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마루 폐쇄) 책을 한아름 사주시던 아버지를 생각하며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긴장의 순간입니다. 택배가 도착한 것입니다. 집에는 어머니가 있습니다. 난리가 났습니다. 택배를 받아서 기사분께 인사를 하고 들어서니 “뭐 시켰냐?”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날아옵니다. 머뭇거리며 책이라고 대답하자 어머니가 한숨을 푹 쉬면서 책 좀 적당히 사라고 했지? 라고 하십니다. 

그도 그럴것이 방 세칸 있는 빌라에서 모든 방이 책장으로 도배가 되어 있으니까요. 책장이 없는 면은 책상이 놓여져 있는 창가밖에 없습니다. 그 책을 정리하느라 저와 어머니 그리고 도우미 아주머니가 작년 재작년 그렇게 고생을 했습니다. 그런 반응이 나와도 놀랄게 그다지 없습니다. 꼭 필요한 책만 사겠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전자책으로 사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종이책을 가지고 싶을 때가 있고 그럴때마다 이런 냉랭한 분위기를 맞이하곤 합니다. 

책에 돈을 아끼지 않은건 언제부터일까요. 저희 아버지는 책 값에 돈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덕분에 컴퓨터 관련 책이며 영어 관련된 책이며 마음껏 살 수가 있었습니다. 한번 오면 팔이 떨어질 정도로 골라서 샀고 단골 서점에서는 덕분에 15% 가량 쯤 에누리를 해주곤 했습니다. 

그 서점이 시대의 풍파를 견디지 못하고 문닫은 지금 다른 서점으로 갔는데 인터넷 서점은 물론이고 그 또 다른 서점에도 적립금이 지금도 20만원 넘게 쌓여있을 정도죠. 제가 좀 더 크면서는 도서 구입을 위한 가족카드를 받았고 소설이나 만화나 잡지를 사는데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어릴때부터 책은 사는것이 당연한 것이었고 그것은 대체적으로 다른 컨텐츠에도 해당합니다. MCSE 공부를 위해서 윈도우 2000 서버를 사느라 백 몇십만원을 들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군요. 

제가 어릴때부터 책을 많이 샀네 자랑을 하고 싶은게 아니라, 아버지에게 고마움이 들어서입니다. 어릴때부터 책을 아낌없이 사주셨으니까요. 책을 읽는 것과 책을 사는 것, 그리고 컨텐츠라는 것에 돈을 투자하는 습관을 길러주셨으니까요. 

마루마루가 드디어 폐쇄되었습니다. 마루마루가 문닫으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설왕설래가 오갑니다만, 지금부터라도 자녀를 두신 부모님께서는 책을, 음악을, 컨텐츠를 구입하는 습관을 길러주시고 불법복제를 하는 것이 도둑질이라는 것을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저희 아버지처럼 백지수표(?)를 쓰지는 않더라도 매달 정해진 금액을 책이나 문화 컨텐츠를 위해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할당해주시면 자녀분에게도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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