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현대 택배에 대해서 일갈 한적이 있다. 솔직히 우리나라의 물류 사정은 굳이 현대택배가 아니어도 정말 개판이다. 옐로우캡이라는 회사가 요즘 가끔 걸리는데, 얘네들은 간단하게 말해서 완전히 베짱 영업을 하고 있다. 현대택배는 일단 우리 동네 대리점까지 와서 행방이 묘연해졌는데, 옐로우캡 이 자식들은 아예 익일에 안산에 도착하지도 않았던것이다. 안산이 목적지인데 왜 대리점은 부천인지 알 턱이 없거니와, 본사에 전화해보니 물량이 많아서 아직 도착안했다고 내일 도착할것같단다. 그 다음에도 이회사로 걸렸는데, 이번에는 기사를 알려주더라. 전화를 걸어서 어디사는 누구인데 언제 받느냐고 물어보니, 대뜸 ‘물건이 상하는거에요?’를 묻더라. 벌써 의중이 전달되었다. 이자식들 또 내일로 미룰려는구나. 아니나 다를까 얼버무리자 전표를 보고서는 내일 간다고 하더라. 상하는게 아니라고 적혀있을테니까. 아마 김치라던가 아이스팩에 넣은 갈비세트라고 하면 로테이션을 틀어서라도 오늘 가져다줬겠지. 시펄것들. 물건 망가질때 보상받으라고 적어놓은 품목명을 지들 멋대로 유용하다니.
이런 상황은 아마도 충분한 배송 기사들을 배치하지 못한 탓일 것이다. 많은 지역을 적은 기사들로 커버하려니, 짐이 조금만 넘쳐도 지랄이 나는거고, 그리고 정규지점을 개설해서 정규직원으로 하면 돈이 많이 드니 대리점에 위탁하고 그 대리점은 또 영업소에 위탁하고, 그 영업소에서도 정규 고용하기가 힘드니까 용달기사까지 쓰다보니 현대택배 사태 때처럼 물건이 닷새동안 실종당했는데 사흘동안은 위치소재파악 조차 안되어 붕 뜨는 사태가 발생한것이다. 옐로우캡 같은 영세업체는 아예 기사가 곧 영업점이 되어 한 지역을 먹는 형태이니, 기사가 물건을 골라서 당일 배송하는 짓거리를 하는 것이다. 물건 배달 몇개하면 얼마 수수료 받는 식에 얼마 보내면 얼마 수수료 받는 식으로 장사하는데, 어떻게 물건이 넘친다고 기사를 늘리겠는가?
그러니까 알고보면 이게 한국사회, 특히 물류화물업계의 하청과 재하청 문제, 거기에 비정규직문제에 특수자영업자문제까지 아주 골아프게 얽히고 섥힌 문제인것이라는 생각이다. 거기뿐이랴, 덤핑까지 이뤄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2500원이 보통이고 값이 일정금액 이상이면 보통 배송료를 상점이 부담하기도 한다. 심지어 인터넷서점은 경쟁적으로 무료 배송[footnote]사실 이건 미국, 일본도 마찬가지만 우리나라처럼 책을 1만원 이상사면 무조건 당일-익일 무료배송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은 없다. 최소한 2~3만원 어치를 사야 저렴한 배송방법으로 발송한다. 심지어 일부 국가의 아마존(Amazon)은 유료회원에 한해 배송료를 면제해주는 경우도 있다.[/footnote] 을 한다. 어떤 기사를 보면 큰 대기업 쇼핑몰에는 그 이하에도 계약을 한다는데 그러니 정규직원과 하부 물류 거점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다. 붉은매님께서 쓰신 일본 택배 사정 을 보면 정말 부러울 지경이다. 하지만 유념해야할 사실은 일본에서는 권역별로 나누어서 지역에 따라 요금이 달라 최소 740엔~최대 1160엔(간토 기준으로 위로는 홋카이도와 아래로는 큐슈까지 멀어질수록 증가) 정도한다. 에지간히 큰 상거래 업체가 아니고서야 거의 대부분 할인은 없다. 2500원이라는 저렴한 배송료가 솔직히 말해서 전자상거래를 유지시켜주는 것은 사실인것 같다. 책만해도 급한게 아니면 어차피 내일이면 오겠다. 배송료도 없겠다. 그러니 인터넷으로 사는것인데…
무료 혹은 2500원 배송의 문제는 쇼핑몰의 사정에 맞춰 싼곳으로 입찰해서 정해지는 건데. 그러다보니 덤핑이 일어나고 품질이 떨어진다. 내가 현대택배를 보이콧한다고 하자마자 현대택배와 거래하는 어떤 곳에 거래를 하게 되었는데, 그냥 한마디만 했다. “배송지연 및 물품소재불명 다발. 현대택배로는 받지 않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연락요망” 하면. 대개 전화해서는 우리는 거기만 계약하니까 어쩔수 없단다. 나는 대답했다. ‘계좌번호 불러라, 다른 택배로 보내서 계약요금외로 들어가는 차액은 내가 내겠다’ 두번 보내긴 귀찮은가보다. 그냥 취소하겠냔다. 근데 어짜노. 저기서만 취급하는 물건이니. 기다리겠다고 했다. 뭐 역시나 늦었고. 그 이후로 요즘은 내가 좀 씹은게 효과가 있는지 좀 나아지는 모양이지만.
아니 배송비를 자기네들보러 부담하라는 것도 아니고 엄연히 내 돈주고 산 물건을 내 돈주고 운송하는데 왜 마음대로 고객이 바꿀수 없는것인지 궁금하다. 게다가 그 가격은 자기네들이 마음대로 덤핑으로 내리친 가격이라 제대로 된 서비스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믿을 수 있는 회사로 받을 수 있도록 해주던가, 아니면 덤핑을 하지 말아서 질이라도 떨어뜨리지 말던가…
그러나 저러나. 가끔 느끼는 한국 정부의 효율성에서 언급했던데로, 우리나라 우체국은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볼수 없다. 방문접수하는 택배는 그다지 싼편이 안되지만, 창구에서 익일특급소포로 보내면 1건도 일반 택배보다 싸고 믿음직하게 배송된다. 우체국은 배달 시각까지 미리 통보하고 지키고, 없었을때 들렸다면 종이를 붙여놓고 간다. 여지껏 트러블은 둘째치고 불쾌했던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