달 가량 기다렸지만 소식이 없습니다.

이번 건으로 느낀것은 이제는 굳이 CD로 된 싱글을 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구나 라고 본인 조차 무자각하에 느끼고 있고, 일본 업계도 점점 스트리밍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뉴욕타임즈에서 여전히 타워 레코드가 CD를 파는 몇 안되는 나라라고 반 조롱을 당하는 현실입니다만 말이죠.

It may just be that Japan has a hard time letting go. The country still depends on fax machines. It is one of the last places in the world where Tower Records, the once iconic music store, has stayed open, still selling CDs.

최소한 애니송에 관해서는 이미 아뉴타라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대충 설명을 드린적이 있습니다. 이제는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빼놓을 수가 없는 애니플렉스가 (제가 알기로는)버티고 있는 상황이지만 소니 뮤직은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에 열심히 발매일과 거의 동시에 풀고 있어서 문제가 심각하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세상이 많이 변했구나 싶으면서도 이제 물리 음원도 결국 애니메이션과 마찬가지로 한정판 장사, 부록 장사 등으로 나가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말이죠. 더 나아가서는 아이돌 오타쿠 상법을 그대로 가져올지도 모르죠. (하기야 애니메이션 음악 뿐 아니라 요즘은 애니메이션 자체가 그렇게 되어가는 모양이지만요)

해서, 백 오더 된 CD가 캔슬되지 않고 왔으면 좋겠네요.

나는 대한민국의 하등 국민입니까? ⎯ 스마트폰 본인 인증 유감

일본에 정착하고 사시는 아는 분이 계십니다. 그분이 혀를 두르십니다. “휴대폰 인증이라는걸 하도 요구해서 휴대폰을 개통하려고 했더니 그것이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인터넷 사이트든 금융 사이트든 요즘은 공인인증서 대신에 휴대폰 인증을 요구하는데 (당연히) 한국 본인 명의 휴대폰만 통한다는 것이죠. 당신은 이렇게 스마트폰 인증이 보편화 되기 전에 일본으로 건너왔고 당연히 한국 휴대폰이 있을리가 없죠. 그래서 만들려고 하니 제일 먼저 걸리는 것이 은행 계좌가 없어서 개통을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은행 계좌라는게 요즘 좀 만들기가 쉽지 않지요. 재외국민이다보니 주민등록지라는게 없다보니 더 난감한 경우가 발생하는 모양입니다.

제 동생의 경우에는 싱가포르로 취업을 하러 갔었었는데,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게 아예 휴대폰 회선을 살려두고 갔습니다. 표준 요금제로 해놓고 로밍 데이터만 막아 놓고 간 거죠. 매달 1~2만원씩 이동통신사에 내고 있습니다. 각종 사이트와 기관에 “내가 대한민국 국민 아무개”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 말이죠.

제가 작년에 경제적인 상당한 핀치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휴대폰이 끊겼었는데, 이 상황에서 금융 관련 업무는 사실상 올 스톱이 됩니다. 금융업계는 저들이 제일 선봉장이 되서 공인인증서라는 해악거리를 들여온 주제에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휴대폰 본인인증을 신봉하고 있습니다. 휴대폰으로 하는 각종 업무가 그렇고 2채널 보안 인증이 그렇고 원칙적으로 다 본인 명의 휴대폰이 없으면 되질 않습니다.

휴대폰 본인 인증란을 보면 심지어 외국인도 체크할 수 있는 란이 있습니다. 아는분의 사례나 동생의 사례, 그리고 제 경험을 조합해보면 휴대폰을 갖지 못하거나 휴대폰 요금을 꼬박꼬박 내지 못하는 사람은 대한민국 인터넷에서 지위가 외국인 이하라는 기이한 상황이 되어버립니다. 그야말로 ‘하등 국민’인 셈이죠.

공인인증서의 경우 그 범용성으로 인해 필요한 경우 해외 주재 대사관에서도 발급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자리를 사실상 꿰어차기 시작한 휴대폰 인증도 뭔가 대안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휴대폰 인증을 한건 할때마다 사이트는 돈을 냅니다. 문자 하나 보내는데 공짜가 없는데 문자를 보내서 확인을 하고 이동통신사의 시스템을 경유하는게 공짜라는걸 믿느니 차라리 대동강 강물을 마시겠습니다. 본인 확인/인증은 이동통신사, 은행, 카드사, 공인인증기관, 핀테크 업체(카카오페이 등) 등이 참여해서 군웅할거 하고 있습니다. 근데 우스운건 이 모든 인증 수단이 기본적으로 ‘본인 휴대폰’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죠. 예를들어 공인인증서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발급을 받으려면 은행에 등록된 본인 휴대폰으로 인증이 필요합니다. 그런 식이죠.

국민이 국민임을 온라인에서 주장하기 위해서 100% 민영 영리 기업의 시스템을 이용해서 그것도 공짜가 아닌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이 필요합니다.

노인을 위한 핀테크 혁신은 없다

제목을 이렇게 적었지만 사실 핀테크 흐름에 커다란 반감은 없습니다. 토스가 대형 사고를 치긴 했어도 저는 공인인증서로 사용하고 있었고(이걸 트위터에 올리면서 공인인증서를 옹호하게 될 줄은 전혀몰랐다고 자조했었죠) 토스 자체는 편리한 서비스니까요. 스타트업에 관해 지난번에 쓴 글도 반향이 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 또한 스타트업을 무조건 반대하는 입장이 아닙니다. 오히려 스타트업의 신기한 서비스는 조금이라도 더 써보고 싶어서 안달이 난 타입이지요.

월요일에 국민은행 창구를 갔습니다. 운이 없었다고 할지 당연한 결과라고 할지, 월초의 주말 끝나고 첫 월요일에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요행이 얼마나 부질 없는지 뼈아프게 통감했다고할지요. 그런데 한가지 비책이 있었습니다. 국민은행 어플이나 리브 어플에서 먼저 번호표를 뽑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 기능을 이용해 은행에 도착하기도 전에 번호표를 끊어서 평균 대기시간 한시간 걸리는걸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최소한 은행 가기 위해 소요한 시간 만큼 말이죠.

그런데 생각해보죠, 창구에서 은행일을 보는 사람들은 일부 거액의 현금 입출금을 하거나 뭔가 트러블이 생긴 경우가 아니라면 대개는 어르신이거나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씀입니다. 일종의 금융 접근권 약자라고 볼 수 도 있는 사람들이 창구를 사용하는데 ‘핀테크’랍시고 은행에서 내놓은 서비스를 이용해서 젊거나 빠릿한 사람들은 창구를 이용하는 순서와 속도마저 앞따라잡게 되네요. 이게 공평한걸까요? 게다가 제가 사정상 여러 은행의 입출금 계좌를 연달아 만들어야 했는데 비대면이 아니라 대면 창구에서 발급할때, 그렇게 고통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가져온 계좌 개설 목적 증빙 서류에 개설에 필요한 서류, 인터넷 뱅킹 신청서, 각종 서약서와 체크카드 신청서 등등 종이만 스무장을 만진 느낌이었습니다. 창구에 앉아서 한시간이 족히 걸렸는데 스마트폰 비대면은 이렇게 걸리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번호표 뽑고 기다릴 필요도 없고 말이죠.

저는 십여년전 쯤에 누구나 늙으니 쓰기 편한 인터넷 뱅킹을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그때 중년이었던 사람은 장년이 되고 그때 장년이었던 사람은 이제 노년층이 되었을 겁니다. 물론 지금은 은행들이 ATM마저 철수시키는 마당인지라 예전보다 큰글씨 뱅킹이니 쉬운 뱅킹이니 이런 저런 편의를 도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어머니는 여전히 공인인증서와 씨름하느니 차라리 텔레뱅킹을 쓰겠다고 하십니다. 그 유일한 예외가 카카오뱅크입니다. 어머니는 카카오뱅크로 거래 내역을 살펴보고 이체를 하는것을 무리 없이 하실 수 있습니다.

기업은행이 이번에 i-One 뱅크 앱을 개편하면서 공인인증서를 폐지했습니다. 저는 아주 잘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족하고 있어요. 복잡한 인증절차가 없으면 없을수록 어르신들이 사용하기 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앱들의 변화의 중심에 (연령)보편적인 접근을 위해서가 일차적인 목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습니다.

핀테크 혁신이 활발해져서 젊은 사람들이 편해지는 한편, ATM이 사라지고 지점이 사라지고, 지점에 상근하는 직원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앞서 말씀드린 국민은행 말씀입니다만 입출금 창구의 대기 인원이 30명을 넘어서 대기 평균 시간이 1시간을 넘기는데 처리하는 직원은 겨우 두명이었습니다. 창구가 총 4개였는데 2개 창구는 부재중이었습니다. 이 은행 지점보다 훨씬 적은 방문객을 처리하는 적은 규모의 하나은행의 점포의 인원이 더 많았습니다.

모든 은행이 카카오뱅크처럼 될 수 없다는걸 압니다. 하지만 다시 말씀드립니다. 당신들도 늙습니다. 좀 더 쉬운 인터넷 뱅킹을, 결제 서비스를 만들어 주십시오.

그러나 대개의 핀테크 스타트업은 그보다는 대출이나 보험 등 소위 돈 되는 부분에 관심이 있는 모양이더군요. 아쉽습니다.

스타트업이 사람을 갈아 만든 혁신이란 신기루

어느새 ‘혁신’이라는 단어가 곧 사람을 좀 더 효율적으로, 좀 더 기계적으로, 좀 더 경쟁적으로 갈아 넣는 것이 되어버린 것 일까요. 소위 O2O 스타트업들은 한 줌의 기술로 플랫폼을 만들고 사람들을 값싼 인건비와 경쟁으로 갈아 넣는 것으로 대부분을 메꾸는 것을 혁신입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댓가로 벤처 캐피탈로부터 막대한 펀딩을 받고 그 결과는 밸류에이션(평가액)이라는 지표로 나타나 상장도 되지 않은 회사가 얼마 가치가 있네 하며 장부상의 돈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누가 보아도 이것은 정상이 아닙니다.

뉴스를 보면 무슨무슨 스타트업이 얼마를 새로 펀딩 받았으며 밸류에이션이 얼마인지, 다시 말해서 창업자들과 투자자들의 잠정적인 재산 가치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심심찮게 보도되곤 합니다만 그 플랫폼, 그 시스템 하부의 사람들은 어떤가 말입니다. 누가봐도 실질적인 고용 관계인데도 자영업자입네, 하면서 근로시간과 최저 임금을 보란 듯이 우회하며 장점이라는 IT 기술로 운전을 하는 기사에게 점수를 매겨 가차없이 해고 협박을 하고, 배달하는 기사를 실시간으로 추적해서 배달 속도가 늦어져도 쪼아대고. 디스토피아도 이런 디스토피아가 있겠습니까?

스티브 잡스의 그 유명한 인문학 발언 이후로 한국 사회, 특히 기술 업계는 한때 인문학 붐마저 일으켰습니다. 입사 시험에서 인문 상식을 줄줄 꿰게 하거나 말이죠. 하지만 이런 오늘날의 상태를 보면 적어도 기술 업계에서 휴머니즘은 파탄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겁니다. 사람에 대한 공감능력과 감수성이 없는데 상식과 책 구절을 외워본들 무슨 소용이 있나요?

물론 이들 스타트업이 제시하는 서비스가 편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날 주문해 그날 바로 오거나, 밤에 주문해도 새벽에 도착하는 당일배송/새벽배송도 그러하고, 서울에서 불러도 내려다 주지는 않는 지역에 사는지라 타본 적은 없지만 타다에 대해 대체적으로 의견은 호의적이었습니다. 마트와 쇼핑몰의 당일배송/새벽배송을 이용해보고 나서 마트나 슈퍼마켓을 이용하는 횟수가 확 줄어들었습니다. 타다에 대한 반응을 생각하면 택시기사들이 타다에 이를 가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택시 자체의 서비스 질 문제는 차치하겠습니다).

문제는 처음에는 최소한의 ‘척’이라도 하던 것이 없어졌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쿠팡만 하더라도 처음에는 쿠팡맨 직접 배달을 하면서 “정규직으로 채용”을 내세웠지만 정규직인 케이스 자체가 적습니다. 그리고 배달이 폭증하니 지입 화물기사들로 대거 떼우고 있죠. 이쯤 되면 택배회사 하나 더 생긴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 건가. 싶습니다. 코스프레라도 하던 때가 그립다고 할지.

하루배송, 당일배송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온라인 서점을 생각해 봅니다. 한 군데서 시작하더니 두 군데, 세 군데 시작하고, 이제는 안하는 곳이 없습니다. 하루배송과 당일배송으로 사람이 얼마나 갈려나가는지 알더라도 피할 길이라면 오프라인 서점으로 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는게 현실이죠. 인터넷 서점 문제만 언급해도 논문이 나올 판이니 깊게 다루지는 않겠지만 당일배송과 하루배송이 오프라인 서점에 타격을 많이 주었다는데 이견이 얼마나 있을까 싶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씀은 인터넷 서점이 택배사를 거쳐 택배 기사들을 갈아서 오프라인 서점을 구축했듯이 O2O 스타트업들이 ‘자영업자’들을 갈아서 기존 소상공인들을 구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과자나 식품 생필품들 중에서 쌓아 둘 수 있는 건 온라인으로 사면 어마무시하게 싸더군요. 그런데 ‘자영업자’를 갈아서 새벽에 신선상품도 배달한다네요?

지금은 정부도 4차 산업 혁명이니 뭐니 하면서 이들에게 호의적이고, 소비자들도(솔직히 저도 완전히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호의적이지만 계속 갈등을 일으키고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이 역시 원조인 온라인 서점의 예를 들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도서 정가제’라는 재갈이 채워졌죠. 뭐 굳이 법으로 강제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벤처 캐피탈의 돈을 태워가며 사람을 갈아가는, 카드로 쌓은 탑이 얼마나 오래 흔들리지 않고 버틸지 모르는 노릇입니다. 아직 단 한번도 이익을 낸적이 없는 쿠팡을 위시한 O2O 스타트업들을 보면서 한면으로는 한때는 “언제 흑자 한번 내려나?” 싶었던 아마존닷컴이 생각나다가도, 다른 한면으로는 ‘닷컴 버블’이 떠오르는 것입니다. 어느쪽이 되었든 이대로라면 우리는 상당한 후유증을 떠안게 될 것임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예스 24에 주문이 되돌아 왔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5월 전체 주문 내역이 날아갔던 예스 24의 몇 시간동안 꿈쩍도 안하던 전산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보면 주문한 책은 다시 발송 준비중으로 넘어가 있습니다. 입수를 했으면 발송을 하라고! 라고 외치고 싶습니다만 품평회(?)는 평일에 한번만 열리는지 이런 경우를 몇번 겪어봅니다만 늘 주말을 넘깁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당일 배송으로 시간을 줄이려는 시늉이라도 했지만 이제는 그냥 익일 배송이더군요.

여하튼 이제 보시면 정상적으로 구매 금액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책은… 다시 발송 준비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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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언제쯤 책을 받아볼 수 있을까요? 계속 이렇게 되면 다른 회사를 알아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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