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스타벅스를 가는 까닭은?

흔히 맥도널드를 일컬어서 전세계 어디서나 동등한 맛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곳이라고 폄하를 하지만, 가끔은 ‘전세계 어디서나 동등한 맛’을 비슷한 수준의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는게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를 해외에 나가보면 가끔 느낄 때가 있습니다. 물론 현지의 식도락을 즐길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해외에 나가서 몸이 아프고 정신 없을때는 식도락이고 현지인이고 뭐고 눈에 보이는 패스트푸드 점만큼이나 안심스러운게 없더군요. 덕분에 무척이나 유감스럽게도 어렵사리 갔던 여행 2일차 점심은 한국과 대동소이한 햄버거였습니다.

이야기가 샜습니다만, 제가 스타벅스를 가는 까닭에 대해서 몇몇 분들이 오해를 하시기 때문에 이를 좀 바로잡고 싶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스타벅스가 최고다 라고 해서도 아니고, 스타벅스의 분위기를 탄다 또한 아니고, 스타벅스의 사이렌이 그려진 컵을 들면 뭔가 있어보여서도 아닙니다.
스타벅스야 말로, 커피계의 맥도널드이기 때문이죠. 뭔말인지 아시겠는지요? 제가 스타벅스에 죽치고 앉아 있었을 때 얘기입니다만, 몇분의 ‘파트너’와 개인적으로 알고 지냈습니다. 한가지 느낀 사실은, 물론 경력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어딜가나 스타벅스의 초록색 사인 아래에서는 거의 용인할 수 있는 동일한 맛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빼어난 수준이던 아니던 말이죠. 스타벅스가 우수한 품질이다 라고 하면 코웃음 칠 분도 있지만, 스타벅스 만큼이나 거대한 체인이 일정한 수준의 품질을 제공함으로 인해서 전반적인 업계나 고객의 기준이 상승했다는 사실과 어느 정도의 디팩토 스탠다드를 규정했다는 것만큼은 인정할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이 기준으로 볼 때, 솔직히 파XXX의 경우에는 스타벅스보다 맛이 없고, 커XX은 비싸죠…).
물론 좋은 바리스타가 정성껏 하우스 로스팅해서 제대로 뽑아주는 이상적인 크레마가 띄워진 에스프레소나, 바리에이션도 좋지만, 그게 어떻게 보면 지뢰찾기 같아서, 높은 확률로 지뢰를 만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입니다. 잘 알고 지내는 가게를 간다면 모를까, 생판 모르는 곳에 떨어졌을때 스타벅스의 사인은 곧, 기대하는 맛이 나올 것이다. 라는 것이죠.
잠시 언급했습니다만, 제가 스타벅스의 파트너들, 일부는 파트타이머, 일부는 계약직, 일부는 정규 채용된 분들을 뵈었고, 계약직에서 정규 고용 된 과정에서 제가 추천을 해드린 분 또한 계셨습니다만, 어찌됐던 인상깊었던 사실은 그들이 보는 상당한 두께의 매뉴얼과 정리된 프로토콜, 그리고 이른바 ‘마루닦기’부터 시작하는 훈련 과정이었습니다. 근무가 끝나고 틈틈히 공부를 하는데, 규정상 공개는 할 수 없지만 물어보니 커피의 품종과 각종 장비 사용법, 음료의 배합 등이 다뤄진다더군요.
정리하자면, 누구든지 맥도날드를 빼어난 식사라고 하지 않듯이 스타벅스 자체가 빼어난 커피는 아니지만, ‘예측할 수 있는 퀄리티’를 제공할 수 있는게 스타벅스인 셈입니다. 문제는 그 평준화된 품질에 대한 가격이 생각보다 높다는 것인데, 제대로 한다 싶은 가게를 가보면 아시겠지만 또 그게 아주 비싸다고는 할 수 없답니다. 대량 구매, 대량 배전 등 규모의 경제를 잘 따르고 있기 때문이지요. 만약 비싸다고 생각한다면 이용하지 않으면 된답니다. 커피는 필수재가 아니고 경쟁 업체도 많이 있으며, 또 잘 찾아보면 보석같은 가게가 많이 있으니까요. 햄버거가 유용한 끼니이긴 하지만 맥도날드만 먹고 사는 사람은 없지 않습니까? 더욱이 햄버거 값이 오른다고 해서 불평하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커피보다 식사가 중요한데 말이죠. 끼니보다 커피가 비싸다고 불평하는것은 끼니가 커피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것인데 정작 중요한 끼니가 오르는 것보다 커피값이 오르는걸 불평하는 것보면 재미있지요.
덧. 이걸 스타벅스를 옹호하는 것이라고 보시면 곤란합니다. ^^ 제가 알고 있는 스타벅스 직원들은 요즘 뭐하고 계시는지 모르겠네요. 전부다 전보되거나 퇴직했습니다. 참고로, 제가 다니던 스타벅스 점포는 제가 사정이 있어서 못가거니와 2년전쯤 아예 헐렸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에 가면 비슷한 커피를 마실 수 있습니다. 마치 알바가 바뀌어도 빅맥이 맛이 변하지 않는것 처럼 말이죠. 이게 정말 장점이기만 할까요?

2 thoughts on “내가 스타벅스를 가는 까닭은?

  1. asitiso

    전 그것이 바로 단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의 스타벅스 직원들 어디로 갔을까요?
    우리의 소비 패턴으로 누가 이득을 볼까요?
    프랜차이징의 장점은 높은 품질이 아니라 저렴한 가격이라고 들었는데 왜 우리나라 스타벅스는 가격도 만만치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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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푸른곰

      맞습니다. 단점이지요.. 하지만 상당수의 경우에는 ‘거쳐가는’ 직업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만드는걸로 진로를 정한 분도 계시지만 상당수 분은 생활비용이나 학비를 조달하기 위해서 가령,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지향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스타벅스에서 일했다거나.

      십대때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한다고 해서 평생 그 학생을 패스트푸드점에서 볼 수 없다고 흠잡을 수 없는 것처럼… 뭐 백프로 단점이라고 볼 수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런식으로 하자면 단기고용을 하는 모든 직업자체가 절멸해야할 대상이 될지도 모르지요. 물론 교육에 많은 서로 많은 비용과 수고가 들어서 비교적 중단기적인 고용관계가 됩니다만, 단기적인 수입을 원하는 직원과, 단기적인 고용을 원하는 회사의 입장이 잘 맞아 떨어지고 있고, 이것 또한 존재해야하는 문제입니다.

      음. 가격의 경우, 스타벅스 자체가 비싼것은 사실인데, 프랜차이즈라고 해서 가격이 내려가는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프랜차이즈가 생기면서 가장 커다란 장점은 제가 언급했던대로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좀 더 넓은 범위’에서 누릴 수 있다가 아닐까요. 가령, 배달 치킨 1위인 BBQ나 피자 1위인 피자헛이 저렴해서 1등은 아니지요. 더욱이, BBQ나 피자헛은 가맹형식(프랜차이즈)고 스타벅스는 백퍼센트 직영이므로 구분상 프랜차이즈라기 보다는 체인점에 가깝습니다. 어느쪽이든, 지향하는 타겟에 따라서 ‘저렴하게 가겠다’는 것과 ‘비싸게 가겠다’는 형태가 존재합니다. 보통, 대규모로 전개하는 경우는 저렴하게 대량으로 판매해서 이익을 내는 구조라 전자가 많다고 생각됩니다만, 고가, 고급을 지향하는 점포라는것도 얼마든지 존재합니다. 식음료만 하더라도, 피자헛이나 KFC 비비큐 같이 비교적 고가인 브랜드가 있고, 미스터피자 같이 중간부분을 하는 브랜드도 있죠.

      물론 그것이 ‘고급으로 돈을 내고 먹을 수준의 것이냐’라는 문제와는 어디까지나 별개입니다만. 그런식으로 계속 물고 늘어지게 되면 정말 기초적인 부분을 제외한 모든 산업은 괴멸당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당장 ‘프리미엄’이라는게 없는 시장을 떠올려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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