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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주식회사인 애플에 대한 걱정

아이폰 주식회사인 애플의 걱정 – 아이패드와 애플워치가 생각만큼 팔리지 않는다!

5월 달에 아이패드 프로 9.7”을 구입했다. 애플 코리아에서 고맙게도 이전 세대 아이패드를 넉넉한 기간동안 빌려주었기 때문에 (리뷰를 쓰지는 않았지만) 신형 아이패드들을 써볼 수 있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내 물건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이것저것 넣어서 돌려보다가 돌려주었다. 그러다보니 어정쩡하게 새 제품을 살 타이밍을 놓쳤고, 그게 미뤄지고 미뤄지다보니 내가 가진 가장 새 아이패드가 아이패드 4세대(처음으로 라이트닝 단자가 들어간 아이패드)가 되어버린 것이다. 사실 아이패드 4세대를 쓰면서 지장은 없었다. 무겁고 두껍지만 아이패드를 많이 휴대하지 않는다면 그건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차라리 아이패드 미니 계열을 샀지 않았을까(1세대 미니는 4세대와 같이 샀는데 내가 봐도 미친짓이었다)? 사실 가장 커다란 문제점은 아이패드 4세대가 32bit CPU라서 사파리의 광고 차단이라는 한때 ‘핫’했던 기능을 쓸 수 없다는 점과 멀티태스킹 기능을 하나도 쓸 수 없다는 점이었다만, 사실 그것 또한 사실 되면 좋고 안되도 그만이었다. 그렇다. ‘되면 좋고 안되도 그만’. 이게 중요하다.

PC를 대체하고 싶은 아이패드가 PC가 겪는 고질병을 앓는 것에 대해서

새 아이패드를 사서 써보니 여러모로 편했다. 그간 쓸 수 없었던 각종 멀티태스킹 기능들과 광고차단을 쓸 수 있었고, 속도도 빠릿빠릿했다. 뭐 애당초 게임을 하지 않으니 GPU 성능이 얼마나 나아졌는지는 알 도량이 없으나 RAM이 늘어난건 쉽게 알아 챌 수 있었다(12.9” 마냥 4GB로 했으면 좋았을텐데 싶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다시 돌이켜보면 이 모든걸 위해서 돈 백만원하는 아이패드를 또 사야하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아이패드 4세대도 거의 대부분의 앱을 돌리는데 지장이 없고 웹사이트를 둘러보거나 메일을 읽거나,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사실 이런 문제는 PC 업체들이 수년간 앓고 있는 문제이다. 윈도우의 권장사양이 비스타 이후로 7, 8, 그리고 8.1까지 그대로 유지됐고, 10에 와서야 약간 올라갔는데, 그 말인즉슨, 윈도우 7을 깔고 있는 최소한 5~6년된 우리집의 모든 컴퓨터들이 간단한 인터넷이나 오피스 작업, 그리고 통상적인 동영상 감상 정도라면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얘기기도 하다. 덕분에 윈도우가 새로 나올 때 마다 신형 CPU와 더 많은 RAM과 저장공간을 탑재해서 팔던 PC 업체들은 경년노화로 인한 교체수요나 하드코어 사용자들, 그리고 (특히 XP 지원 종료로 인해 생긴)기업 고객에 목을 매달 수 밖에 없는 지경이 되었다.

아이패드도 그렇다. 대개 경우 한번에 많은 돈이 들어가고 하나 있으면 몇 년을 충분히 쓸 수 있다. 아이패드 앱들을 보면 아직도 상당수 앱들이 거슬러 올라가면 아이패드 2나 아이패드 미니 1세대를 지원하는 경우가 아직도 상당히 많이 있다. 물론 게임 같은 리소스가 헤비한 앱들은 최소한 3세대나 4세대를 요구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 기종이 나온게 도대체 몇 년 전이란 말인가. 문제는 아직도 그런 기종이 현역이라는 사실이다. 아이폰이 빠르게 더 높은 OS 버전과 바뀐 해상도와 CPU 아키텍처를 따라가는 동안 아이패드 앱들은 이러한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그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있으니 좋은데, 없어도 사는데 지장이 없는 것에 관하여

올해 들어서 많은 기기를 새로 교체했는데 그 중에서 우선순위를 둔 것이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의 교체였다. 휴대폰은 매일 수시로 몇시간을 사용하고 느린 휴대폰은 문자 그대로 약간 과장해서 ‘삶의 질’을 떨어 뜨린다. 좋은 휴대폰은 반대로 좀 과장해서 삶의 질을 끌어 올린다. 앱을 기동하는 속도, 카메라를 기동하는 속도, 그 짧은 차이가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약간이나마 카메라가 나아지고 액정이 좋아지는 것 자체로도 감사하게 생각하며 새 기종을 구입하고 사용하게 된다.

헌데 아이패드가 그렇지 않고 애플워치가 그렇지 않다. 솔직히 둘 다 아예 가지지 않은 사람에게 필요성을 굳이 역설하기도 힘들고, 써보기 전에는 장점을 이해하기도 어렵거니와 써봤다고 모두가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만족하는 사람들은 필수품처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필수재가 된 스마트폰의 정반대에 위치한 제품이 되기 십상이다. 애플이 아이폰 주식회사가 되어가고 있고, 아이폰 실적에 일희일우하는 것이 이러한 맥락에 있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폰은 ‘삶의 질’을 좌우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아이폰을 주기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새 아이폰으로 교체한다. 사람들은 점점 다른 경쟁사의 제품이 아이폰만이 제공하던 부가가치를 그것도 저렴하게 제공하는 상황에 처하고 있다. 특히 중진국 이하의 국가에서 이는 커다란 리스크이다. 쿼츠 시계가 나온 다음의 오토매틱 시계 장인들의 기분이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여하간 이 정도의 임팩트를 아이패드나 애플워치가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애플의 실적에 반영된다.

애플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와 핸드오프로 상징되는 애플 기기간의 상호 운용성은 애플의 문호를 접한 사람이 애플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게끔 만든다. 아이폰에 전화가 오면 애플워치에서도 울려서 전화기는 방에 두고 거실에서 전화에 답할 수 있고, 카톡에 대답을 보낼 수도 있다. 소파에서 뒹굴면서 아이패드로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전화가 왔을 때 전화를 받는 것도 가능하고, 아이패드에서 열던 웹페이지를 아이폰에서 열고 그 반대를 한다거나, 애플워치나 아이패드에서 받던 전화를 아이폰으로 돌려 받는 것도 가능하는 등, 여러가지 응용이 가능하다. 편리하다. 문제는 그것이 아이폰이 처음 그러했듯이 파괴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수십만원에서 백만원을 호가하는 기계를 사지 않아도 그냥 전화기를 들고 거실로 오면 될 일이다.

아이폰 주식회사의 위험과 아이폰 다음에 대하여

애플의 실적은 사실상 아이폰이 쥐고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폰이 덜 팔리면 주가가 내려가고 더 팔리면 올라간다. 매출 비중도 아이폰이 압도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숙한 스마트폰 시장과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어지는 중저가 제품의 대두, 그리고 최대의 숙적인 삼성의 제품의 비약적인 향상도 무시할 수가 없다. 특히 클라우드 시대의 도래는 매우 커다란 위협이다. 앞서 애플 제품간의 연계를 통한 에코시스템을 언급했고 유기적인 클라우드와 기기간의 연동이야 말로 애플의 미덕이라고 보지만, ‘다른 건 몰라도 클라우드는 애플을 전적으로 신용하지 마라’는 경험칙이 생길 정도로 불안한 점은 우려가 된다. 애플 클라우드가 여지껏 나를 몇 번 엿 먹인 것도 있고, 드롭박스나 구글 등 다른 업체의 클라우드 솔루션이 훨씬 뛰어난 까닭도 있다. 사진만 하더라도 아이클라우드 포토 라이브러리보다 구글 포토가 낫다는 사람이 꽤 있다. 일단 iCloud는 애플의 OS가 아니면 반쪽이다. 아무리 하드웨어로 먹고 사는 기업이라 할지라도 이건 좋지 않다. 클라우드 시대의 도래는 여러가지를 의미하는데, 데스크톱은 물론 모바일에서도 장치에 대한 종속성은 물론 심지어 플랫폼에 대한 종속성마저 불식시키기 때문이다. 예전에 비해 안드로이드에서 아이폰으로 아이폰에서 안드로이드로 이전하는 것은 훨씬 쉬워졌다. 구글 포토는 iOS에서도 안드로이드에서도 자동으로 사진을 저장해서 한군데에 몰아준다. 구글 플레이 뮤직이 그렇고 무비가 그렇고 전자책 서비스가 또 그렇다. 책이나 영화, 음악 쪽으로 가면 아마존 등을 위시한 여타 기업들도 있다. 하지만 아이클라우드에서는 경쟁 플랫폼에서는 거의 불가능하거나 있더라도 제한적인 기능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런 사정에서 나같이 앱스토어에 짐작으로만 수천달러 이상을 쏟아붓고 앱스토어에만 있는 앱이 아니라면 사는게 곤란한게 아니라면,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전화기나 플랫폼을 옮기는 것은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심지어 아이폰을 케이블로 연결하거나 아이클라우드 ID만 입력하면 삼성 신형 전화기는 애플 전화기에서 사용하던 모든 자료를 간단하게 옮겨준다. 여전히 아이폰을 메인으로 사용하지만, 나만 하더라도 클라우드의 도움으로 갤럭시S7 엣지와 아이폰을 재주 좋게 오가면서 사용하고 있다. 대다수의 사람은 나처럼 저글링을 하지 않을 테니 훨씬 허들이 낮을 것이다.

아이폰은 사방에서 경쟁자들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으며, 한때 그랬던 것처럼, 언제나 최신, 최첨단, 고급이라는 이미지도 옅어 지고 있다. 새로 나온 아이패드 프로 계열 제품들이 미끄러지는 아이패드 판매 감소를 멈춰주지는 못하는 상황이고 맥마저도 리프레시 지연으로 인해 판매가 신통찮다. 애플 워치는 시장 전체를 확대시키는 역할을 했을지언정 기대한 수준의 결과를 내지는 못한 듯하고 암암리에 들리는 애플의 자동 운전 자동차가 과연 또 어떨런지 역시 마냥 밝게 보지는 않는다.

아마존의 에코(Echo)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애플도 끌려가는 방향으로 시리(Siri)의 개방도를 높인 느낌이 든다. 아이폰 앱들에게 시리를 개방함으로써 가능성은 늘어날 것 같지만 여전히 기기에 갇힌 경험이 우려된다. 사진 앱은 로컬 리소스를 가지고 알아서 학습한다고 하지만 기기가 불의의 이유로 초기화되면 학습 데이터 마저 위험해질 우려가 있다(유감스럽게도 iOS 기기를 쓰다보면 완전히 초기화-복원-해서 사용해야할 필요가 때때로 있다). 머신러닝에 있어서 축적된 데이터의 삭제는 치명적인 액시던트이다. 프라이버시 탓이라고는 하지만 아이메시지에서 도입한 암호화 등을 응용해서 머신러닝이나 제3자 연동시의 클라우드 저장과 그에 따르는 프라이버시 보호와 기능성의 조절의 묘를 살려 주기를 기대한다.

글에서 몇가지 현상 진단을 하면서 애플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간단히 언급한 느낌이다. 애플의 하드웨어가 앞으로 나아갈 길은 단순히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있어야만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에 있어서 ‘애플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하되 ‘애플에서만 제공되는 것’이어서도 안된다. MS의 오피스 제품군은 매킨토시 초창기의 엑셀이 그랬고, 스티브 잡스가 돌아온 다음 맥월드에서 빌 게이츠가 나타날 때 그랬고, 아이패드 프로가 나오면서 iOS용 오피스를 강하게 피력하며, 애플의 중요한 대목마다 나타났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특정 운영체제용 소프트웨어로써 오피스가 아니라 구독형으로써 어느 기기에서나 사용가능한 오피스(‘오피스 365’)의 성공적인 전환을 이루었다. 윈도우든 맥이든 아이폰이든 아이패드든, 안드로이드 폰이든 태블릿이든 오피스가 돌아가는게 중요하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발머는 이걸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오피스365의 실적 호조가 얼마전 발표된 MS의 실적 호조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소프트웨어 라이선스 판매는 감소했다) 애플 또한 아이튠스 스토어를 비롯한 모든 판매 서비스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윈도우는 물론 안드로이드에도 이식하는게 필요하다. 결국은 돌고 돌아서 애플 서비스와 애플 기기로 전환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게 말해서 애플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연동의 샘플을 제공할 것이고 나쁘게 말해서 애플 기기를 쓰지 않고도 애플의 인질이 되는 것이다. 왜 경합 플랫폼에도 신경 써야 하는지 이 정도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윈도우에 아이튠스를 포팅하면서 ‘드디어 지옥이 얼어 붙었다’라며 웃었고, 나중에는 애플이 가장 커다란 규모의 윈도우 개발자중 하나라고 호언장담했다. 내가 쓴 첫 애플제품인 아이팟 3세대가 윈도우와 호환되지 않았다면 나는 아이팟을 사지 않았을 것이고, 윈도우를 돌릴 수 없었다면 설령 윈도우보다 아이튠스가 더 잘 돌아간다고 해도 아버지를 설득해서 인텔 프로세서가 들어간 첫 아이맥을 사오는 일도 없었을지 모른다. 비록 지금은 윈도우보다 맥을 쓰는게 더 편하고 맥을 더 많이 사용하며 부트캠프든 가상머신이든 맥에는 윈도우 자체를 설치하지 않을 정도지만 말이다. 여러모로 내 IT 인생의 여러가지를 바꾸게 되었을 거라는 얘기다. 그때는 내가 막 대학에 들어갔을 때 즈음의 이야기이다. 마지막으로 팀 쿡에게 묻는다. 지금 사회에 발을 내딛는 젊은이에게 어떤 제품과 서비스로 젊은 시절 이후의 인생을 바꾸도록 할 것인가? 윈도우를 쓰거나 안드로이드를 쓰던 젊은이들을 어떻게 하면 애플의 정원으로 끌어들일 것인가? 그리고 아이폰 이외의 기계의 가능성을 제시할 것인가? 단순히 앞으로 어떤 제품을 내놓는가보다 이게 궁금하다. 만약 팀 쿡과 점심식사를 할 기회가 있다면 나는 이것을 물어보고 싶다.

애플워치 2세대가 새로 나올 것 같은 상황에서 드는 걱정

팀쿡이 지난 3월 이벤트에서 애플워치에 대해 언급하기를 ‘애플워치 사용자 1/3이 밴드를 교체해 가면서 사용한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통계에서 나왔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실제로 내 주위에도 애플워치를 사용하면서 본래 구입했던 밴드 외에도 다른 밴드를 사용하는 사람이 꽤 있다. 그리고, 멀리 갈 것도 없이, 나 자신도 그랬다.

사실 나는 애플워치에 클래식 버클(송아지 가죽이 들어간)을 샀다. 물론 여기에서는 몇가지 갈등이 있기는 했다. 생활 방수가 되는 시계에 물이 닿으면 치명적인 가죽 밴드를 채우는 것이 일단 그랬다. 사실 손목에 땀이 많이 나지 않아 큰 문제는 아니었으나 여름이 되면서 손에 땀이 많이 나고 화장실 등을 사용한 직후나 식사 전후로 손을 씻어야 할 때 매우 난감했다. 물을 졸졸졸 틀어놓고 조심하면서 씻었다. 지금 글을 쓰는 곳은 거실인데, 전화기는 방에 충전기에 물려 둘지언정 애플워치는 계속 차고 다닌다. 차고 있는 동안 운동량을 늘리도록 재촉하는 애플워치의 기능이 건강에 좋을 것 같고, 전화기가 곁에 없어도 필요한 정보를 줄곧 알려주는 기능은 매우 귀중하다. 메시지는 물론 전화까지 대신 받을 수 있다. 음악을 듣다보면 곧잘 인터폰 소리를 놓치는데, 택배가 왔을 때 난감한 경우가 있다. 문에 써붙였다. ‘만약 벨을 울려도 응답이 없으면 010-XXXX-XXXX로 전화를 울려달라’고. 대개는 그냥 소릴 듣고 나가서 받았지만 손목에서 울리는 햅틱 피드백 덕분에 바로 튀어나가서 받은 적도 있다. 이처럼 애플워치 자체는 없어서는 안될 물건이 됐고 생활의 일부가 됐다. 몸 컨디션이 괜찮을 경우 줄곧 차고 있다.

좀 얘기가 돌아갔지만, 이달 중순께에 나는 앤티크 화이트 실리콘 밴드(S/M, M/L)를 주문했다. 그리고 굵은 팔목에 어떤게 더 나을까 싶어 흰색 실리콘 밴드(M/L, L/XL)도 주문했다. 애플스토어에서는 사용해보고도 기꺼이 반품을 받아주기 때문에 차보고 나은걸 선택할 참이다. 사실 편하기는 클래식 버클도 하루 종일 차는데 불편함이 없었기 때문에 딱히 많이 편하자고 주문한건 아니다. 하지만 캐주얼한 느낌도 좋았고, 무엇보다 손이 젖어도 상관이 없다는 점이 좋았다. 감촉도 좋았고 디자인도 사실 이 녀석을 그대로 차고 다녀도 전자기기 같은 느낌이 생각보다 심하지 않아서, 문제 없을 성 싶어서 집에서나 근처를 나갈때는 그대로 차고 다니지만, 옷을 단정히 입고 남의 이목을 신경 써야 할 때에는 클래식 버클로 갈아 끼우고는 한다. 시계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런 과정을 ‘줄질’이라고 하시는 모양인데 애플워치는 ‘줄질’에 최적화 된 기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애플워치의 밴드를 온라인 스토어에서 뒤적이며 알게 된 사실인데, 애플 워치의 주문 가능한 종류도 줄어든 편이고, 애플 워치의 밴드 재고도 많이 사라졌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걸까? 슬슬 애플워치 신기종이 나오기 때문에 구 기종을 위한 밴드는 단종인건가? 사실 그렇다치더라도 현재까지 애플이 팔아재낀 애플워치의 양을 생각하더라도 이건 이상하다. 애플은 아직도 구형 iOS 기기를 위한 30pin 관련 제품을 스토어에서 판매하고 있다. 뭔가 부자연스럽다.

사실 나는 새 애플워치에 대한 소문이 파다하던 애플의 3월 이벤트를 앞두고, 애플워치의 ‘시계로써의 디자인’과 ‘전자기기로써의 디자인’에 관해 한 번 언급한 바가 있다.

애플워치를 디자인한데 있어, 그리고 앞으로 디자인하는데 있어 고심되는 부분이라고 짐작하는건 시계라는 물건이 시간이 간다고 ’구식’느낌이 확 나면 디자인적으로 실패라는 점이다. 스위스 시계를 생각해보라. 구형이라고 해서 한물간 인상은 들지 않는다. 정말 고심되는건 그렇다고 인상이 옅은 디자인은 매력이 없고. 새로운 디자인이 나오면 나오는 대로 그게 참신함이 드러나야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형이라도 뒤떨어지는 느낌이 아니라, ’아 저 사람이 애착을 갖고 쓰는구나/썼구나’라는 디자인이 되어야 하는 점이다. 최소한 일단 지금까지 볼때, 관심을 가진 사람이면 착용자의 손목을 보면 저 사람이 애플워치를 찼구나 라고 인지할만한 특색의 디자인을 성공적으로 하긴 했는데, 이게 가령 올해나 내년에 과격하게 바뀌어서 아이폰 마냥 전년도 모델이 확 구식으로 보이면 난감하다는거다, 적지 않은 돈을 주고 비 필수재를 사는 고객 입장에서. 그리고 애플도 난처해지긴 마찬가지다, 한 두해에 외관상으로 확연하게 구식이 된다면 주머니에 넣는 전화기와는 달리 늘 착용하고 노출되는 애플워치(게다가 애플 워치는 몇년간 쓸 수 있는 품질 좋은 전통적, 다시 말해 크게 변할 일 없는 시계를 사고 남는 가격이다)를 안심하고 살 사람은 줄어 들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무언가 ’전진’하지 않으면 안된다.

(중략)

처음에 스위스 시계회사들이 애플워치 출시 전이나 초기에 잠재적 위협으로 보면서도 어느 정도 과소평가를 한 이유가 자신들의 자존심인 스위스 시계의 정립된 형태로써 완전성을 범접할 수 있을까, 전자 기업들이 사이클이 길어봐야 1년인 전자기기로써 소비자에게 매년 신기종을 소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변할수 밖에 없는 숙명을 어떻게 극복할지 알까? 라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자신감,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의외로 3월 이벤트에서 ’시계는 경미한 변화’만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맞을 수도 있겠다 싶은게 안쪽만 살짝 바꾸는. 그니까 차세대 모델이 나오더라도 ’취미’였던 애플TV 마냥 폼팩터는 그대로 두고 속만 갈아 엎는게 아닐까? 그게 아니라 정말 밴드 같은 것만 추가되더라도 오히려 어떤 의미에서는 단순히 ’줄장사’가 아니라 이리저리 휙휙 해 넘어간다고 바뀌는게 아니라는 신뢰감을 줄 여지도 고려할 수 있다. 30핀 도크 커넥터나 라이트닝 커넥터처럼 최소한 밴드는 당분간 호환되게 만들 가능성이 전망되고 그러자면 애플은 과격한 변화는 일이년은 참을지도 모른다.

해서, 애플워치도 다음 아이폰과 함께 바뀌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이 팽배하다. 마침 새 OS도 발표되니 그것을 선탑재(preload)한 모델이 나오는 것이 놀라울 일은 아니다. 새 OS에서 지금같은 절망적인 속도를 어찌저찌 개선한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한계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가 만족하는 것을 보고, 그리고 애플워치에 낚여서 운동을 하는 것을 본 우리 어머니께서는 ‘새 애플 워치가 나오면 당장 하나 사주겠다’라고 하실 정도로 기뻐하셨으나, 역시 난감하다. 애플워치의 디자인이 크게 바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물며 애플워치의 밴드 결합부를 포함해 밴드가 완전히 바뀌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라기 보단 생각하기 싫다). 물론 새로운 디자인을 위해서 기존 밴드를 전부 버리는 안도 생각할 수 있으나, 앞서 인용에서도 말했듯이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그러하듯이 애플워치 또한 이미 자신만의 개성적인 디자인적 상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폰의 둥근 홈 버튼과 볼륨 스위치와 진동/무음 스위치 그리고 잠자기/깨우기 버튼. 이것은 사실 생각해보면 아이폰이 시작한 이래로 변하지 않은 것이다. 아이패드에서도 거의 마찬가지지만 굳이 지적하자면 무음 스위치가 사라진 정도일 것이다. 그 모양과 구성은 고집스럽게 유지하고 있고, 삼성과 특허전쟁을 할 때 이 모양을 코카콜라 병 같은 트레이드 듀레스로 밀어부쳤다가 결국 실패한 사례도 있지 않은가. 사각형 화면에 돌아가는 크라운과그 아래의 버튼은 앞으로도 유지되어야 하고 그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워치에서도 훌륭한 경쟁 업체이고 삼성전자에서 내놓은 스마트워치도 기능적인 면이나 디자인 면에서 우습게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거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세대와 모델이 달라질 때마다 모양이 휙휙 바뀌었다. 그런 의미에서 1세대 제품인 현재의 애플워치의 디자인은 ‘버리고’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도 가능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지금 판매되는 애플워치를 위한 밴드들이 차례차례 재고가 없어지는 것에는 부자연스러움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결국은 밴드 같은 액세서리도 1년 수개월로 끝이란 말인가? 상상 이상으로 단명한다는 놀라움(과 실망)을 느낀다. 이게 애플이 그렇게 공을 들인 시계 시장에 대한 연구와 어프로치의 한계인가? 물론 애플이 최초에 애플워치를 내놨을 때 세운 목표와 비교해 그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지언정 애플워치가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실패작이지도 않다. 쉬이 무시하기에는 적지 않은 수량이 이미 팔렸다. 애플은 지금도 라이트닝을 사용하지 않는 구형 기기를 위해서 30핀 케이블이나 30핀용 어댑터를 파는데, 솔직히 ‘1세대’ 애플워치를 위한 밴드를 더 남겨두거나 심지어 새로 만든다고 해도 놀라울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그리고 글을 쓰면서 알게 됐는데 올림픽을 맞아 색다른 밴드를 낸다고 한다). 아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제품이라면, 가령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경우, ‘음, 새로운 기종이 나오려나 보군’ 싶을 수도 있으나, 이건 시계이다. 단순히 넘어가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여럿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앞으로 애플워치에 대한 시계로써의 신뢰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실리콘 밴드는 정말 편하다. 감촉도 좋고. 소재라던지 여러모로 하루 종일 착용하는 시계로써 적절한 소재나 탄성과 모양을 갖추기 위해 꽤나 신경쓰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미치게 된다. 기왕이라면 지금 가지고 있는 밴드를 계속해서 쓸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다. 지금 사용하는 시계를 위한 다른 밴드를 계속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스마트기기 이전에 시계이다. 모든 것은 거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아이패드를 매년 사는 사람도 드물지만 시계를 1~2년마다 갈아 치우는 사람은 시계 수집에 푹 빠진 사람이거나, 애플워치 같은 스마트워치라고 보면 신제품이라면 무조건 달려드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많지 않을 것이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보면 ‘이제 좀 쉬게 해주자’ 싶을 정도로 옛 기기를 지원하곤 한다. 오토매틱 시계 마냥 최소 몇 년에서 십년 단위로 사용하는 물건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그러한 자세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만들었기를 바라고 앞으로도 그러하기를 바란다.

 

애플의 점증적 변화에 관하여

애플이 예전만 못하다고 합니다. 아이패드(iPad)는 아직 최전성기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고, 아이폰(iPhone)은 전 모델인 6/6 Plus(6 시리즈)에서 공전의 히트를 쳤는데 지금 모델인 6s/6s Plus(6s 시리즈)는 좀 모자란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6 시리즈에서 워낙 많이 팔려서 틱-톡 라이프사이틀에서 톡에 해당되는 6s 시리즈가 덜 팔린 느낌입니다. 저 같이 매년 아이폰을 빠짐없이 사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고 대개는 약정을 걸고 보통 18~24개월 이상을 사용하기 때문이죠. 6 시리즈가 너무 많이 변했죠, 그리고 엄청 많이 팔렸죠. 가장 큰 이유로 화면이 커진게 대표적이구요. 6 시리즈에는 안드로이드에서 유입이나 5/5s 사용자도 꽤 많이 유입되었는데 여러가지 기능이 추가 되었다 해서 기존 6 시리즈 사용자가 6s 시리즈를 살 것 같지도 않습니다. (사실 6s가 사용할 수 없어서 6를 잠시 썼는데 3D Touch빼곤 아쉬운게 없었습니다. 크게 느리지도 않고) 진짜 제 생각에는 다음 7(가칭) 시리즈는 기변 시도도 있고 조금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앞 일은 알 수가 없죠. 3.5mm 플러그를 없앤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것 때문에 안산다는 분들이 꽤 계시더라구요. 물론 저는 새 아이폰이면 (늦건 빠르건)사겠지만요.

애플이 TV를 본격적인 사업분야로 시작하고, 인공지능을 도입하고, 비밀리에 차를 만드는거 아니냐는 얘기가 있지만, 일단 애플의 주요 사업 영역은 잡스가 만들었다고 봅니다. 뭐 잡스가 CEO를 관뒀을때도 몇 년 정도의 구조는 이미 짜놓았지 않았나 하는 분석이 있었는데 말이죠. 사실 지금 한창때에 비해서는 좀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팀 쿡은 애플을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써 튼튼하게 토대를 닦았기는 합니다.

사실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2013년부터 약간 우려를 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얼마전에는 존 그루버는 Macworld에 한 기고에서 애플이 가장 잘하는 일이 차근차근 발전을 향해 굴러가는 것, 심지어 실시간으로 보면 반복적인 발전 과정을 놓치기 쉬울 것이라고 했을 정도입니다만. 확실히 놀라운 혁신은 드물지만 이번 WWDC 키노트를 보면 iOS 10와 새로운 macOS는 기대가 됩니다. 정말 많은 신기능과 변경점이 iOS 7 때의 두근거림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베타를 쓰지 않는 저입니다만 얼른 퍼블릭 베타를 써보고 싶어서 좀이 쑤십니다(개발자 베타를 쓸 엄두는 나지 않습니다).

아이패드만 하더라도 PC를 대체하겠다!라는 거창한 목표로 이런저런 기능이 추가 됐는데 말입니다. iPad 4세대를 쓰다가 아이패드 프로 9.7″을 사용하니 정말 많은 것이 변하고 편리해져서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스플릿뷰나 슬라이드 오버 같은 많은 리뷰어들이 값을 빼면 아이패드 프로 9.7″를 최고의 태블릿으로 보는데 이견이 없습니다.

애플 워치 같은 (물론 점유율은 엄청나지만) 미묘한 제품이 있지만 또 압니까? 정말 애플 차가 나올지. 차가 아니더라도 뭔가가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맥북 12″는 만들어졌던 당시에는 정말 과격한 생략이 들어간 맥북 에어보다도 더 과격한 삭제가 이뤄졌죠. 소문이 흘러나오는 맥북 프로의 신 모델도 (물론 포트 수는 더 많겠지만) USB-C로 점철이 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만.. USB-C에 올인한 애플의 도전이 얼마나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2016년 현재 많은 랩톱들이 USB-C를 지원하기 시작한걸 보면(심지어 HP 스펙터는 모든 포트를 두개의 USB-C로 대체해 버렸죠) FireWire나 선더볼트보다는 나을지 모르겠네요. HP 스펙터 얘기를 했는데, USB-C로 모든걸 대체해 버린 애플의 과격함이 마치 맥북 에어 이후 울트라북 등의 형태로 상당수의 노트북을 바꿨듯이(요즘 나오는 노트북은 이더넷 포트가 외장인 것이 정말 많더군요) 말입니다. 정말 깜짝 놀랄만한 발명은 아닐지라도 아이팟이 그랬고, 아이폰이 그랬고, 아이패드가 그랬고, 그 모든 제품에서 도입한 모든 애플의 개선과 변화가 업계와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던걸 그리고 그 개선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걸 감안하면 마냥 ‘애플이 혁신을 포기했다’ 라고 말할 수 있을지 싶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