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쓴글] 보충수업/야간자율학습, 자유는 있다 그러나 자유를 누릴 자유는 없다.

이 글은 제가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썼었던 글입니다. 지금처럼 블로그가 없었던 시절이니만큼,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었던 오마이뉴스에 썼던 글입니다. 그리고 생애 최초로 잉걸이 되어서 커다란 반응을 얻었던 글이었죠(그래봐야 1000여회의 조회수와 5개의 댓글, 그리고 1만원의 원고료가 다입니다만). 이걸 용기삼아서 아래에 썼던 한겨레 신문 투고도 하고 나름대로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에 관한 글을 썼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가서는 몸이 아파서 거의 학교를 못 나갔던 까닭도 있지만, 자연스레 포기 내지는 체념을 하게 되더군요… 저보다 6살 아래인 동생이 여전히 고등학교에서 새벽 6시에 일어나서 11시까지 야자를 하고 돌아오는 걸 보면서, 결론적으로 지금까지도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변절자’인 저를 자책하기도 했었더랬습니다. 하지만 이 글들을 쓰고 나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습니다만, 제 자신이 사회에서 미치는 소리의 영향은 절망스럴 정도로 적다는 걸 실감합니다. 솔직히 출신 대학으로 제가 평가되는 사회에서 대학생이 된 저는 이미 도축장의 소처럼 등급이 매겨진 다음입니다만, 이 문제를 고쳐야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아 참고로 이 기사는 제가 인터뷰를 한 시점에서 쓰여진 기사지만, 자문자답이었답니다. 당시 댓글에서는 너무 티가 난다고 하는 글이 있었습니다만…. 흐흐. 뜨끔했지만 잡아 뗐죠.(이하 기사)


고1인 김모 군, 그를 시내에 있는 큰 카페에서 만난 것은 들떠있는 토요일인 지난 6일 오후였다. 그는 그나마 자기가 다니는 학교는 토요일에 보충수업을 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어떤 학교는 토요일에도 다섯시까지 수업을 한다고, 진저리를 쳤다.(당사자가 실명 및 사진 촬영을 거부하여 부득이 공개하지 못함을 양해해 주십시오. 교칙에 의하면 무기정학 및 퇴학 조처될 수 있다고 합니다)

“글쎄요, 저희반에는 대략 대여섯 명 정도를 빼놓고는 거의 다 야간자율학습-아니 야간 자기 주도 학습을 하고 있어요, 물론 어지간해서는 빼주질 않아요, 예를 들어서 학원을 간다든지 하는 이유로는 더더욱 어렵지요, 그래서 빠지는 애들은 한 애는 아직 발육부진인 아이고, 한아이는 심한 눈병-백내장-을 앓고 있어서 쉬고 뭐 그런식이죠.”

그에게 야간 자율 학습에 대하여 간단히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자, 이렇게 대답했다.
“물론, 이건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라고 하죠. 앉아서 있으면 공부를 하지 않겠느냐는 거죠, 물론 별 차이 없어요, 사실 선생님들 지나갈 때나 가끔 뒤척이는 정도고, 거의 자거나 장난 치기가 일쑤고…”

김군은 그렇게 몇마디씩 말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사실 별로 새삼스러울 리 없는 일이 아니던가.

“선생님들은 다른 학교도 이걸 하니까 모의고사 평균이 20점 올랐더라 라는 이유로 합리화를 하는데 그걸 믿을 때는 정말 학기초 잠시라고밖에 볼 수 없어요. 왜냐면 실제로 성적이 오르는 애들은 공부를 잘하는 애들밖에 없거든요. 그런 애들은 아마 야간 자율 학습을 하지 않아도 공부를 잘할 거예요, 학원도 있고 과외도 있고-왜(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부모들이 워낙에 관심이 많아서 말이죠. 20%의 아이들이 80%의 성적을 올리는 걸 가지고 붙들어 두는 거예요, 한마디로 (자기)합리화를 그렇게 하는거죠.”

그래도 적어도 사교육을 줄이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 않느냐는 말에 김 군은 손을 휘휘 저으며, 잠시 어이 없는 듯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학원이요? 갈 아이들은 어차피 가게 되어 있어요. 저는 다행이 그래도 부모님이 조금은 관대한 편이라 그렇지만 새벽 한시까지 공부를 하죠. 그래가지고 다섯시에 일어나고 그래야되요.”

선택으로 하지 않을 수 있지 않느냐고 묻자 김 군은 피식 웃는다. 어이가 없다는 것이다. 커피를 천천히 마시면서,

“선택이라고 말하죠, 하지만 그런 선택을 하려는 부모가 몇이나 있을까요? 하루는 특기 적성 교육 희망원(보충수업 신청서)를 보여 주면서 종이를 갈지(之)자로 접어서 불희망란을 안보이게 해놓곤 “이부분은 없다고 생각해라”라고 말하더군요. 그러면서 “이건 자율이다”라고 애써 강조를 하더군요.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날이 바로 강제적 보충 수업을 금지하겠다는 날이었죠.”

“게다가…. 대학을 가겠느냐 안가겠느냐 하는 질문 앞에선 그저 힘이 툭하고 빠져버려요. 그래요 맞아요, 대학을 가야 하는 건 사실이니까요. 안가면 사람 구실 못한다고 수도 없이 세뇌를 당했는데 안그럴 재간이 있겠어요? 그런 환경에서 자유는 어림도 없죠, 아무리 자율, 자율 규정을 만들어 놓아도, 아마 지금 이 구조에서는 공염불일거예요.”

“난 가끔 이런 의문이 들어요, 도대체 교육의 주체가 누구죠? 학교인가요? 아니면 대학인가요? 학생과 선생님이라고 생각해요, 가끔 가다보면 야자나 보충학습 때문에 사제간에 얼굴을 붉히는 것도 여러번이고 말이에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대학 갈거냐고 묻는다면 할말은 있어요, 그럼 학생에 입시정책을 맞추면 되죠. 한번만 학생을 입장을 생각해보고 한번만 학생의 생활을 생각해보길 바래요, 만일 모두가 야간 자율학습이나 보충수업을 못하게 한다면 과연 대학 때문에 학교에 남긴다는 말이 나올까요? 그거 안한다고 대학 가는데 손해가 있을까요?”

“하지만, 그러기 전에 난 정말 부모님들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처음에 우리가 다니는 학교도 완전 자율이었대요, 그런데 학부모들이 인근에 딴 학교를 말하면서 공부 안시킬거냐면서 애를 망칠거냐면서 들들 볶았다고 해요. 한마디로 스커트 바람에 밀려서 진저리가 나서 어쩔수 없이 밀어부친 거라더군요-물론 이것도 반발을 재우기 위한 학교의 자기 합리화에 지나지 않지만 말이에요-공부 잘하라고 격려는 해주지 않고 말이죠. 아마도 그 부모들은 아이가 건강히 무럭무럭 커서 자기가 하고싶은일 하면서 자기 인생의 주인공인 자식이 행복하게 잘사는것 을 보는것이 아니라, 자기네들이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가서 자기가 원하는 인간-그래봐야 의사나 정치인 변호사 쯤되겠죠-이 되어 효도하길 원하나 보죠, 그래서 조신한 아내, 유능한 남편이랑 결혼해서 손자 만나는게 행복이라고 생각하나 본데 그렇담 행복을 한참 잘못 알고 있는 거일거예요.”

어느덧 이런 저런 소리를 나누다 보니, 김 군은 시계를 본다. 벌써 4시 반. 시내에 나온 김에 얼마 남지 않은 모의고사를 대비하려고 문제집을 사러간다고 자리를 일어날 채비를 하는 김 군이 떠나면서 그랬다.

“혹시 제 말을 듣고 누가, 그럼 그걸 안하면 사교육이 늘어나지 않겠느냐고 말하면, 이렇게 저 대신 말해주세요,(그러며 손가락으로 목을 그었다) 교무실에서 청소를 하는데, 한 선생님이 어떤 1학년 아이를 불러세워서는 “도저히 내가 어떻게 기초를 못잡아 주겠으니, 주말에 과외를 하든 야자 끝나고 학원을 다니든지 하라”고 말하더라고요, 아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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