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의 한류를 생각해볼 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인터넷의 유명한 짤방(이미지)가 있다. ‘애니메이션은 보지만, 난 오타쿠가 아냐!’라고 외치는. 나도 부인하지 않겠다. 내가 오타쿠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폐가 있는것 아닐까? 굳이 회색을 걷어내고 이분법적으로 본 다면 오타쿠에 해당될 것이다. 현재 애니메이션 대국 일본은 오타쿠 상법에 찌들어 있다. 유감스럽게도 CJ E&M(이제는 더 이상 투니버스가 아니다)의 신동식 씨의 말대로 본고장의 애니메이션도 오타쿠 상법에 편승한 ‘모에’ 애니메이션이 범람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나는 그것이 하나의 트렌드라면 투니버스 또한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사실 그것은 근본적인 대답은 될 수 없다.
투니버스는 근년 아주 재미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와라! 편의점’, ‘안녕, 자두야’, ‘아기공룡 둘리’와 같은 다양한 국산 애니메이션의 제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매우 커다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을 뿐더러 국산 애니메이션의 하나의 지평을 거두었다는데 본인으로써도 매우 뿌듯하게 생각하며 신동식씨 자신도 매우 그렇게 생각하는 듯하다.
그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뒷맛이 매우 쇳맛처럼 느껴지는데 이것이 철저히 국내용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이다. 매우 안타깝지만, ‘편의점’을 보더라도 ‘자두…’를 보더라도 ‘둘리’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실정을 모른다면 해외에서 통할만한 유머코드가 보이지 않는다. ‘아따맘마’가 희안하게 우리나라에서 본국에서 못지않게 우리나라에서 통했던 것은 그 가족관계와 학교 주변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우리나라에서도 거의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코드’가 있기 때문이다. ‘짱구’ 또한 그렇다. 하지만 그 셋의 경우에는 왜인지 ‘한국 애니메이션’이라는 강박에 벗어나지 못한다는 인상을 지우지 못하겠다. 다시 말해서 만약 이것을 수출할 수 있을까? 혹여, 수출한다면 외국인은 이 개그 포인트에서 웃을까? 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가령 뽀로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어느나라 아이도 웃고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 애니메이션이 하청을 넘어서 원작을 가지고 스스로 만들수 있게 되었다면 내수 만이 아니라 수출을 생각해야 할 때이다. 애니메이션의 한류를 만들어야 한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드라마가 수입되어 왔다. 한국사람조차 일본 드라마에 비해 한국 드라마는 한 수 밑으로 쳐줬지만 이제는 일본 TV 방송 편성표를 보면 도대체가 한국드라마 없이는 얘네 방송 펑크 내는거 아냐? 싶을 정도가 되었다(물론 프라임 타임은 아니지만 거의 24시간 방송하는 현실에서… 거의 모든 방송국 홈페이지만 들어가더라도 한국드라마는 하나의 장르로 확립되어 있다).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은 갈수록 보는 사람만 보는 오타쿠만의 장르가 되어가고 있다. 만약 한국의 참신한 원작과 그림이 파고 들 수 있다면? 그래서 마치 아줌마 팬들이 한류 드라마를 보고 열광을 하고 나중에는 좀더 젊은 연령의 대중들이 한류에 열광하듯이 한류 애니메이션에 열광한다면? 이는 한국 애니메이션 뿐 아니라 한일 애니메이션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기폭제가 될 것이며 정체된 시장과 고인 물을 해소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나는 그런 꿈만 같은 날을 기대한다. 그런 날이 온다면 자연스레 우리나라의 고연령 애니메이션 시장도 맑은 날이 오리라.
덧말. 애니메이션은 필연적으로 타이업 음반판매와 BD/DVD 판매를 동반한다. 이는 다시 말해서 한국 아티스트의 동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류 애니메이션’은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