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복제가 기승이다. 영화고 음악이고 그 범위는 참으로 넓다. 특히 음반시장은 불법복제로 기둥뿌리가 뽑힐 지경이다. 음반시장이 2000년에 4000억원에서 올해 600억원으로 추락한 가운데 유료 디지털 음원 시장(무선(컬러링,벨소리)을 제외하고)은 겨우 1500억원에 지나지 않았다. 그말인즉슨, 결국은 CD 판매는 급감했다는 것이고, 이를 대체할 다운로드 판매는 그닥 신장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돌려 말하면 불법 다운로드가 기승을 부린다는 것이다.
왜 유료 다운로드 사이트들이 이렇게 기를 못쓰는 걸까? 그 이유는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돈 내기 싫다 같은 문제는 당연히 배제하고, 그 이유는 아마도 유료 음원 사이트들이 구매자를 잠정적인 도둑으로 몰고 있기 때문이고, 공급자가 우위에 서서 유료 음원 소비자들을 좌지우지하려고 들기 때문이다.
뭔 얘기냐 하면, 유료 음원 업체들(업체들로 줄이자)이 자신들의 컨텐츠를 보호하기 위해서 채용한 DRM(Digital Right Management) 때문이다. 본디 DRM이란 컨텐츠를 구매한 사용자 이외의 사용자가 컨텐츠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DRM이란 것의 의미라는게 얼마든지 확대해석이 가능해서, 우리나라의 업체들은 구매한 사용자가 정해진 행동 이외에는 할 수 없도록 구속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시발점이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 곡당 500원 가량을 주고 곡을 구매한다고 치자. 내가 할 수있는 건 내 PC에서 들을 수 있는것과 지정된 MP3에 넣고 듣는 것 뿐이다. 나같은 경우에는 여러대의 PC와 맥에서 음악을 듣는데, 합법적으로 구매한 음악은 복사하거나 네트워크 공유를 통해서 들을 길이 없다. 멜론 같은 경우에는 여러대의 컴퓨터에서 들을 수 있지만, 그 댓수가 석대로 제한되어 있고, 그나마도 변경이 불가능하다.
또, 지원하는 MP3 Player가 아니라면 원하는 MP3 Player에 복사해서 들을 길 또한 없다. 또 그 댓수 또한 사용자당 한대에 한정된다. 전용 플레이어가 아니면 전송 또한 할 수가 없다.
게다가 음악을 복사하면 들을 수가 없어서, 만약 하드디스크가 포맷된다거나 컴퓨터를 옮기게 되면 전부 다시 다운로드받지 않으면 재생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도 쥬크온은 한번 구매한 곡을 세번이상 다운로드 받지를 못하게 되어 있다.
반면에 CD를 리핑하면 어떠한가? 얼마든지 여러대의 컴퓨터에서 들을 수 있고, 얼마든지 어떤 종류의 MP3P에서도 재생이 가능하며, 포맷을 하더라도 파일을 백업해두었다면 얼마든 다시 들을 수 있다.
이러한 속성은 그대로 불법 다운로드로 들을 때도 적용이 된다. 돈을 내고 음악을 사도 그 음악은 오롯이 자신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돈을 냈음에도 자신이 원하는 컴퓨터에서, MP3P에서 들을 수 없는데 그게 어떻게 소유하는 것인가, 돈을 내고 업체가 소유한 음악을 빌리는 것이라고 볼수밖에 없다.
앞서도 말했듯이 DRM은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서 돈을 내지 않은 사용자를 가려 내어 사용을 막아야 하는데, 원저작자와 업체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역으로 돈을 낸 사용자가 복제하고 사용하는 것을 제약한다. 이는 사용자가 함부로 자신의 데이터를 복제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즉 다시말해 모든 사용자가 파일을 공유하는, 즉 도둑질 하는 도둑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상황을 요약하면 돈을 내고 음악을 사는 것은 스스로 자신을 묶는 다시 말해 자승자박인 꼴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가 돈을 내고 음악을 사겠는가? 거기에 잠재적인 도둑 취급까지 당하면서? 당연히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현재 수치가 놀랍지 않은 까닭이다.
반면에 미국의 iTunes는 20억곡 이상을 판매해 상업적으로 성공했다는 평을 듣는다. 어떤 점이 다른가? 사용을 해보고 나니 느낀것은 사용자에게 많은 자유를 준다는 것이다. 즉, 돈을 낸 사용자를 옭아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음악은 얼마든지 복사가 가능하다, 단 로그인을 해서 인증을 받아야만 들을 수 있는데, 한 아이디 당 다섯대까지 인증이 가능하고, 인증된 다섯대의 PC까지 얼마든지 들을 수 있으며, 만일 또 다른 PC에서 듣고 싶다면 기존에 인증된 PC의 인증을 해제하고(그러면 그 PC에서는 음악을 들을 수 없다), 새로 인증을 받으면 그 PC 에서도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된다.
물론 종류가 아이팟에 한정되기는 하지만 MP3P로의 전송 또한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몇대의 iPod이던 MP3P로 전송할 수 있게 되어 있다(MP3P에서 PC로 파일을 꺼내는 것은 안되도록 되어 있다). 그 절차또한 간편해서 동기화를 하고 있다면 자동으로 구입과 동시에 MP3에 다운로드 되도록 되어 있다.
더욱이 원한다면 구입한 음악을 CD로 몇번이고 구울 수 있어서, 이 절차를 거치면 DRM을 사실상 해제하는 것 또한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절차를 통해 iTunes가 지원하지 않는 MP3P로 전송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게다가, 한번 다운받은 음악은 같은 집의 네트워크에 연결된 다른 컴퓨터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인증 조차 필요하지 않다. 100대던 200대던 같은 공유기에 연결된 컴퓨터라면 들을 수가 있다.
무엇보다도 파일을 자신이 가질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 파일을 지우던 옮기던 복사하던지 상관이 없다. 따라서 얼마든지 백업을 할 수 있다. 자신이 파일을 소유하는 것이다. 재생할때 인증만 받으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정식 사용자가 복제하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구매하지 않은 사용자가 이용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러한 점이 iTunes를 적어도 합리적인 수준의 ‘제안’을 했고, 미국 사용자들은 그 제안에 ‘수긍’을 하고 구매를 하게 된 것이다. 가격문제나 음악을 돈을 주고 살것이냐 말것이냐 논란은 둘째치고(들을 음악은 구매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업체들은 자신들의 시스템이 소비자에게 수긍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를 고려해봐야 한다. 돈을 주고 자신을 옭아매는 현재의 시스템이 얼마나 성공적일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돈을 내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돈을 내는 고객을 옭아매고 더 나아가 잠재적인 도둑으로 보는 서비스가 어디 있는가?
덧붙임. 언젠가 따로 포스팅하겠지만, 업체는 사용자를 쫓아내는 DRM을 궁리할 시간에 어떻게 사용자를 유인할 프로모션이나, 보너스를 제공할 것인지를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