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박물관에 어서오세요

나 는 박물관을 가지고 있다. 여느 박물관처럼,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을 소장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가치를 잴 수 있다면, 그 가치는 결코 대영박물관이나, 루브르박물관, 스미소니언박물관에 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박물관은 여느 박물관처럼 으리으리한 몸체에 그 위용을 자랑하지도 않는다. 내 박물관은 온라인에 있기 때문에 굳이 구미주로 여행을 갈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들리기만 한다면 아무런 감흥도 없는 그냥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시위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보는 독자들께서는 자신의 첫사랑의 얼굴을 기억하는지? 또 고등학교 동창의 얼굴을 얼마나 기억하고 계시는지? 평소에 아무리 기억력이 좋습니다라고 자부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세월이 지나면 그러한 자부심은 알량한 바람이 되어 사라져버리는게 우리의 기억이니 흐릿흐릿하게 젖빛유리 몇장을 거친듯한 흐릿한 얼굴이 떠오른다 해도 놀랄 것은 없으리라. 내가 사진을 시작하고, 나만의 ‘박물관’을 만들게 된 까닭은 이것이다. 몇 해전에 한 카메라 회사의 광고에서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는 글귀를 보면서 머리에 무언가를 맞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기억하는 내 삶의 모습들은 항상 단편적이고 일부분에 지나지 않아, 기억이 나더라도 흐릿할 뿐이지만, 수년전, 아니 십수년전의 일이라도, 사진으로 찍은 장면 만큼은 또렷이 머리에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그 래서, 나는 그렇게 무슨 바람에 홀린 듯,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나를 찍고, 우리집을 찍고, 내 방을 찍었다. 그렇게 기록된 사진들은 처음에는 난장처럼 어질러진 모습이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흐르면서, 내가 무엇을 공부했는지를 책상위에 쌓인 책들과 책장에 꽂힌 책들로 어림짐작하면서 나는 그렇게 기록이 인도하는 ‘기억의 폭발’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시간이 무척 흥미로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학교로 가져가기로 했다. 학교에서 나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찍었다. 처음에는 물론 반응이 여러 가지였다. 이런 녀석 여럿 만나봤다는 듯, 초보 사진사를 훈계하며 포즈를 취하는 녀석부터, 사진기를 들이대자 얼굴부터 가리고 냅다 뛰는 녀석들까지 다양했다.

개 중에는 수줍히 웃으며 V자를 그렸던 내 첫사랑이 있었고, 억만금으로도 갈음할 수 없는 친한 친구들도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이따금 사람많은 번화한 시내에 나가다가 반가운 얼굴을 마주치고 나면, 내가 사진으로 찍어 간직하고 있는 ‘추억속의 그들’과 많이 달라진 모습을 접하게 된다. 볼에 살짝 붉은기가 돌던 여자아이는 이제 과일향 향수와, 대학노트와 전공서적을 들고 있는게 어색하지 않은 나이가 됐으며, 솜털이 빽빽이 나있던 친구 녀석의 얼굴에는 솜털은 어디로 가고, 성성히 자라난 굵은 턱수염이 갈음하고 있었다.

이 렇게 변한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나서는 거울로 내 얼굴을 바라본다. 굵은 턱수염과 부쩍거칠어진 얼굴을 보면서 나도 점점 나이를 먹고 좀 더 많은 것을 책임져야 하는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정말 찰나 같았던 십대의 어느날, 환하게 웃고있던 우리들을 보면서, 우리에게 시간의 소중함에 대한 교훈을 말해주는게 아닐까 싶어 괜시리 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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