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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점증적 혁신

내 멋대로 혁신을 두가지로 나누어 점증적 혁신(incremental innovation)과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두고 생각해보면 잡스는 파괴적 혁신의 귀재였던것 같다. 가만 생각해보면 모든 라이브러리를 들고 다니라던 아이팟이나, 버튼만이 존재했던 세상의 스마트폰을 타파했던 아이폰이나, 물론 처음에는 모든이의 비웃음을 샀던 아이패드도 상식을 타파하는 파괴하는 혁신의 사례가 되겠다. 반면 잡스가 사라진 다음의 애플은 전형적인 점증적인 혁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얇은 디자인 가벼워진 바디, 조금 쓰기 편해진 소프트웨어.. 그것을 위해서 백조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을 하고 있는것 같은데… 좀처럼 잡스시절처럼 펑! 하고 터지는 형태로는 나오지 않는것이다.

그러다보니 조금 더 편리한 소프트웨어를 채택한 회사가 나오거나 조금 얇고 가벼운 바디를 채택하거나 하면 위치가 흔들흔들 하고 있는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틀림없이 좋은 방향으로 앞선 방향으로 나아가고는 있는데도 말이다.

무엇에서 ‘와우’ 팩터를 찾아야 할까? 애플은 계속 점증적 혁신에 머물것인가? 이제 WWDC가 다섯달 가량 남았는데… 스티브 워즈니악의 somewhat behind 발언이 맴도는 새벽이다.

욕구를 만족시키는게 아니라 새로운 욕구를 만들어라

소니의 전 회장인 모리타 아키오는 사장 재임 당시 뉴욕과 도쿄를 빈번히 왕복하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방법은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프레스맨이라는 오디오 카세트 레코더에 헤드폰을 스테레오로 출력할 수 있는지를 떠올렸고, 프레스맨을 개조한 시작품의 제작을 의뢰해서 클래식 음반을 넣어서 들어보니 꽤 괜찮았다. 그때까지는 카세트 테이프에 담긴 오디오를 듣기 위해서는 커다란 카셋트 플레이어가 필요했다. 시끄러운 비행 중에 그는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즐길 수 있었다. 조용히 나만의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꽤 괜찮은 발상이었고 워크맨은 음악을 듣는 방법을 새롭게 제시했다. 다시 말하자면, 음악을 듣고 싶다 라는 단순한 욕구를 만족시킨 것이 아니라 ‘나 혼자만의 음악을 들으며  나 혼자 있고 싶다’라는 새로운 욕구를 이끌어 낸 것이다.

이러한 일례는 좀 더 가까운 시간내에서 애플의 성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내 음악을 모두 가지고 다닐 수 있다. 라는 iPod(아이팟)의 성공에서 시작해서, 전혀 새로운 전화의 사용 방법을 제공한 iPhone(아이폰), 그리고 거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iPad(아이패드)까지. 사람들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공장’인 애플을 매년 주시하고 신제품이 나올때 열광한다.

무난한 실적을 이끌기까지는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충실히 따르면 된다. 그러나 뛰어난 실적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라 사람들 조차 몰랐던 것을 내놓아야 한다. 스티브 잡스의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는 자신은 제품을 설계하는데 있어서 설문조사를 믿지 않는다라는 것이었다.

소니의 히라이 가즈오 신임 사장은 취임사에서 사람들이 소니의 제품을 기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 라는 목표를 밝혔다. 새로움을 잃어버린 소니는 과연 어떻게 할까? 한편으로, 삼성을 비롯한 우리나라 기업들은 어떻게 할까? 사실 나로써도 갤럭시 노트는 꽤 흥미가 깊은 제품이었다. 점점 진보하는 느낌이기에 향후가 더 기대가 된다.

‘흔들흔들 샤프펜슬’과 이노베이션

‘파일롯’이라는 회사가 있다. 한국사람들은 ‘파이롯트’라고 하면 잘 아는 회사인데. 일본의 문구 회사이다. 이 회사가 히트를 친 상품이 하나 있는데 78년 발명해서 히트를 친 흔들흔들(ふれふれ)기구이다. 그냥 샤프의 노크를 누르지 않고 살짝 흔들기만 하면 심이 앞으로 전진하도록 만들어진 것인데 개량이 이뤄짐에 따라 좀 더 좋아졌다. 그 파일롯 사의 홈페이지에 보면 후레후레 기구에 대한 해설을 하며, 신 제품 개발자가 술회하기를.

어린 시절때부터 흔들흔들 구조가 달린 샤프펜슬은 가까이 있었다. 내 시대에는 이미 일상적으로 보급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발매 당시에 획기적인 필기구라고는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라고 말하며 새롭게 개량한 제품에 대해 설명을 한다. 그러며 말한다.

정확한 금형히 완성되고 처음으로 제품이 모양을 갖췄을때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78년에 후레후레 기구가 발명된 이래로,  나 자신도 한 명의 사용자로써 즐겨온 흔들흔들 샤프가 좀 더 발전된 신제품이 되었다는 점이 무척 기쁘다. 이 신기능이 앞으로 ‘오, 이 기능을 기다려왔어’ ‘이거 쓸만한데?’ 라는 반응을 들으면 기쁘기 그지 없을것같다.

뭐 그냥 상투적인 말투에 불과하지만, 어릴적부터 자신이 늘 사용하다가, 그 제품을 처음으로 만들어진 회사에 가서 그 제품을 개량한다 라는 내용을 보면서 그냥 알 수 없는  감상적인 마음에 빠져 드는 것은 왜일까. 아마 누군가는 또 그걸 보고 놀라고, 다시 그걸로 공부를 하며 자라서 개량을 하고 또 재미난 물건이 생겨나겠지. 뭐 이건 하나의 예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담. 나는 수백자루의 펜과 샤프펜슬과 연필, 각종 노트류와 문구류를 섭렵하고 있는 문구광이다. 휴양중이었지만 그냥 홈페이지를 살펴보다보니 눈에 띄어 써본다.

휴대폰의 스펙다운 – 편하게 가는 혁신 태만의 결과

휴대폰의 스펙다운 – 갈라파고스는 만들어진다 에서 과분한 인기를 받았다. 이글은 트위터나 각종 휴대폰 관련 사이트에 입소문을 타고 전례가 없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특히 드림위즈의 이찬진님께서 트윗을 하셔서 수많은 리트윗을 낳아, 하루동안 트위터에서 트래픽이 몰리는 일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호응에 감사를 드린다.

오늘 이자리에서 논하고자 하는 것은 엔지니어링에 관한 것이다. 엔지니어링의 혁신에 대해서 다루는 글이 될 것이다. 엔지니어링에 있어서 혁신의 방향은 크게 두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첫번째는 점증형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말그대로 어떤 골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점증형 이노베이션의 대표적인 예를 ‘황의 법칙’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회사는 이 점증형 혁신에 있어서만큼은 우등생이라고 볼 수 있다. 90년대 말까지만 하더라도 몇메가비트의 DRAM을 만들었느냐가 뉴스가 되었고, 삼성이 일본 업체를 앞서서 세계최초로 256Mbit 512Mbit DRAM을 만들었더라 하면, Mbit와 MB도 구분 못하는 일반 대중들한테 나팔을 불어댔던 것을 잘 알것이다. 요즘은 DRAM에서 LCD 쪽으로 옮아가는 형국이다. 몇m의 글라스에서 몇 인치짜리 디스플레이가 몇개가 만들어지는지 같은. 한국업체, 특히 삼성전자는 다시 말하지만 이 분야에 있어서는 우등상을 타도 아깝지가 않다.

그리고 한가지 다른 이노베이션의 방향이 있는데 그것은 한도형이다. 명칭 자체는 곰곰히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개념을 어떻게 잘 전달하느냐를 고민하고 싶지만, 일단 개념 자체를 설명하자면 말그대로 점증형의 반대 개념이다. 예를 들어 점증형이 어떠한 목표(goal)을 향해 증가한다면, 한도형은 어떤 형태의 목표(한도)를 세우고 그것에 맞추어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다. OTP(One Time Password) 발생기를 예를 들어보자, 보통 OTP는 동글(dongle)형태인데, 이것을 휴대하려면 따로 들고 다니던가, 아니면 어떤 물건에 매달아야한다. 키체인이나 휴대폰 스트랩 홀더 같은. 그러나 기존의 보안카드는 지갑에 수납이 가능하다. 번거롭게 무언가에 매달 필요가 없다. 그래서 똑똑한 엔지니어들이 카드형태의 OTP를 만들어냈다. 카드형태의 OTP는 지갑에 기존 보안카드처럼 수납이 가능하다. 값이 두배가량 비싸지만 이 카드형 OTP는 인기가 있어서 구하기 쉽지 않다.

이러한 것은 여러 군데에서 발견 할 수있는 형태의 것이다. 즉, 점증형이 어떤 수치의 상한을 깨기 위해서 노력한다면, 한도형 이노베이션은 어떤 형태나 수치, 즉 규모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운신의 폭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이노베이션은 한도를 인정함으로써, 발생하는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한도형 발전은 엄연히 존재하는 혁신의 한 형태이며, 이런 혁신은 주로 고도의 창의력과 엔지니어링 능력이 요구되는 형태로 주로 구미 선진국이나 일본 업체들이 이런 일에 능하다. ‘서류봉투에 넣을 수 있는 컴퓨터’란 모토로 만든 맥북 에어는 그 엉뚱함과 말도 안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세간에 두루 회자가 되었고, 청바지의 작은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MP3 플레이어를 만들겠다는 모토로 키노트에서 사람들을 경악시킨 iPod nano를 가능케 했던 것은  ‘늘 하듯이’ 대용량 플래시 메모리를 삼성에서 만들어 말도 안되는 가격에 대량 공급했기 때문이지만, 정작 그 메모리를 써서 청바지 주머니에 들어가게 MP3를 만든 애플이 세계 MP3 시장을 석권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야말로 재주는 곰이 부르고 왕서방이 돈을 쓸어담는다는 말은 이럴때 쓰는것이다. 승승장구하는 iPod nano를 보면서 당시 언론은 삼성의 메모리 사업부가 한국 MP3 플레이어 시장을 고사 시키네 마네 하면서 한동안 입방아를 찧었다. 아마 삼성의 MP3 사업부는 메모리 사업부를 보면서 이를 부드득 갈았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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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d nano가 처음 스티브 잡스의 청바지 주머니에서 나왔을때 나 혼자만 경악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나라 삼성은 메모리성 반도체는 일등을 하는데 비메모리 반도체는 늘 후발주자라는 말을 한다. 인텔의 예를 들어보자, 인텔은 무어의 법칙을 따르기 위해서 꾸준히 CPU의 트랜지스터 크기를 줄여나가고 있다. 몇년전에 더 이상 집적도를 올리는것은 전기적인 특성이 어쩌구 저째서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그말이 돌던때 CPU 공정이 미크론 단위였는데 지금은 nm 단위로 내려가고 있다. (수치는 자세히 기억이 안난다, 컴퓨터에 담을 쌓은지 좀 되서)

휴대폰 이야기를 하는데 혁신의 두가지 유형을 구분하여 굳이 이야기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업체가 휴대폰을 스펙다운 하는 이유로써 드는 단골 핑계를 공격하기 위해서다. 스펙다운을 하는 가장 흔한 핑계는 한국 시장에 맞는 기능, 요컨데 DMB나 고해상도 액정 같은 기능을 넣기 위해서 해외 모델에 있는 어떤 특정한 기능을 구현할 여지(공간)가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 업체는 예의 점증형 혁신 모델에는  우수생이지만, 한도형 혁신에는 열등생인 셈이다. iPod nano의 예는 이를 아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다. 내가 마지막으로 쓰던 CDP의 예를 들어보자, D-NE20이라는 형태의 CDP이다.사용자 삽입 이미지이 CDP의 경우 제조 당시 세계 최소/최박/최경량이라는 세가지 혁신을 낳은 기종이다. 케이스와 픽업, 배터리를 넣을 공간을 제외하면 하나의 군더더기가 없는 모델이다. 당시까지 CDP는 보통 배터리 지속시간의 이유로 두개의 납작한 Ni-MH 배터리를 픽업하단에 있는 컴파트먼트에 삽입하도록 만들어 졌는데,  이 기종은 두께와 크기를 줄이기 위해서 하나만을 사용하도록 만들어졌다. 어떻게 하면 CD가 들어가는 크기를 유지하면서 작고 가볍게 만들 것인가 하는 고심이 엿보이는 디자인이었다. 사진에는 이 CDP의 앞면이  나와있는데 이 제품의 뒷면은 그림과 같이 픽업 구동부가 있는 경첩부와 아랫측에 배터리실을 넣을 구석외에는 없다. 그야말로 CD가 들어가는 ‘한계’가 있는 이상, 가장 극단을 달린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지금이야 종이 호랑이라는 소니지만, 이런 집요함과 무서움이 있는, 이런 곳에 장기가 있는 회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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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mm라는 두께의 신제품 바이오 X 시리즈, 97년 소니가 보랏빛 바이오 X505 시리즈 랩톱을 내놨을때 경악했던 기억의 기시감을 낳는다.

 이쯤 되면 내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지도 모르겠다. 첨단 기술은 단순히 점증시킨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iPod nano의 예에서도 보듯이 한계를 인정하고 그 한계안에서 극복을 하면서도 발전이 이뤄지는 것임을 말하고 싶다. 어떤 한계를 들어 거기서 포기하는 것은 엔지니어의 태만이요, 수치이며, 자격 미달이다. 삼성을 비롯한 우리 업계는 1류를 표방하지만 단순히 점증형 혁신의 우등생이라고 해서 1류가 될 수는 없다. 소니가 한계형 혁신의 우등생이지만 종이호랑이가 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1류가 되려면 두가지 혁신을  다 아우르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보드에 넣을 구석이 없으니까 포기하다보면, 점점 뒤쳐질 수밖에 없다. DMB를 넣으면서 기능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원칩화를 시키든 복층화를 시키든 해서 꾸겨 넣을 방안을 궁리해야한다. Wi-Fi 같은 ‘만만한’ 것을 뺐기에 망정이지 예를 들어서 모뎀칩같이 빼도박도 못할 것이 부피가 늘어난다거나 아니면 해외에서 어떤 신기술이 생겨서 무언가 지금보다 더 꾸겨넣어야 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오, 쏘리 크기가 한정되어서 못집어넣었어요.’ 할것인가? 말도 안되는 변명이 될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말도 안되는 변명을 하는 회사와 엔지니어가 우리나라 초일류 기업이며, 그 기업에서 최고 대우를 받는 엔지니어라는 것이다. 나는 솔직히 이점이 깝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