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나간 책값

이외수의 <하악하악>을 샀다. 도서관에서 운좋게도 남아있던 애플&닌텐도를 빌려 읽었다. 요즈음 즐겨 읽은 책들을 보면, 책을 구입해서 읽는다는게 얼마나 사치스러운 일인지 생각한다. 일단 <하악하악>만 하더라도 단순한 에세이 집인데 값이 12,800원이다. 예전에는 옛다 하고 5천원어치 도서상품권 하나면 시집 한권이라도 사다 볼 수 있었던것이 책값이 하나둘 6천원 7천원하고 오르더니 이젠 에지간한 시집 한권도 8~9천원 하더니. 이 오름세의 정점이 (이외수님에 대한 개인 감정은 전혀 없지만) 하악하악이다.



영어관련한 책들은 더욱 심하다. 나는 영어를 공부하던 학생이기 때문에 호기심에 영어책을 사곤하는데 간단한 학습법에 관한 책도 만원은 가볍게 넘고, 에지간한 책들은 1만 7~8천원 하더니 요새는 2만원은 훌쩍넘어 3만원을 육박하는 책들도 나오고 있다.



컴퓨터 책들은 또 어떤가? 내가 처음에 컴퓨터를 배울 때 만해도 어지간한 책들은 만 오천원을 넘지 않았다. 그렇지만 요새 나오는 책들은 쉽사리 3만원을 넘어간다.



세상에 모든 것이 오른다지만 책값만큼 제멋대로인것도 없는 것 같다. 한두권씩 사 읽는것도 아니고 일년에 수십권을 사 읽는 입장에서 보면 이제는 우리나라는 완연히 선진국의 책값 수준을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놈의 책값이 또 오롯이 좋은 작품을 위해서 사용되느냐 하면 또 그것은 아닌것 같다. 요즘 인지 안붙이는 책들이 꽤 많다. 컴퓨터책의 상당수가 그렇고, 의외로 많은 개인 저자의 책들이  그러하다고 들었다. 책을 내면서 출판계에서나 사회에서 저명인사가 아니고서야 판매 부수에 따른 수익을 요구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는게 출판 바닥 풍토라는 것을 안다. 대개는 원고료처럼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라, 아무리 책이 잘 팔려도 저자에게 막상 돌아가는 수입은 독자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적다라는 점이 열패감을 느끼게한다.



거품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그리고 수익 구조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할 것같다. 저자에게 합리적인 배분이 없다면 일종의 기망행위다.

추가(2008.09.08):  어디선가 들으신게 있으신지 이외수 님은 말하신다. 이렇게 값진 내용을 가진 책값타령을 하냐고. 금이 값진것을 모르는 등신은 드물다. 하지만 금값은 비싸다고 느끼지 않는 사람은 더욱 드물다.  책이 돈값을 안하는게 아니라, 그 돈 자체가 비싸다는 것임을 이해해주시길. 아울러 나는 책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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