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키보드에 엠블렘을 달 수 있다면, 아마도 여기에 그것을 달아야 할 것이다. Happy Hacking Keyboard Professional 2는 그 독특한 아우라를 풍기는 외모에서부터 실크처럼 부드럽고 푹신한 가죽 소파처럼 탄성있는 키감을 제공한다. 그야말로 키보드의 롤스로이스라고 평하고 싶을 정도다.
한편으로 이 키보드는 다른 잡다한 기능은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이런 컴팩트 키보드가 다 그렇듯이 숫자키패드를 비롯하여 T자 화살표 키 조차 생략되어 있다. 이 키보드를 소개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 키보드의 그러한 점을 불편하다고 문제시 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불편한(?) 설계 또한 사실은 사용자의 편리성을 최우선에 두고 고려한 것이다.
아니 도대체 어째서 커서를 옆으로 옮기는데도 별도의 키를 따로 눌러야 하는데 무엇이 편리하냐고? 불편함은 있을 수 있지만 몇 시간만 쓰면 빠르게 적응할 수 있고, 보지 않고도 쉽게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만약 익숙해지게되면 손을 거의 움직일 필요가 없다.
내가 생각하는 해피 해킹 키보드의 장점은 이렇다.
검은색 몸체에 검은색 각인, 검정색의 키보드는 많이 봐왔지만 이런건 처음이다. 덕분에 각인이 있어도 각인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인기가 좋다고 한다. 키 배열을 자세히 보라.
작고 야무진 몸체와 좋은 감촉이 느껴지는 독특한 몸체
가로 길이가 대충 A4용지 만한 크기로, 무척 작은 키보드이다. 대신 넘버키와 F1~12까지의 펑션키 등등 잡다한 키들이 모두 배제됐다. 값어치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완성도 있는 몸체와 고급스러운 자판의 각인과, 감촉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내가 산 흑색 유각 키보드는 각인이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인 자체가 검은색으로 되어 있어 마치 무각인 제품을 사용하는 느낌이 든다.
독특한 키배열
독특한 키배열은 이 키보드를 불평하게 하는, 혹은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이다. 분명 이 키보드는 거의 최고의 키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 키보드가 가장 편리한 배열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이 키보드의 독특한 키 배열은 플랫폼과는 상관없는 독창적인 것인 것이다. 따라서 나는 한영 전환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키 기능을 윈도우와 맥에서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또한 이 키보드의 독특한 키배열은 화살표나 펑션키를 완전히 배제한 배열로 인하여, 펑션키나 화살표, Page Up/Down, Home/End 등의 키들을 Fn키와 함께 눌러야만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는 우리가보통 노트북에서 사용하는 방식과 같은 것이다. 이것이 처음에는 무척 불편하지만, 익숙해지게 되면 손을 움직이지 않고도 그 모든 키를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이것을 유닉스 프로그래머들이 매우 좋아했지만, 이 키보드는 사실 모든 플랫폼에서 해피하게 쓸 수 있는 그런 키보드다. 나는 이 키보드에서 커맨드 키가 커서 매킨토시에서 쓰기 좋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솔직히 맥에서는 커맨드 키가 대장 아닌가 ㅎ)
뭐니뭐니해도 극강의 키감
으음… 이것을 써보지 않는다면 이 키보드의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은 마치 그림의 떡을 보는것과 같다. 그렇지만 혹자는 이 키보드의 키감을 부드러운 떡을 주무르는 듯한 쫄깃함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이 키보드의 느낌을 흡사 일본 여성의 조곤조곤한 말투에 비교하고 싶다. 조용조용하고 부드럽고 웅얼웅얼 속삭이는 듯한 말투. 꼭 그런 느낌을 이 키보드로 입력하면서 느꼈다.
펜으로 글을 쓰는 작가가 펜을 따지듯
이 키보드를 만든 회사의 웹사이트를 가면 아주 재미있는 문구가 있다. “PC는 소모품이지만 좋은 키보드는 언제까지나 함께하는 것입니다.’ 내가 컴퓨터를 배웠을때(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는 키보드는 소모품이라고 배웠었다. 하지만 이 키보드는 그에 반하여 오히려 컴퓨터는 바뀌어도 계속 쓰는, 아니 계속 쓰고픈 키보드임을 웅변하고 있다. 마치 컴퓨터 혁명 직전에, 글로 먹고 살던 사람이 좋은 펜을 고집했듯, 컴퓨터로 글귀를 입력해서 먹고사는 사람에게는 역시 최고의 키보드를 고집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유별난 가격으로 사람들을 놀라게하고 주변 사람들은 어디 아프냐는듯이 바라보지마는 이 키보드는 정말로 가치가 있다. 이 키보드는 명품이기 때문이 아니다. 비싸서가 아니라, 이제부터 내가 뗄래야 뗄수 없는 그런 녀석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 당신도 그것을 느끼게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