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저는 소니에 대한 환상이 있었습니다. 사실 그도 그럴것이 과거 소니의 위세는 대단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1990년대까지의 소니는 그야말로 ‘찬란했던’ 시기였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이견은 있으리라고 보지만 소니의 태동과 급성장은 모리타 아키오와 이부카 마사루, 두 창업자의 시절에 이뤄졌다라고 판단됩니다. 천부적인 기술자며 애국자였던 그들의 리더십 하에 소니의 절반은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완숙시킨것은 그를 이어 사장이 된 오가 노리오입니다. 오가 노리오는 두 창업자가 살아 있는 동안에 그들의 직접적인 간택을 받아 경영에 참여한 케이스입니다. 그는 기술자도, 경영자도 아닌 음악가출신이었지만, 그가 훗날 이데이 전 소니 명예회장에게 “나는 컴팩트 디스크를 만들었어, 미니디스크를 만들었어, 8mm 비디오를 만들었어, 플레이스테이션을 만들었어, 자넨 도대체 뭘했나?’ 라고 호통을 칠 정도로 그는 한창때의 ‘최첨단’의 상징을 지휘하던 그야말로 소니의 첨병이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창업자가 사망하고 오가 회장이 물러나자 소니는 기울더니 이데이 회장이 내려올 무렵이 되더니 급속히 몰락해버렸습니다. 그나마 ‘소니니까’ 이정도 버티는거 아닌가 싶을정도로.
이건희 회장(직함이 뭐든 간에; 이하통일)이 돌아왔습니다. 이 회장이 삼성을 급속히 성장시켰는지 모릅니다. 삼성은 소니의 모습을 잘 봐둘 필요가 있습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삼성이 위기인건지 헛갈리긴 하지만 설령 위기라손 치더라도 그 위기는 이건희 회장이 돌아온다 해서 극복이 될지 의문입니다. 도요타 사태를 들먹이는데 도요타 최대 위기가 창업자 손주인 도요다 회장 치하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기억합시다. 오히려 이건희 회장은 삼성이 자신없이도 잘 굴러갈 수 있도록 전문 경영인과 전문 기술인에 의해 굴러가는 투명하고 전문적인 회사가 되도록 해야하지 않을까요?
다 집어치우고, 온갖 부정으로 인해 기소당하고 다른 사람이라면 진즉에 형을 살아야 할 것을 경제에 대한 공로로 ‘봐줬습니다’. 좌/우/진/보에 따라 옳으니 그르니 이견은 있어도 그가 삼성의 총수였으니 봐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났으면 그걸로 끝났어야 마땅합니다. 은퇴도 아니고 직장인으로 따지면 징계면직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징계로 짜른 사람도 여차하면 채용하는겁니까?
이 회장 복귀를 다룬 오늘 MBC 9시 뉴스 꼭지를 보니 기가 찬 분석이 있었습니다. 회장 복귀를 해서 평창 올림픽 유치에 힘이 쏟아진답니다. 어처구니가 이쯤되면 증발해버릴 지경입니다. 이 MBC가 어제 PD수첩에서는 도요타의 후진성을 깠습니다. 내가 보고 있는게 같은 회사방송이 맞는건지. 참 요지경 아닌가요?
올림픽은 끝나고, 방송권 그 진흙싸움에 관하여
올림픽이 끝났습니다. 아 대단했어요. 대단했는데, 이 경사를 두고 언론은 말이 많았습니다. 바로 방송권 문제였습니다. 주지하시다시피 SBS가 올림픽 방송을 독점한겁니다. 취지 자체는 이해가 가는것이 사실입니다. 사실 월드컵이나 지난 베이징 올림픽때까지만 하더라도 스포츠 중계가 방송 3사를 도배했기 때문에 애꿎은 시사프로그램 교양프로그램 같은건 휴방 1순위가 되곤 했었죠. 그러다보면 방송3사는 드라마,뉴스,경기중계만 남는 처참한 광경도 연출되곤 합니다. 그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실 한 두 채널로 몰아넣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스피드스케이팅을 비롯한 몇몇 중계 실수는 처음이라고 해서 넘어간다고 치지만, 솔직히 이를 둘러싼 뉴스 싸움은 좀 아니다 싶습니다. 올림픽 기간, 초반에는 기싸움에 SBS를 제외한 두 방송에서는 올림픽 소식이 안나오는 엽기적인 상황을 연출했고, 결국 두측 다 한수 접고 넘어가서야 7분인가 영상이 공급되면서 약간이나마 나오기 시작했습니다만, 틀던 장면 틀고 또 틀면서 밑천 보이더니 결국 김연아 시상식 장면에서는 동영상 대신에 외신이 촬영한 정지화(靜止畵)가 나오는 엽기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중계를 독점하는것은 좋지만 국민적인 관심사를 보도하는 것 마저 이렇게 할 필요 있었나 싶네요. 이 문제를 친구랑 토론하다가 ‘누가 SBS 뉴스를 보냐?’라고 했는데, 올림픽 기간에 확실히 SBS뉴스는 시청률이 올랐지 않나 싶군요. 이렇게 까지 해서까지 올리고 싶냐 싶지만서도.
거기에 하나 더 해서 이번 독점 중계문제로 SBS와 MBC,KBS가 공방을 했죠. 서로 자기네가 옳네 가지고 같은 국회 청문회에서 자기네 유리한 발언만 모아서 편집해서 방송해대고 말이죠. 음.. 이쯤되면 방송이 우습게 보이냐고 할수밖에요. 뉴스시간을 들어서 자기 방송사 변호/타사 공격이라… 쩝.
어찌됐던 이렇게 말많고 탈많은 올림픽은 끝났습니다, 근데 이제 월드컵이 남았군요. 과연 이 짓거리를 또 해댈건지 궁금해집니다.
이인혜 씨가 MBC를 떠나 정치계에 입문한다죠?
어저께 신문을 읽는데 MBC의 아나운서였던 이인혜씨가 MBC를 퇴사, 이명박 행정부의 부 대변인이 될 예정이라지요. 개인적으로 이인혜 아나운서의 시원시원한 보이스와 딱딱 끊어지는 말투가 좋아서 이름을 기억하는 몇명의 아나운서중 하나입니다만…. 이번에 결국은 정치를 하는군요.
정치를 배워서 타락한 MBC 출신이 얼마나 있었나요(KBS나 각 신문사 출신도 있습니다만 유들유들하게 정치를해서 그런지 그닥 떠오르는 사람이 없어, MBC 출신 수준에는 못미칠겁니다)… 가깝게는 지난 대선에서 미끄러졌던 정동영씨나 출신 때문에 당연히 정씨와 노 대통령 측근에 붙어 있어야했던 박선영 전 우리당 대변인도 생각이 납니다.
저는 그러한 중요한 자산인 언론인이, 역시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사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외우듯이 언론인도 5공 6공때 국민교육헌장 외우게 하듯 언론인의 사명 자세를 달달 외워 머리에 박히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날처럼 고등교육이 일상화 된 상황에서는 퇴색되었지만 언론인은 국민을 계몽시켜주는 최전선의 지식인이었습니다. 그런 언론인을 낳기 위해서는 회사는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결국 그돈 다 시청자가 주는 돈입니다. 게다가 언론인은 국가의 자산으로 한정된 전파와 지면을 독점하는 사람이며 그것을 생업으로 하며 훈련 되온 사람입니다.
그게 얼마나 중요하냐면 우리나라에는 두번의 정변(쿠데타)가 있었습니다만 두 쿠데타의 제1보는 중앙 기관과 군 수뇌부 그리고 주요 언론기관의 장악으로 시작됐습니다. 쿠데타가 성공하면 방송국과 신문사를 접수하고 접수 사실과 강령을 밝히는 걸로 시작하는데, 그 보도는 모두 언론인이 해왔습니다(언론인을 보는 측면에 있어서 이점은 아쉬운 점입니다. 헌데 머리에 총구를 겨누는데 거기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국가와 헌정을 짓밟고 요직마다 자신들의 사람으로 장악을 했던 사람들이 언론인 들은 어떻게 하질 못했습니다. 기껏해야 검열과 강압에 의한 해고를 통해서 입을 틀어막고 펜을 꺾은 정도였죠. 언론을 다루는 것에는 전문성이 필요하고, 높은 스탠다드와 규율에 관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아무나 못하죠. 앞서 말했듯 귀중한 공기를 사용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러므로, 언론인의 유출은 업종을 불문하고 아쉬운 일입니다. 단순히 정치인이 되고 말고는 저 태평양 건너 나라는 영화배우가 대통령도 했으니… 할말 없습니다만 영화배우 양성하는데 국민이 돈 주지는 않았습니다.
언론인은 소속과 위치를 뛰어넘어서 공정한 자세로 정의와 진실을 희구하며 그것을 널리 퍼뜨릴 것을 각오해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이전에 ‘중앙일보, 벌써부터 한나라당 편들기?’라는 포스트에서 썼듯이 특히 기자가 정치를 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고 봅니다. 아, 물론 정치 돌아가는 꼬락서니 보아하니 욱해서 내가 고쳐보겠다고 나설수 있지요. 앞서 소개한 포스트에서 저는 ‘언론인은 집지키는 개’다. 라고 표현을 했었습니다만, 집지키는 개가 도둑으로 전직하는 꼴이랄까나요. 이제껏 짖어대던 대상 편이 된다니 웃기지 않나요? 게다가 그 행태는 자기가 짖어대던 도둑과 똑같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죠.
사족. 손석희씨를 뒤이어 성경환 국장님이 요새 아나운서의 최고 위치라죠. 그냥 뉴스나 알려주시던때가 좋은데, 가끔 기사보니 관리자적인 고압적인 지시를 내리는 게 신문에 걸러지지도 않고 올라와서 심란해집니다. 뉴스 끝낼때 살짝웃은걸 가지고 뉴스에서 내리고 인사고과에 반영해 뉴스 진행에 영향이 있을거라고 하던 양반이 술취해서 방송할때는 침묵이셨지요. 쩝. 기강 세우는건 좋지만 서열이란 걸로 찍어누르고 그러는건 아니라고 봅니다. 이러니 안떠나고 배기겠냐! 라고 하면 비약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