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만났으면 좋았을 것이라도.

언제인가 나는 약속을 했었다. 마치 떠나 보내는 무언가를 마지못해 놓아주는 듯한 기분으로.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도 무너저 내려버렸으리라.?

“약속해줘, 언젠가 내가 널 만나러 오게 된다면. 그때는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을테니까, 그때 커피라도 하자.”?
그녀는 그러자고 했다. 그렇게 해서 나에 대한 의무를 다하고 나를 내려 놓은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녀를 단념했다. 그것이 이제 천천히 생각해보니 3년전의 일이 된다. 나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는것일까. 오늘 하루하루가 한 일은 없는데 시간은 간다며 걱정이라는 동생에게 그래도 형이라고, 이렇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아, 내가 이렇게 오늘 하루는 뭘 달성했구나’ 하면서 살수 있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단다.”?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데, 과연 나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을까. 이제는 시간이 흘러 한때는 참을 수 없었던 그 뜨거웠던 마음은 내가 다니던 중학교 운동장 어딘가에 서있던, 생각하는 사람 레플리카처럼 차갑고 무뚝뚝하게 식어있다. 아마 다시 어디선가 그녀를 만난단들, 이제 두번 다시 그 약속을 지킨다한들, 그때 그 약속을 했을 때 내 마음을 다시 되찾기는 어렵겠지.?
그럼에도, 나는 그녀가 보고 싶다. 나는 그녀를 3년전 한번 보았다. 타계한 피천득 선생의 ‘인연’에서처럼 비록 그 두번째가 아니 만났으면 좋았을, 그럴 인연이라 할지라도. 찾고 있다,?이런곳에 있을리가 없을텐데. 약속은 그저, 서로를 내려놓기 위해 했던 자기 위안으로 끝나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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