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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지난) 스큐어모피즘 단상

iPhone 5 with iOS 6, Matthew Pierce / Used under CC-BY 2.0 License

iPhone 5 with iOS 6, Matthew Pierce / Used under CC-BY 2.0 License

별 다른 이변이 없다면 올해에는 iOS 10이 나올 것이다. 스캇 포스탈(Scott Forstall)이 관두고 스큐어모피즘(Skeuomorphism)이 애플의 제품에서 차례차례 잘려나간게 2012년 부터 일거다. 최소한 3~4년은 됐다는 얘기다. 처음과는 달리 이 문제에 대해서 이제 논의를 하는 사람들은 없는 것 같다. 다들 익숙해진 것인지, 아니면 체념한 것인지 모르겠다. 오늘 아침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철 지난 화제를 얘기해야 할 것 같다.

기존의 애플 제품에서 스큐어모피즘은 단순히 사물을 닮는 것 이상의 의의가 있었다. 오늘 아침, 세면대에서 세수와 면도를 하기 위해 안경을 벗고 서있다가 충전 독에 있는 애플 워치가 울려서 어떤 버튼을 눌러서 알람을 껐는데, 안경을 쓰지 않으니 일단 검정색의 버튼을 눌렀는데, 그게 ‘지금은 곤란하다’ 스누즈인가 아니면 아예 알람을 끈건가 가물가물하다. 덕분에 나는 그냥 잊어버리지 않고 약을 먹도록 약을 먹고 돌아와서 마저 세수와 면도를 마쳤다.

물론 4년이나 쓰다보니 익숙해졌지만, 스큐어모피즘 시절의 디자인에서는 그냥 보기만 해도 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달력은 달력 모양, 전화는 전화 모양, 메모는 메모 모양이었고, 북마크는 책모양이었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지금와서 예전 버전의 화면을 보면 구세대적이고 지저분하고, 한마디로 한물간 모양이다. 사실 많이들 변했잖는가, 구글도 머티리얼 디자인으로 돌아섰고, MS도 윈도우의 디자인에서 플랫한 디자인(마름모꼴 윈도우 로고가 대표적인 상징이라고 본다)을 도입했다.

조니 아이브의 (이제는 몇년 되서 형용 모순적이지만) 새로운 디자인은 아름답다. 그러나 때로는 어렵다. 안경을 벗은 상태라던가, 아니면 예전에 엄마에게 아이패드를 준적이 있는데, 지금은 돌려받았지만 아마 다시 최근 버전의 iOS가 깔린 아이패드를 드린다면 아마 엄마도 해맬 것이고 나도 설명하는데 난이도가 훨씬 오를 것이다(가르쳐 드리기 쉽다는 이유로 나는 안드로이드 전화기를 굳이 고집하는 어머니에게 그럴거라면 내가 쓰는 것과 같은걸로 하라고 말했었다). 사각형 위에 화살표가 있는 것을 눌러 뭔가 추가하거나 공유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그다지 직관적이지’ 않다. 뭐 나름 생각이 있는 디자인이지만 유추가 필요하다. 적응은 나도 그렇고 아마 당신도 했을 테고.

뭐 이제와서 스큐어모피즘이 어쩌고 저쩌고 할 생각은 없다. 솔직히 이미 늦었다. 얘기했지만 우리 모두 이미 ‘학습’해서 뭐가 뭔지 알고 있고, 다시 얘기하지만 다른 회사들도 스큐어모피즘은 안쓴다. 하지만 뭔가 세세한 조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스마트폰을 안쓰는 사람이 점점 드물어지는 세상에 굳이 아날로그적인 사물에 비유를 할 필요가 없어지고는 있지만, 그런 부분을 ‘직관적으로’ 조작 할 수 있는게 내가 좋아하는 애플이다. 아마 당신도 그럴테고.

추신 : 이 글은 OmniOutliner로 오늘 아침에 세안을 마치고 나서 순식간에 조각을 찍어낸 뒤, 워드프레스 CMS에서 찍어낸 조각을 조립하고 살만 붙인 것이다. 순식간에 글이 하나 만들어졌다. 내가 왜 이 앱을 이제서야 썼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언젠가 따로 얘기하도록 하겠지만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지금 바로 한번 살펴보시기 바란다.

iOS에서 내가 예상했던 점, 그리고 전망하는 점

스캇 포스탈이 짤렸을때 내가 쓴 글이 있다. 일부를 발췌하면,

간단하게 말해서 스캇 포스탈이 사라지고 나서 나는 조나단 아이브의 디자인이 씌워지는 것 못잖게 크레이그 페더리기의 엔지니어링이 덧씌워지는 것이 궁금해진다. 음. 베르트랑 세를레(Bertrand Serlet)는 연구를 하겠다라고 때려친걸로 알려졌지만 공공연히 현행 OSX의 노선이 맞지 않았다. 라고 알려졌다. 간단하게 말해서 iOS와 융합되는 것인데…

크레이그의 노선하에 맥이 대단히 폐쇄적으로 변화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앞으로 iOS(그리고 맥)의 내부 방향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쉽게 말해 이 사내의 복심에 달려있다는 얘기가 되겠다. 어떻게 바뀔지. 더욱더 폐쇄적이 될까? 아니면 어떤 방향이 될까? 지금까지는 iOS를 따라가는 방향이었다. 잘 감이 오지 않는다. 뭐가 됐던 껍데기를 어떻게 씌울지는 존 아이브의 마음이지만.

이번에 iOS의 디자인은 물론 조나단 아이브의 작품이지만 그것을 뒷받침하는 기능들은 페더리기의 작품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리라. 페더리기가 OSX와 iOS를 동시에 맡고 내놓은 첫번째 릴리스인 iOS7. 멀티태스킹에서의 유연성과 블루투스 장비와의 좀 더 열린 정책 등 페더리기의 답은 나온 듯 하다. 이러한 행보가 앞으로의 iOS의 방향성을 읽는 중요한 지표가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조나단 아이브의 디자인 또한 무시할 수 없겠지만. 둘이 사이좋길 바라자.

나의 실수

나는 2005년에서 2006년까지 지금 생각해보면 커다란 실수를 했다. 소니가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망할 줄 몰랐다. 나는 컨텐츠와 하드웨어, 플랫폼의 컨버전스를 신봉하는 사람이었다. 플레이스테이션이란 훌륭하게 성숙한 컨텐츠와 하드웨어 플랫폼을 키워낸 경험이 있고, 컨텐츠 풀도 충분한, 전자회사가 이렇게 폭삭 주저 앉을 줄이야. 오히려 일본 내부에서는 ‘중대형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을 삼성에게 맡겼기에 패널 단가 하락으로 대손해를 보는 샤프 파나소닉 보다 덜 손해를 보는거다’ 할 정도로 체면이 구겨져 버렸다. 그 요인은 여러 설이 있으나 내부의 협력이 안되는 관료주의설 내부정치설 등에 지난번에 언급했듯이 소니 자체가 2012년까지 ATRAC을 포기를 못할 정도로 정신을 못차린 면도 있고…

하여, 결과적으로 말해서 나는 삼성을 과소평가했고(물론 나는 2000년대 중반부터 주변인에게 삼성주식을 있는대로 매입하고 보유하라고 했었다, 들은 인간이 없어서 유감이다) 소니를 과대평가했다. 그걸 내 거의 치부라고 생각하고 있다. 당시에 내가 삼성을 평가 절하한 이유는 하드웨어에만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였다. 아이러니하게 재빠르고 맹렬하게 전략이 되는 하드웨어를 갈아타는 것이 삼성을 오늘날의 위치에 이르게 했으니 참 이 얼마나 짖궂은가(당시에는 액정TV를 비롯한 중대형 LCD에 조금씩 열을 올리기 시작했을 때 였을 것이다, 오늘날 액정TV는 포화시장이다).

재미있게도 소니가 몰락한 컨버전스의 왕좌를 애플이 꿰차고 있는데 그 ‘소니가 못했던 일’을 아마도 스티브 잡스라는 미치광이 독재자가 일도양단으로 해치웠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참고로 그것을 보좌해서 아이튠스라는 컨텐츠 제국을 이끌은 사람이 지금 애플의 현재 온라인 서비스를 총괄하는 에디 큐(Eddy Cue)였다. 그가 앞으로 뭘할지 아주 기대가 크다). 팀 쿡 조차 ‘애플에는 사내 정치가 없다’라고 잘라 말했고 스콧 포스탈이 짤렸던 이유 중 하나가 회사에서 파워게임을 하려던 게 아녔던 것 아니었나? 라는 언급이 있다.

소니가 이렇게 처참하게 망가지고, 소니에 대한 예측이 이렇게 처참하게 망가지고 나서, 나는 섯부른 예측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되었다. 그것이 단기적인 추측이던 장기적인 전망이던 말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어떤 기시감에서부터다. 물론 소니의 몰락의 이유가 되는 일들은 거슬러 올라가면 그 2000년대 중반 이전부터 있었고, 사유 또한 복합적인 사유에서 비롯한 것이고, 회사의 규모 또한 소니와 애플의 규모는 차이가 크지만… 왜인지 애플 또한 뛰어난 컨텐츠와 플랫폼, 스토어, 하드웨어 등의 에코시스템을 두고 있고 견실하게 유지하고 있지만 방심을 해서는 안될 것 같다라는 생각이란 생각이 들어서이다. 일일히 단기적인 변동이나 흐름에 대해서 코멘트를 하지는 않겠지만 팀 쿡을 비롯한 애플로써는 고삐를 바짝 죄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