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를 위한’ 사치품의 이야기

얼마전에 PD수첩에서 3Lab이라는 ‘명품’ 화장품의 사기(?)에 대해서 폭로를 했는데 어디서 들어보지도 못했던 빈센트 앤 코  사건보다는 그래도 어디선가는 들어본적이 있는 것 같은 3랩 사건이 좀더 커다란 파장으로 다가온다.

솔직히 수십년 동안 독특한 향취로 사랑받아왔던 샤넬 No.5 향수도 아니고, 화장품이 애당초 명품이 존재하는것 자체가 좀 이해가 가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 명품이라는 단어의 뜻은 무척 곡해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품이라는 것은, 정말로 신념과 철학을 가진 사람이나 집단에서 비롯된, 어떠한 독특한 철학을 가진 제품을 의미한다고 본다. 대개의 그러한 철학은 경제성이나 대중성, 다시 말해서 수율이나 대량생산 능력에 있어서 상당한 규모에서 물러서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희소성이 올라가고 값이 올라가는 것이다. 예를들어서 주형에서 찍어내는 일본산 렌즈에 비해, 최종 생산품의 몇갑절을 깎아내어 만드는 독일산 렌즈가 그러한 예가 될 지도 모른다. 그 값은 수배에 달할지언정, 그 품질은 타협하지 않는것이다.

보통, 그러한 까닭에 어느정도의 이문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값이 높아질수밖에 없다. 그런데 90년대 들어서 불어닥친 이른바 ‘명품 열풍’은 슬프게도 주객을 전도시켜버렸다. 값이 높아서 명품이 아니라, 질이 뛰어나기 때문에 명품이라는 것을 잊어버린 맹목적인 추종이 남은 것이다.

솔직히 좋은 물건은 사용해봐야 안다고 생각한다. 두고두고 사용할때마다 만든이의 철학이 느껴나는 물건, 하나하나 만져보고 사용해볼때마다 만든이의 세심한 생각에 감탄케하는 그런 물건이 바로 좋은 물건, 다시 말해 명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값은 위에서 말했듯, 대체로 비싸질수도 있지만 그것이 꼭 비싼 물건일 필요는 없다. 나는 수백만원짜리가 넘는 몽블랑도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자루당 300원꼴하는 비크(Bic)볼펜이야 말로 명품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잉크 똥이 생기지 않을 뿐더러 부드러운 필기감을 오랫동안 유지해주기 때문이다(Write First Time, Every Time은 유명한 그네들의 모토이다). 아마도 이말에 동의 하지 않을이가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나는 비크보다 153이 더좋아. 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그건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면 우리는 모두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덕목이 다르니까 말이다. 그러기 때문에 ‘OO가 사용하는 명품’이라느니, ‘만인이 추앙하는 명품’이라는 말은 어쩌면 존재하지 못할수도 있을 것이다.

화려한 치사와 모델의 광고보다는 만드는 이가 철학과 최고의 제품을 위한 목표를 가지고 만들기에, 지니면 흡족스럽고, 그렇기에 신뢰가 가는 그런 제품이야말로 비로소 웃돈을 치르고서라도 가질 가치가 있는 명품이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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