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주 기분이 좋았습니다. 시험이 끝나고나서 돌아와보니 용돈을 모아서 주문했던 닌텐도 DS 게임이 도착했기 때문입니다. 3만 9천원에 배송료 2천원까지 도합 4만 천원이 들어갔네요.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 이게 제 15번째 NDS 타이틀입니다. NDS타이틀이 보통 이정도가격이라고 치자면 거진 60만원 가까운 돈이 들어간 컬렉션입니다(실제로는 더 비싼타이틀도 더 싸게 중고로 산 타이틀도 있으니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대략 새 게임을 샀을때의 절차는 새 DVD나 새 CD를 샀을때와 절차가 비슷합니다. 우선 패키지를 천천히 살펴보고 음미하는거죠. 그리고 생기는 기대와 흥분은 무척 기분이 좋은것입니다. 더더욱이나 이미 주문해서 제것이 된 상태가 된 경우라면 더욱더 흐뭇하죠. 조심스럽게 컷터칼로 비닐을 벗겨냅니다. 그리고 정성스럽게 매뉴얼을 꺼내서 일독합니다. 아 대충 이런 게임이구나라는걸 알고 나서, 게임카드를 꺼낼차례입니다. DS를 들고 게임카드를 집어넣고 파워를 넣습니다. 그리고 대충 한시간은 게임에 붙들려 있는거죠.
“오.”
탄성이 나오는 부분도 있고, “어” 그런 부분도 있습니다. 어찌됐던 게임을 즐깁시다.
한바탕 재미있게 놀고 나서는 정성스럽게 다시 케이스에 넣어서 방한구석에 쌓아둔 NDS게임타이틀 위에 쌓아둡니다.
아주 즐겁게 게임을 즐겼습니다만, 게임에 대한 정보를 알아다니면서 NDS게임을 사지 않고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더욱이 나아가서 70만대가 넘게 닌텐도 DS가 팔렸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그 5분의 1밖에 팔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PSP처럼 게임이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기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이외의 사용자는 한국닌텐도가 배급하지 않는 게임을 샀거나(일본게임이나 미국 게임을 샀다는 말), 중고로 샀거나, 아니면 다운로드를 받아서 게임을 즐겼다는 말이 됩니다. 아마도 중고거래가 ‘국전’에 거의 집중된것을 감안하고, 그 외의 채널에서 닌텐도 DS가 많이 판매된 것을 감안하면, 후자라고 생각됩니다. 바보된 기분이었습니다. 새 게임이 나올때마다 설레여가면서 돈을 모으고 그걸 샀었던 저로써는 완전히 바보된 기분이었습니다.
게임의 즐거움 중 하나는 당연히 그것을 구입했을때 느끼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건 음악이나 영화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합법적으로 구매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공짜로 그것을 도둑질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패키지를 쥘 때의 흐뭇함은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이따금씩 게임이 짜증나게 할때가 있습니다. 잘 안풀리거나 막힐때가 있기 마련이죠. 그 때 저는 게임에 들인 값을 생각하면서 다시 맘을 다잡고 플레이합니다 그러다 풀리면 그게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그래서 게임을 하는거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공짜로 플레이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없을 거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 사람들에게는 그저 쉽게 다운 받은 하나의 파일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NDS 게임 다운로드에 관한 기사의 댓글에 NDS 게임이 비싸다고, 그게 학생이 살수 있는 가격이냐고 합니다. 말도 안됩니다. 비싸다고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는게 합리화 될수는 없습니다. 일본의 플레이스테이션1 때 광고에서는 ‘게임은 용돈을 조금씩 저금해서 삽시다.” 라고 캠패인을 전개하기도 했었더럤죠. 게임을 하나 둘씩 사서 모으다보니 수십만원에 달하는 돈을 게임에 쏟아부었지만, 저라고 돈이 많아서 그걸 다 돈주고 산건 아닙니다. 사고 싶어도 꾹 참았다가 돈이 모이거든 다른걸 하고 싶은걸 참고서 샀습니다. 물론 다운로드를 해서 할 수 있다라는걸 모른 제가 바보일 수 있지만 말이지요.
닌텐도 DS가 정발이 되기 전에 DS를(DS Lite가 아니라 DS) 구매한 저로써는 한동안 영어나 일본어로 된 게임을 플레이했어야 했고, 그렇기 때문에 재미가 반감이 되었더랬습니다. 말을 못알아 들어서 공략집이나 대사를 번역한 별도의 글을 보아 가면서 플레이 해야 했고, 게임 캐릭터의 농담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우리 정서에 맞지 않거나, 혹은 매뉴얼을 알아볼수 없어서 게임을 제대로 플레이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아마도 영어나 일본어로된 게임을 즐겨보신분이라면 아실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한국 닌텐도의 100% 한글화 게임만 내놓겠다는 정책이 무척 반가운 것이 사실이고, 그 한글화의 질 또한 ‘어서오세요, 동물의 숲’ 에서 볼 수 있듯이 무척 훌륭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한편으로 NDS 게임의 불법 다운로드의 성행이라는 기사와 직접 목격한 NDS 게임 파일의 공유를 보면서 닌텐도가 한국에서 손을 떼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이 듭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닌텐도는 한국에 진출하기 전에는 단 한편도 한국어로 된 게임을 내지 않았으며, 한국 사용자에 대한 지원 또한 전무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한국닌텐도가 로컬라이징 해놓은 게임, 특히 이번에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을 보시면 아시곘지만 번역은 아주 절실합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닌텐도도 하나의 회사에 지나지 않고 결국은 이익이 나지 않는다면 철수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한국닌텐도가 물론 100% 잘 한것은 아니지만(Wii 출시를 늦추고 있다던지..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을 퍼블리싱 하지 않는다던지 하는…) 그래도 한글화라던지 프로모션을 무척이나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공들인 일에 배신 당할때 그 배신감이 더 커진다고, 닌텐도가 공들인 만큼 닌텐도가 손을 떼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은 더욱더 커집니다.
대체로 모든 컨텐츠의 불법복제 문제를 다룰 때 나오는 문제입니다만, 결국에는 불법복제는 컨텐츠 생산의 의욕의 저하를 불러올 것이고 결과적으로 질적/양적 저하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저는 한 회사를 대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게임의 진정한 재미를 겨우 눈에 뜨이게 된 일개 유저에 지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닌텐도가 한글 게임을 덜 출시하게 되면, 당장 제가 즐길 게임이 줄고, 여러분이 즐길 게임이 줄기 때문에, 이는 저를 대변하는 것이고, 여러분을 대변해서 말씀 드리는 겁니다.
소프트웨어를 훔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