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ymotic Research(에티모틱 리서치) ER-4P/ER-4PT

일반인에게 Etymotic Research(에티모틱 리서치)라는 회사는 매우 생소한 회사이다. 보통 이어폰이라고 하면 아무거나 찾아서 듣고, 소니 정도가 떠오르고, 조금 관심이 있어도 얼티밋 이어스(Ultimate Ears) 정도나 슈어(Shure)가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Etymotic Research는 귓 속에 넣는 이어폰(In-ear;canal)의 효시가 되는 회사라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회사이다. 1991년 이 회사가 처음으로 만든 ER-4가 처음으로 시장에 선보인 커널형 이어폰이다. 특히 이 회사의 첫 제품이자 대표작이라고 불리우는 ER-4 시리즈는 1991년 출시이래 20년이 넘도록 여전히 생산되며 레퍼런스 급의 사운드를 자랑한다. 회사 이름인 Etymotic은 그리스어로 True to ear라는 뜻이라고 한다.

나는 이 제품을 언젠가 언젠가 하면서 차일피일 미뤄오다가 드디어 손에 들이게 되었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처음 커널로 입문하면서 편견이 있었다. “드라이버(트랜스듀서)의 갯수=음질의 좋음”으로 생각한 나머지 나는 듀얼 드라이버 이상을 요구해서 점원에게 듀얼 듀서 이상을 요구했고 자연스럽게 싱글 드라이버의 ER-4 시리즈는 배제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상하게 이후에도 청음을 할때 투박한 디자인의 이 녀석은 배제가 되었다. 귀 깊숙히 삽입하는데다 값이 만만찮은 것도 한몫했다. 본제로 돌아가서, 우선 Etymotic Research, 즉, 에티모틱 리서치의 우선적인 가치는 청각에 대한 연구에 있다. 보청기에 사용되던 기술과 음향기술을 합쳐서 연구를 거듭해서 1984년부터 연구를 진행해서 ER-1부터 연구를 계속했다. 그 결과, 어떻게 하면 ‘귀에 원음에 가까운 소리가 들릴 것인가?’라는 이해한 것에 그 본질이 있다는 것이다. 헤드폰의 경우 시그널 그래프가 플랫한 것을 최고로 친다. 원음에 가까운 것이다. 에티모틱에서는 연구를 거듭한 결과, 귀의 구조상 공진 효과가 발생해서 귓안에서 소리를 재생할 경우에는 귀바깥에서 재생할때와는 달리 2700Hz 부분을 강조해야 특정한 부분이 왜곡되지 않은 평탄한 플랫한 신호, 즉 라이브 퍼포먼스에 가까운 음으로 들린다라는 이론으로 출발해서 인이어 헤드폰의 독특한 사운드 시그니처를 만들어냈고. 그 결과 ‘실제 귀에 들릴때’ 원음에 가까운 음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이론에 따라 제품이 그 범위에 맞춰 만들어 졌는지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 일일히 제작품 마다 일련번호를 매기고 그 소리를 테스트하고 일련번호에 해당하는 테스트 결과표를 출력해 검사자의 서명을 한다. 실제로 여러 리뷰어들이 테스트를 해보면(이때는 제품을 이도(귓구멍)가 있는 더미헤드에 이어폰을 삽입하고 실제로 음이 어떻게 귀에 들리는지 측정을 한다) 놀라울 정도로 평탄한 신호 그래프가 나오곤 한다. 이는 여러개의 트랜스듀서를 사용하는 경쟁 제품은 커녕, 백 만원이 넘는 커스텀 제품도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레퍼런스 헤드폰은 되어야 따라 잡는 수준이다. 많은 테스터들은 이어폰에 있어서 타 이어폰과 테스트시 비교를 위한 ‘레퍼런스’를 ER-4 시리즈로 잡는 경우가 있다. 모든 이어폰은 ER-4와 그 이전으로 나뉜다.

요즈음 제품은 중국산이 많다. 하지만 에티모틱 ER-4 제품은 전부 에티모틱 리서치의 미국 공장에서 제조되어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일일히 위의 검수 공정을 거쳐 나오고 있고 손으로 튜닝을 마친 뒤, 그 유닛하나하나 시리얼 번호가 적혀서 최종 검수시에 그 시리얼번호의 사운드 시그니처가 어떠했는지가 적혀있다(덕분에 투박하고 마무리가 좀 깔끔하지 못하다). 밸런스드 아마추어 드라이버 제품에는 트랜스듀서가 여럿있는 제품이 있다. 하나같이 저음이나 고음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홍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녀석은 튼튼한 저음과 탄탄한 중음역과 선명하고 깔끔한 고음을 하나의 듀서로 해결한다. 듀서가 하나라서 오해하기 쉽지만 이렇게 확실하게 모든 음역대를 커버할 수 있는 녀석은 없다. 과장되지 않은 탄탄한 저음과 확실하고 튼실한 중음, 피곤하지 않지만 선명하면서도 청아한 고음. 사용하고 며칠 안되었는데, 플러그를 꽂고 처음 튼 음악을 틀면 가끔 깜짝 놀라곤 한다. “아, 이 곡에 이런 부분이 있었군.”하고 정말 새로운 면모에 눈을 뜨게 된다. 놀라운 해상도를 느낄수 있다. 조금 더, 조금 더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음악이다. 몸에 해롭다는 걸 알면서도 볼륨을 올리고 싶고 더 듣고 싶어지는 생생함이다.아마 당신이 들을 음악은 ER-4로 들은 음악과 그 이전의 음악으로 나뉠 것이다. 특히 고품질의 라이브 음원은 정말 중독성이 강하다. 보컬의 생생함과 청명함(Jesca Hoop ‘Born Hoop’), 바이올린의 선명함과 생기(베토벤 심포니 7번), 팝음악(가령 마돈나의 4 Minutes)의 쿵쿵거림과 보컬은 서로 경쟁하듯 묻히지 않고 서로 조화롭게 노래를 한다. 한편으로 더 놀라운 것은 차음성이다. 에티모틱 제품은 사실 처음이 아니기에(블로그 포스팅은 처음이지만) 내게는 별로 놀라울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정말 이것은 말해두어야 한다. 커널형 중에서도 업계 최강이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집중을 원하거나 이동을 하거나 한다면 후회의 여지는 절대로 없다. 다만 도보 여행은 절대 사절이다. 벗으면 듣고 싶고, 듣다보면 더 듣고 싶어지는, 자꾸 다른 곡은 어떤 느낌일까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신기한 녀석이다. 어쩌면 ‘그네들의 말대로 가장 정확한 음을 내는 인이어 이어폰’일지도 모르겠다. 그네들의 주장에 따르면 정확도는 경쟁사는 커녕 대다수 라우드스피커보다도 높을것이며 수천불하는 헤드폰에나 뒤질것이다라고 장담을 할 정도이니 말이다(실제로 전에 말했듯이 여러 리뷰어들이 증명하고 있다). 정말 대단한 호언장담이지만 그런 자신감이 20년 넘게 장수하는 물건을 만들고 있다(물론 수차례의 개량과 변경이 있었지만 기본은 같다). 그리고 실제로 듀얼, 트리플이나 쿼드 혹은 그 이상의 드라이버가 못해는 플랫한, 그리고 선명한 음을 만들어낸다.

이 부분까지 쓰고 한가지 해프닝이 있었다. 초도 불량이 생긴것이다. 미국제인 ER-4는 약간 마감이 부실했던 것이다 ㅡㅡ; 돌려보냈는데 광복절 휴일이 끼어 돌려주고 받는데 시일이 꽤 걸렸다. 덕분에 이 녀석을 한 나흘만에 썼는데 그 동안 얼마나 그립던지. 본의 아닌 사건으로 인해 이 녀석의 위력을 실감하게 되었다. 오자마자 박스를 뜯어서 다시 꽂아 듣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덧. 어딘가에서 들은 이야기다만 ER-4는 오바마 대통령이 애용하는 제품이라는 말이 있다. 음악에 대한 사랑인지, 차음에 대한 고집인지, 아니면 국산품 애용인지는 알 길이 없다.

그리고 의외로 액세서리를 구하기가 어렵다. 수입사인 사운드캣을 통하지 않으면 구하기가 어려운데 이어팁이 전부 매진인 상태이다(글을 쓰는 지금 일부 팁이 입고되었다.) 흠… 그리고 사운드캣은 보증서를 박스에 붙이는데 제품설명을 읽을 수 없게 해놓은 상태이다. 보기 싫다… 사운드캣과는 수년간 거래를 해왔지만 정말 이렇게 꼴보기 싫을 수가 없다.

아, 그리고 ER-4P to S 케이블을 같이 주문해서 들어보았다. 한결 새로운 느낌이다. 좀 더 자세히 들어봐야 할 듯 하지만 그 차이를 논하기에는 내 내공이 모자란 듯 하다.

이 녀석에 익숙해지고 나서 다른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사용해보자, 확실히 모든 것이 변했다. 해상도가 구름이 끼기 시작했고, 저음이 이상하게 두드러지기 시작했고, 고음은 뭉그러지기 시작했다. 결론, 모든 이어폰은 ER-4이냐 아니냐로 나뉠 것이다. ER-4로 들은 음악과 그 이전에 들은 음악 그것으로 나뉠 것이다. 그것 뿐이다. 이 녀석은 결국 이어폰의 스탠더드이다.  처음 내가 ER-4P를 손에 넣고 몇시간이 지나지 않아, 나는 하루종일 귀에 해롭다는것을 알면서도 몇시간이고 음악을 들었다. 하루 종일 ER-4P로 음악을 듣는다는 얘기를 하니 음악이 좋은겁니까? ER-4P가 좋은겁니까?란 소릴 들었다. 글쎄요? 라고 대답했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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