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최일선에서 집행하는 측이 법을 어기는 상황에….

솔직히 이번에 경찰과 시민측의 대응을 보면서 든 첫번째 생각은 경찰의 인내심 부족입니다. 두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전투 경찰(혹은 의무 경찰, 이하 통일)이라는 준 군사 조직에서 상부의 지시에 반해서 폭력이 일어났다고 보기에는 논리적인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즉, 굳이 말하자면 경찰로써는 정말 사태 진정과 상황 종료를 꾀하려 했다면, 자기 집안 단속만 잘했어도 충돌의 상당수를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뭐 결국 박수도 두손이 마주쳐야 난다고 경찰이 적극적으로 전수방위에만 전념하는 와중에 폭력사태가 난다면 당연히 그 책임을 오로지 시위대에 밀어넣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즉 저는 유혈사태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일부러 자제력을 느슨하게 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적극적인 방임), 혹은 할수 있는데 그냥 냅뒀는지도 모르죠(소극적 방임). 어찌됐던 정부의 속셈은 사태를 극한으로 치닿게 해 국민 감정을 악화 시키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솔직히 제 상상력이 지나친지는 모르지만,  전투 경찰이 맘만 먹으면 사태를 상당수 진정시킬 수 있었으며 그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사료됩니다. 설마 일개 대학생도 생각할  수 있는 사실을 모르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경찰이 가만히 있었다면 여론조작이 쉽다는 것도 비약이 아닙니다. 조중동은 오늘 자 지면에서  편집 도구를 적극 활용해서 지키는 경찰을 에둘러 싸고 폭행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흡사 시위대만이 폭력을 행사하고 물건을 던진 것처럼 보도했지만 실제로는 어땠습니까? 그렇지 않았다는 증거가 속속 올라왔습니다. 그런 보도의 모습에서 보실 수 있듯이 정부와 보수언론에 있어 ‘경찰은 지킬 뿐’이라는 이미지는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그런데 그런 이미지를 취하고자 한다면 실제로 ‘지키기만 하면’ 되는데 실제로는 그러지도 않고, 언론을 이용해 그런 이미지만 취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법을 어기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전수방위적으로 대응할 것이냐. 라는 것에 대해서 반론을 예상합니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예로부터 심지어 대권을 가진 자라 할지라도 자신이 어떤 원칙을 관철시키기 위해선 그 자신부터가 그 원칙을 지켜야만 한다는 것을 잘 압니다. 법을 최우선으로 지키고 국민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하는 경찰이 탈법적인 폭력과 시대에 반하는 과잉진압을 하며, 국민을 폭행하는데 과연 폭력을 쓰지 마시라는 담화 몇마디를 가지고 진화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정말 끝낼 의지가 있다면 이제부터는 버스로 막던 컨테이너로 막던 가로막고 스크럼을 짜고 인의 장벽을 치십시오. 그리고 지키고 계십시오. 그러고 나서도 폭력사태가 나거들랑. 시민을 폭도로 몰던 승냥이로 몰던 하십시오. 비겁하게 언론플레이 하지 말고 말이죠.

나쁠것 없지 않나요? 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면 ‘관용의 정신’으로 사태악화를 막았다고, 사태가 일어나면 폭도로 밀어붙일수 있어요. 이래저래 하룻밤 가만히 앉아 있는것 치곤 나쁘지 않은 대가입니다. 정말 한손뼉으로 박수소리가 나는지 한번 보잔 말입니다.

추가
전투경찰, 군대대신에 간다죠? 군대에서 저쪽에서 위협을 가한다고 앞뒤 안가리고 독단으로 응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아실겁니다. 그래서 교전수칙이라는게 있는게죠. 어찌되었던 정부탓이 없다고 할수는 없을겁니다.

로마자 표기법 문제 – ‘오륀지’냐 ‘오렌지’냐 보다 ‘김’이냐 ‘킴’이냐가 더 중요

지난 학기에는 꽤 많은 영어 전용 수업을 들었다. 특히 더욱더 이채로운 것은 그 수업 모두 외국인 교수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중 한 교수는 한국에 체류한지 올해로 8년째라는 나름대로 한국생활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캐나다 사람이었는데 과제제출을 할때 항상 한글로 이름을 써서 내라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 그는 한국 사람들은 자기 이름을 하도 제각각 쓰기 때문이랬다. 같은 자음을 하도 다양하게 쓰다보니, 알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차라리 한글을 익혔으니, 한글로 써라. 라는 것이 골자이다.

연초,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의 ‘실언’하나가 두고두고 얘깃거리가 됐다. ‘오렌지’하니 몰라서 ‘오륀지’하니 알아들었다는 자기 경험담을 기초로 국어의 외래어 표기법을 바꿔야 한다는 요지의 말이었다. 숙대 총장 출신의 학자출신의 입에서 나온 국어에 대한 상식 이하의 발언은 국어계를 비롯 각계에서 욕을 얻어먹었다. 그에 대해서 중앙일보의 한 기자가 쓰는 우리말 컬럼에서 이런 골자의 말을 했다. 외래어 표기법은 단순히 소리나는데로 적는 것 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말도 지방이나 화자에 따라 발음이 조금씩 틀리듯이 외래어도 발음이 조금씩 다른데, 그 모두를 받아 들일 경우 생기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표준을 정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 칼럼을 읽고서 우리가 정작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문제에 대해서 한가지 떠오른게 있다. 내가 다니는 대학에서는 1학년은 반드시 말하기 연습과 글쓰기 훈련을 주4시간 3학점 이수하게 되어 있다. 그 글쓰기 수업은 글을 문법이나 맞춤법에 맞춰 쓰는 것을 연습하는 것이 주였는데, 마지막 수업은 우리나라 말의 로마자 표기법을 배우는 것이었다. 주로 사용되는 자음과 모음의 표준적인 표기를 써서 우리가 쉽게 틀리는 문제에 대해서 바로 잡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삼성이라면 Samseong 등이고, 내가 잘 틀렸던 경기도는 Gyonggi-do 였다(나는 Kyunggido를 썼었음). 아무튼 이런식인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로마자 표기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 수 있었다. 외래어 표기법은 아주 확실히 정착해 있기 때문에 표기법에서 어긋나서 텔레비죤이나 콤퓨타 같은 단어를 경우는 매우 드물다. 외래어 표기법 이전의 책을 보면 도오쿄오나 오오사까 같이 적는 책도 보았었다. 어떤책은 도오쿄나 오오사카 라고 적은 책을 보기도 했다. 한마디로 외래어 표기법이 제대로 이뤄지기 전에는 지멋대로 표기였고, 이게 기자가 말한 외래어 표기법의 존재 이유다.

마찬가지 혼란이 한글을 영어 로마자로 표기할때 발생하고 그 표준을 정하기 위해서 한글로마자 표기법을 만들었다. 이 기사를 보면 한글의 외국어 표기가 꼬이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알 수 있다.

일단 기사에 나온 문제를 짚고 넘어가자면 한국인 중에서 한자를 보고 지하철역을 찾는 사람은 수효로 1%도 안될것이다. 외국인을 위해서 본다고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일본과 한국, 중국의 한자가 다르다. 이 포스트의 첫사진 처럼 일본에서는 일본어, 영어, 중국한자, 한글을 표기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네이버에서는 ‘짱개들을 위해서 뭘’ 이런 반응이지만. 나는 이런 사소한 면모에서 외국인을 위한 선진국 적인 배려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두번째 문제는 앞서도 말했듯이 영어 표기가 일단 엉터리라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기사에 대한 네이버 기사 코멘트를 보면 가관이다. 영어 보면 되지 라는 것이다. 근데 그마저도 문제가 있는게 앞서 말했듯이 표기법도 개판이고, 정작 도움이 안되게끔 만드는 일관성 문제도 있다.

이를테면 우리나라에서는 한자어로 된 지명을 영어로 풀어쓰기도 하고 그대로 읽기도 한다. 2호선에서 읊으면 “시청”은 City Hall, “삼성”은 “Samseong”인데 다음역인 “종합운동장”역은 Sports Complex이다. 3호선의 예를 들면 “삼각지”는 Samgakji인데, “남부 터미널”은 Nambu Bus Terminal이다.  4호선을 포함하면 숙대입구(갈현)역이 Sookmyong Women’s University로 꽤 차이가 난다.

지명을 포함한 고유명사를 굳이 번역하지 않는 것은 번역의 룰이다. 만약에 그렇지 않다면 뉴욕의 센트럴 파크는 ‘중앙 공원’이 될것이고 힐튼호텔은 ‘언덕위 호텔’이 되야 할지도 모른다. 이는 혼란을 피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평소에 시청역, 종합운동장역, 숙대입구역이라고 얘기하지 어느 누구도 City Hall 이니, Sports Complex니 Sookmyong Women’s University니 하지 않는다.

옆에 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도청앞(都廳前)역은 Tokyo Metropolitan Government 가 아니라 일본어 발음 그대로 Tochomae역이고, 쓰키지시장 역도 Tsukiji Market 역이 아니라 Tsukijishijo 역이다.

혹자는 이러한 표기가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법석일지 모르지만. 이 사소한게 방문객에게 허들이 될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정작 우리가 외국을 여행하면서 느끼지 않는가? 낯선 땅에 생판 모르는 남에 나라말과 그닥 잘하지 않는 영어로 설명되어 있으면 영어로 어떻게든 찾아갈수 있을런지 모른다. 그렇지만 한국말이 있다면 그 자그마한 선심이 인상깊게 남고, 그게 얼마나 큰 편의를 제공하는지 알것이다. 나는 네이버에 그런 배려가 선진국 답다고 썼더니 ‘4개국어를 쓰면 선진국’이냐는 욕을 얻어먹어야 했다.

CNN을 틀면 서울 방문 광고가 연일 나온다. 광고보다는 이런 마인드가 고쳐져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대국민 담화문을 보며 맥주를 마시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어제 저녁, 또 다시 서울 도심에서 과격 폭력시위가 벌어져 시민과 경찰 양쪽에서 많은 부상자가 발생하였습니다. 일부 시위대가 쇠파이프와 망치로 경찰버스를 부수고, 쇠줄까지 사용하여 경찰버스의 탈취와 전복을 시도하였습니다. 나아가 새총과 쇠파이프로 전경을 공격하는 일까지 발생하였습니다.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양쪽에서 부상자가 나왔다지만 결국 포커스는 많은 사람들이 과격한 행동을 해서 그랬다는 이야기군요. 아무런 보호구 없는 시민들한테 돌던지고, 아무런 위협이 없는 시민에게 곤봉찜질하던 건 왜 일자 언급이 없나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생긴 부상자는 카운트 안하는겁니까?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선, 이러한 불상사가 발생한데 대하여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하며,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신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부는 그동안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서 추가협상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서 국민 여러분이 그동안 정부에 요구했던 사항들도 대부분 반영되었습니다.


총리 때도 그렇지만 과정면에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보여지지 않으며, 결과를 보아도 그건 마찬가지입니다. 결과나 과정 모두 불만족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시위의 목소리 또한 당초의 주장과는 상당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쇠고기 문제를 떠나 정부의 정당한 정책수행을 반대하고 나아가 정부의 정체성까지 부정하고 있습니다. 시위의 양상도 날이 갈수록 과격 폭력화 되고 있습니다.


-> 법적으로는 흠결 없을런지도 모르겠지요. 공기업 민영화를 비롯한 일련의 요구사항은 정당한 정책수행에 대한 반대일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또한 민주노총은 다음주 수요일, 근로조건과 전혀 관계없는 정치적 목적의 파업을 예고하고, 미 쇠고기 운송·출하 저지를 위한 불법집단행동에 들어갔습니다.
 
 친애하는 국민여러분!
 그동안 정부는 촛불집회에 대하여 국민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평화적인 집회개최를 요청하면서 인내와 인내를 갖고 공권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해 왔습니다.


-> 제 눈에는 그게 우리가 맘만 먹으면 니네들 쓸어버릴 수 있다는 협박으로 보이는군요. 그게 아니라구요? 에… 글쎄 지금까지의 경찰쪽의 폭력 진압이 ‘최대한 자제해’온 표현이라면 맘 먹으면 발포라도 할겁니까?


 
그러나 초반의 평화적이었던 촛불집회가 소수 주도의 과격·폭력시위, 조직적 깃발시위로 변해가면서 급기야 어제 밤과 같은 불행한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러한 사태가 재발한다면, 일반시민들의 안전도 위협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 그걸 이해해주니 다행이군요. 전수방위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돌던지지 말고 애꿎은 사람 개패듯이 패지 않으면 훨씬 덜 불행할 것 같군요.



 이러한 사태는 절대로 막아야 합니다. 정부로서는 물리적 충돌에 의한 불행한 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하게 최루액 살포 등 법에 따른 강력한 대응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 그러니까 니네들이 들어달라는거 다들어줬고 이젠 우리한테 기어 오르려 하는거 못봐주겠으니 혼좀 내겠다는 거군요.



 또한, 과격·폭력시위를 조장·선동하거나 극렬 폭력행위자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 검거하여 엄정하게 사법 조치할 방침입니다. 파괴된 기물 등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민사상의 손해배상도 청구하겠습니다. 아울러, 민주노총의 총파업과 불법집단행동에 대하여도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국민여러분!
 이번 시위와 관련하여 국민여러분의 자녀이자 친구인 전·의경들도 밤낮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어제 밤에도 100여명이 넘는 전·의경들이 부상을 당하였고, 이중 상당수가 중상을 입었습니다.
 지금까지 부상당한 전의경들은 총 400여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100대가 넘는 경찰버스와 1400여점의 경찰장비도 파손되었습니다.


-> 시민의 피해는 보이지 않으십니까?



 시위가 두 달이나 계속되면서 주변상가는 물론 우리 경제 전체에도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국가신인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외국 투자자와 관광객들도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 한총리의 담화문때도 말했지만 ‘근거’라는걸 대십시오.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개소리니까. 조작된 여론조사나 통계라도 좋으니까 한번 대보란 말입니다.



 전 세계가 유가급등으로 위기에 몰려있고 특히 우리 경제도 어려운 상황에서 불법폭력시위가 계속될 경우 누가 우리나라에 믿고 투자하겠습니까?
 불법폭력시위는 서민경제를 죽이는 일이고 그 피해는 묵묵하게 일하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습니다.


-> 근거. 근거를 대십시오. 일개 개인의 주장이면 모를까 정부 담화 쯤 되면 근거가 필요한건 애도 압니다. 누가 썼는지는 모르지만 한국 대학 교육의 실패의 표상이군요.



 더구나 이러한 현실은 아직까지도 국민들께 정확히 전달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균형있는 보도가 필요합니다. 정확한 정보들이 국민들께 전달 될 수 있도록 언론계의 협조를 당부드립니다.


-> 충분히 정부 입장은 잘 전달되고 있습니다.



법과 질서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전·의경들의 고충에도 관심을 갖고 보도해 주실 것을 거듭 요청드립니다.


-> 이하동문.



 또한, 민주노총도 불법적인 총파업 계획을 철회하고, 미 쇠고기 운송과 출하 저지를 즉각 중단하기 바랍니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국가현안을 다루어야 할 국회의원들 중 일부가 시위에 참가하여 불법폭력집회를 오히려 격려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입니까?


-> 국회의원 이전에 국민이고, 국민은 집회의 자유가 있습니다.



친애하는 국민여러분!
 이제는 우리 모두가 경제적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데 역량을 모아나가야 할 때입니다. 법을 지키는 가운데 자기주장을 펼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과연 시위를 주도하는 쪽이 역량을 모으는데 방해를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러려는 서민들의 경제적인 짐을 늘리려는 정권의 일련의 행동이 방해를 하는 것일까요?


2008년 6월 29일
법무부 장관             김 경 한
행정안전부 장관       원 세 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 인 촌
노동부 장관             이 영 희
국무총리실장           조 중 표 

당신들은 더 뛰지 않아도 됩니다. – 삼성 기업 광고에 대한 단상


뭐 이거 말고도 사막에서, 습지에서 삼성 마크를 달고 고생하는 제군(?)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한눈에 보기에 추워도 춥지않다하고, 한눈에 보기에 힘들어 보여도 힘들지 않답니다. 역시 한눈에 보여도 고립무원의 처지라 외롭다 생각해볼만 한데 외롭지 않답니다. 그러면서 더 뛰겠습니다. 더 땀흘리겠습니다 그러는군요.

이 광고는 아시다시피 특검 끝나고 여론무마용으로 나온겁니다. 근데 저는 저 광고를 볼때마다. 물타기구나… 삼성이 참 간교하고나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저런 사람들이 있기에 삼성은 있을수 있겠지요. 절대적인 수량을 떠나서 저런 사람들이 삼성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지는 의문입니다. 다시말해 저런 사람들이 몇몇(아니 한 수백명 쯤) 있다고 해서 삼성이 달라질것은 없습니다.
 
결국 삼성의 커다란 움직임은 경영진들이 만들어 나가는거니까 말입니다. 저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금의 삼성을 등치 시키는 행위는 상당히 모순적입니다. 일 부분을 보여주고 전체로 확대해석시키고저 하는 행위지요. 저기 북쪽의 평양이 딱 그짝이죠. 평양의 모습만 두고 보면 지하철도 있고 꽤 문명의 혜택도 접하고 있다지요? 하지만 그 바깥은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우리가 평양이 아니라 북한 전체의 모습을 두고 김정일 정권을 비난하듯이. 삼성의 전부가 저렇게 극지에서 뛰는 사람들이거나 수출역군은 아니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삼성의 문제는 광고에 나오는 사람들이 더 뛰고 자시고 해서 전부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니 더 뛰지 않아도, 더 땀흘리지 않아도 됩니다.

도서관 전쟁 12화 – “무법은 질색이다”

도서관 전쟁이란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4월 신작 애니메이션인데 개인적으로 말도 안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럴듯한, 한마디로 ‘판타지’한 근미래를 다루고 있습니다. 대강을 설명하자면 말 그대로 도서관이 책을 두고 전쟁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된 전차는 이렇습니다. 정치권에서 (물론 대외적인 명분은 따로 있겠지만)다분히 자신들의 통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일체의 미디어(언론 뿐만 아니라 책, 영상, 음악등을 통틀어)를 검열하게 이르는데, 이를 ‘미디어 양화법’이라고 정합니다. 이를 집행하는데 있어서는 무력까지도 서슴없이 사용되는데 이에 대항하기 위해서 미디어 검열에 반대하는 일각의 바람을 담아 ‘도서관 자유법’이 견제 목적으로 만들어져, 검열에도 불구하고 도서를 보전하고, 제공하는 자유와 의무를 지우게 됩니다(도서관은 자료수집의 자유가 있고 제공의 자유가 있고 이용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지키기 위해 도서관도 전수방위(오로지 지키는 것을 목적으로 함)를 목적로 무장, ‘도서대’라는 군을 두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참 도서대원인 카사하라라는 활달한 소녀가 겪는 에피소드를 그립니다. (도서관 전쟁의 설정에 관해선 이글이 명쾌합니다)

HD급 2D 애니메이션인데, 그 작화의 질이 아주 괜찮고(시종 깔끔하고 굵고 깨끗한 선이라는, 다분히 컴퓨터로 그린 티가 나기 때문에 거부감이 있는분도 있겠지만), 이야기도 상당히 신선하고 주인공의 발랄함과 코믹함 때문에 아주 맘에 들었었는데 요번 금요일로 12화라는 짧은 수로 끝이나더군요. 벌써 끝날 것이라고는 생각못해서 파일 이름에 [완]자가 붙자 좀 당황스러웠지만 결말은 꽤 깨끗하게 났습니다. 엔딩은 꽤 맘에 들었습니다. 덕분에 이 녀석이 후속 제작될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DVD로 8월에 나온다는데 블루레이로 나온다면 하나 사두고 싶을 정도로 꽤 괜찮은 그림이 나옵니다. 신카이 마코토의 초속 5센티미터와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이후로 이러한 느낌이 드는 애니는 처음이네요(그래 놓고도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BD판을 예약해둬버렸다는).  나중에 애니는 따로 소개할까 싶습니다.

아무튼 그 12화를 보니 인상적인 내용이 나오는군요. 도서대는 미디어 양화법을 집행하는 미디어 양화위원회의 군대(일명 ‘양화대’)와 전시물을 두고 공방전을 겪고, 양쪽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나옵니다. 하지만 미디어 양화법에 의해 사실상 관제화 된 언론에 의해서 양화대의 피해만이 부각되고 엄연히 법적 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서대의 피해는 축소 왜곡 됩니다. 또 일방적으로 도서대의 책임을 만을 둡니다. ‘검열은 나라가 정한 법이다. 법을 어기고 제멋대로 행동했으니 사상자가 나와도 할말이 없는것이다’ 라던가 ‘도서대가 검열에 저항하지 않았다면 그런 비참한 일은 없었을것이다’ 라는 둥. 그리고 각지에서 양화법 옹호단체에 의한 시위가 연일 이어집니다. 그런 언론에 대해서 도서관은 일체 무대응으로 방침을 정하고 함구령을 내리는 통에 사실상 도서관안에 갖혀버린 와중에 카사하라는 전투에서 부장한 상관의 문안을 가서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의 구절을 읽어줍니다. 주인공은 “무법은 질색이다(無法でたくさんだ)”라는 구절에 상관이 붉은 줄을 그어 놓은걸 발견합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나오는 카사하라를 카메라와 기자가 에워싸게 됩니다. 앞서 말했듯이 편파적이기만 한 미디어를 대변이라도 하듯이 도서대의 사상자는 있거나 말거나 질문은 “양화대에서 사상자가 나온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입을 여는 것이지요.

“오해가 있지만, 우리에게도 도서관 자유법이란 법적 근거가 있습니다. (도련님을 보이며) 이책 우리 상관이 어릴적에 읽고 무척 감동한 모양입니다. 저에게도 소중한 책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다른 사람이 표현한 것, 이를테면 책이나 영화, 드라마나 음악 등이 여러분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었다는 생각을 하신적이 없나요, 그걸 빼앗을 권리를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것은 잘못된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기자가 질문을 던집니다. “그래도 법은 법이 아니냐”고 말이죠. 그러자 도련님의 구절을 외칩니다. “무법은 질색이다(無法でたくさんだ). ” 라고 말이죠. 그리고 자신의 신분증에 그려진 도서관 표장을 보여주며 말합니다. “이 꽃의 이름은 카모마일, 꽃말은 고난속의 힘, 지금 우리 도서대는 강한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지켜야만 하는 것을 지켜내고야 말것입니다.” 라고.

무법은 질색이다’에 대하여.사전적인 의미로 “무법은 질색이다” 이 맞습니다만 이게 ‘조중동’ 스런 분들한텐 얼씨구나 법을 지키지 않는 촛불 집회하는 새끼들… 라고 하실런지 모르겠지만. ‘도련님’에서는 다른 의미입니다.

(도련님, 11장 중에서)
「だまれ」と山嵐は拳骨げんこつを食わした。赤シャツはよろよろしたが「これは乱暴だ、狼藉ろうぜきである。理非を弁じないで腕力に訴えるのは無法だ」
「無法でたくさんだ」とまたぽかりと撲なぐる。「貴様のような奸物はなぐらなくっちゃ、答えないんだ」とぽかぽかなぐる。

보시면 주먹을 맞은 쪽에서 난폭하다. 행패이며 시비를 가리지 않고 완력을 쓰는건 무법이다. 라고 법을 운운 하자. 한대 더 때리면서 무법은 (이쪽이야말로) 지긋지긋하다. 라고 말합니다. 너같은 녀석은 그러지 않으면 답을 안한다며 계속 마구 때렸다 라고.

말이죠. 다시 말하면, 법을 안지켜가면서 때리는건 이쪽이 더 싫지만 않그러면 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우리도 법을 어겨가며 싸우고 싶지 않지만, 법을 어겨서라도 싸워서 지켜야 할 것(미디어의 자유)이 있다 라는 뜻이라고 해석하시면 될듯 합니다.  한국어 번역 텍스트를 찾기 위해서 서점을 나가 얼마 안되는 번역본을 봤지만 이 대목을 제대로 번역한 책이 없기에 원문을 인용합니다.

법은 법 아니냐는 소리를 들으니 일부 친 정부 언론이나 일부 우익들의 생각이 떠오릅니다. 옳지 않은 법을 의심하지도 않고 따르는것은 문제가 있지요. 그리고 도서관전쟁의 3화와 4화에서는 미디어 양화법을 옹호하는 관변단체가 주인공과 도서관장이자 도서대의 총사령관인 이나미네를 납치하고 인질극을 펼치는 장면도 있고, 그리고 12화에 걸쳐 꾸준히 도서대에 반대하는 단체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물론 때론 폭력과 범죄까지 무릅써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뉴라이트인지 뭔지도 떠오르는군요 ㅎ

어떤 분은 이 애니메이션의 이런 면을 현 시국과 연계하는 것을 경계하시더군요. 쉽게 말해 아무리 그래도 폭력을 사용하는 것은 (애니메이션이던, 현실문제던) 문제가 있다. 라는건데 앞서도 말했다시피 도서관 전쟁의 도서대는 어디까지나 전수방위를 목적으로 한다는것을 일찌감치 설정하고 있답니다. 즉, 저쪽에서 먼저 치고 들어오니 이쪽에서 지키기 위하는 것이지요. 이 또한 현실과 어느정도 닮아 있군요.

지랄같은게 저는 여기서 우리나라의 요즘 모습을 발견했는데. 앞서도 말했듯이 이건 남의 나라 ‘판타지’라는거죠 ㅡㅡ; 애니메이션 조차 맘편히 보지 못하는군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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