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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의 위기가 부른 나무위키의 위기

나무위키는 우리나라에서 액세스가 가장 많은 사이트 중 하나입니다. 나무위키는 알렉사 한국 사이트 랭킹에서 44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구글에서 이런저런 검색을 하다보면 나무위키가 상위에 나오는 것이 예삿일이 되다보니 나무위키를 레퍼런스로 삼는 우스운 일도 왕왕 벌어집니다. 읽기 쉬운 평어체고 원체 쓸데없이 많은 부분을 다루다보니 한번 보면 시간이 금방 가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읽으면 재미있고 도움이 되는 부분도 없잖아 있습니다. 

근데 왜 사람들은 나무위키를 “꺼라위키”라고 하는걸까요? 

생각해보면 위키위키의 기본인 NPOV(Neutral Point of View;중립적인 시각)를 포기하고 있고 독자 연구를 금지하는 위키위키의 기본이 깨져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독자적인 의견의 개진의 장, 내지는 좀 나쁘게 말해서 ‘세뇌’의 장으로 위키위키를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것이 블로그의 위기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는 나무위키와 리그베다 위키, 엔하위키에 익명으로든 기명으로든 꽤 기여를 했습니다. 그걸 자랑하는 것은 의미 없는 짓이니 어디를 어떻게 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삼가겠습니다만 나무위키의 삽질이나 리그베다 위키 영리화 사태 등 소위 말하는 ‘병크’가 발생할 때마다 그냥 블로그에다가 썼으면 차라리 내 블로그가 살쪘겠구나 하는 후회가 남습니다. 

분명히 나무위키는 저와 같은 선의로 공공의 선을 위해 기여한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지금의 규모를 이루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쌓아온 것을 바탕으로 악용하고 있는 사람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자기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위키위키를 악용하는 것이죠. 

위키위키는 일기장이 아닙니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장소도 아닙니다. 자신의 주장은 블로그에 써야합니다. 독자연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의견을 관철할 근거가 없다면 그것은 백과사전이 아니라 블로그 기사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블로그의 쇠퇴는 나무위키의 위기를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나무위키가 ‘꺼라위키’가 된 것은 나무위키 내부의 규정과 규정을 단속하지 못한, 자정 작용의 실패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나무위키라는 위키위키에서나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황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무위키를 보면서 드는 생각

페이스북이 누가 창립해서 누가 운영하는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넷플릭스도 마찬가지지요. 위키백과도 누가 만들어서 누가 운영하는지 알고 있습니다(그리고 늘 자금난에 허덕이는 것도 알고 있죠).

어쩌면 나무위키가 위키위키라는 지극히 민주화적인 형태를 갖추고도 전체국가적인 운영과 토론이 이뤄지는 이유가 애당초 창립, 소유, 운영 주체가 불분명하기 때문 아닐까요.

어차피 저는 이제는 나무위키에서 덕질 정도만 하지만 한때는 소용돌이 치는 온오프라인 세상의 각종 논란에서 알아서 나아질거라는 순진한 생각이 있었던 적도 있습니다. 솔직히 그 시절이 철없게 느껴지는군요.

나무위키에 대한 생각

물론 공공선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면서 어떤 대가나 돌아오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불순할 수 있지만, 어찌 됐든 내가 요즘 한가지 가장 크게 후회하는 것은 내가 엔하위키(및 그 포크)에 글에 기여한 것들이다. 나는 지금은 엄청나게 커진 항목 여러 개를 아예 문서 생성부터 손댔었으며, 엔하위키가 망하고 리그베다 위키가 자멸하고 나무위키가 된 지금도 몇몇 문서에는 내 흔적이 아주 역력히 남아있다. 어떤 항목(들)은 정말 사명감을 가지고 갱신했고, 마치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의 마음으로 몇몇 작품이나 분야는 정성껏 다듬었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차라리 내 블로그에다 적을 걸 그랬다. 뭐 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리그베다 위키 사유화 사태니 나무위키의 불투명한 운영주체 문제 등에서 기인한다.

뭐 좌우지간 내 블로그와는 달리 나무위키는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한국어 페이지가 되었고(한국 내 알렉사 랭킹 기준으로 13위다, 11번가(14위)나 클리앙(16위), 트위터(17위), 디씨인사이드(18위)보다도 높다, 위키위키로 따지면 위키피디아는 15위이다), 그런 영향력을 귀신같이 맡는 구글은 어지간한 검색어의 상위 결과에 나무위키를 올린다. 이쯤 되면 나무위키 사용자들이 자신들의 영향력에 대한 자각이 있어야 하는데 문제는 이 양반들이 그게 있는 건지 싶다.

뭐 나무위키에 대한 문제, 예를 들면 편향성이라거나, 참조 문헌 부족에 따른 근거가 없는 서술 등은 그냥 넘어갈 수 있긴 하다. 예를 들어서 의학 정보를 나무위키에서 보면서 이걸 의사의 조언 대신 삼거나 의학 정보 사이트를 대신할 생각은 없다. 만약 그럴 생각이 있는 분이 계신다면 하지 않길 바란다. 

사실 엔하위키가 그랬고 나무위키도 그렇고 가장 영향력이 있는 분야는 역시 뭐니뭐니해도 서브 컬쳐, 다시 말하면 장르 소설과 만화, 애니메이션 관련이다. 나무위키는 엔하위키 시절부터 한 가지 재미있는 정책이 있는데 혹시 고쳐졌는지 모르나, 적어도 엔하위키 시절에는 있었고 지금도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봐서는 고쳐지지 않은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스포일러 경고가 있든 없든 스포일러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나무위키에서 몇몇 작품의 스포일러를 당했는데, 물론 이 앞에 형식적인 스포일러 경고가 있긴 했다. 그런데 이걸 굳이 비유하자면 한남동에서 한남대교를 타고 강을 건너 강남에 다다르자마자 “여기서부터 부산까지 죽 시속 100km 이동식 카메라 단속 구간”이라고 써놓는 것과 같다. 가령 어떤 작품을 알고 싶다. 스포일러 경고가 있다. 난감하다. 나는 그냥 캐릭터의 소개를 보고 싶은데 누군가가 처음에 뼈대를 잡으면서 적은 캐릭터 소개와 함께 뒤따라 누군가가 가필했을, 몇 화에서는 무슨 짓을 하고 몇 권에서는 무슨 짓을 당하고 같은 중계식 스포일러가 전부 다 나온다. 시놉시스를 알고 싶어 줄거리를 누르면 역시 누군가가 뼈대 삼아서 적어놓았을 간략한 줄거리 다음으로 너 나 할 것 없이 덧붙인 누더기 같은 스포일러가 이어진다. 누가 그걸 알고 싶어 했나?

이런 나무위키의 구조 덕분에 나는 4월은 너의 거짓말의 결말을 스포일러 당했고, 나만이 없는 거리의 범인을 알게 되었다. 살인면허가 있다면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 정의의 처단을 하고 싶은 기분이다. 나무위키는 앞서도 말했지만,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사이트가 되었다. 각 항목을 쓰는 사람들은 이제 자신들이 쓰는 내용이 단순히 ‘이건 웃자고 쓰는 사이트니까 신경끄셈’ 하기에는 너무 커져 버렸다는 얘기다.

앞서도 말했지만 나는 2010년대에서 2013년인가 2014년까지 정력적으로 엔하위키 등에 기여를 했고, 어떤 개자식이 내 블로그에서 핫링크(이미지를 자신이 호스트하는 서버가 아니라 남의 호스트에서 따서 붙이는 것)를 하는 탓에 트래픽이 솟구친 적이 있어 그걸 분산시키느라 애먹은 적이 있다. 나는 지금도 내가 정성을 들인 항목 이름은 읊을 수 있고, 물론 나무위키가 크기가 커지면서 더 체계화되어있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항목들은 여김 없이 지금도 내 흔적이 남아 있다. 나는 어디의 어느 구절이 내 글인지 지금도 지적할 수 있다.

내 자랑을 하자는 게 아니라 그만큼 나는 그 문서들을 항상 살피고 관련된 변동을 살펴서 반영했다. 나는 그 문서를 단순히 어떤 일이 생길 때 마다 덧붙이는 게 아니라 늘 문서를 위에서 조망해서, 변동이 생기면 재구축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크기가 커지면 대항목을 중항목 소항목으로 분리하고, 필요하면 항목 간의 이동이나 재구축도 잊지 않았다. 아까도 말했듯이 단순히 나뭇가지를 다듬는 게 아니라 정원을 다듬는 일을 했다. 지금 나무위키의 편집자들은 이것이 부족하다. 단순히 어떤 캐릭터가 몇 화에서 어떤 짓을 했는지를 하나하나 나열하는 것보다, 그것들을 통해서 ‘맥락’과 ‘통찰’이 담긴 분석을 적어야 하고, 그것에 대한 참고 문헌으로 특정 에피소드를 언급해야 맞다. 이러라고 각주 기능이 있는 거다. 쓸데없는 잡담을 적으라고 있는 게 아니라.

그 외에도 항목에서 편집자들끼리 취소 선이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서로 치고받지 않나, 무슨 일이 일어나면 그걸 추가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미친 듯이 달려가서 앞뒤 연관성은 상관도 안 하고 추가를 한다. 위키위키인데 연관된 항목과 문서와의 연계는 생각하지 않는다. 충동적으로 누가 먼저 수정하나 전쟁이 벌어지다 보니 문서 앞에서는 바뀐 내용이 뒤에서는 반영이 안 되어있고, 뒤에서 반영이 된 내용이 앞에서는 그대로이다. 관련되어 연결된 이 문서에서는 고쳐진 게 저 문서에서는 한동안 그대로 방치되거나 (적는 사람이 다르니) 다르게 적히기도 십상이다. 문서를 수정하는 주제에 편집 전에 문서 전체를 읽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평소에 어땠는지 파악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 식으로 서둘러서 고치고 싶었으면 나중에 최소한 자신이 고친 문서를 보고 정합성을 갖췄는지 확인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조차도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엑스레이 한 장 안 찍고 배 째서 수술하는 야매 의사가 다름없다. 이쯤 되면 기여가 아니라 용암처럼 끓는 자기 현시욕의 분출이자 백해무익한 땅따먹기다. 아무리 농담 반 진담 반 같은 백과사전이지만 백과사전이 게임인가?

물론 이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어떤 사람이 마치 파수꾼처럼 앉아서 독점적으로 편집하고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간다고 해서 롤백하는 이른바 ‘사유화’는 문제가 있다. 앞서도 나는 여러 문서를 만들고 가꾸었다고 말했는데, 나는 문서를 하나 쓰고 나서 종종 들러서 과연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수정을 했는지 전부 읽어보고 변동 로그를 즐겨 보곤 했다. 그리고 내가 쓴 문장을 그에 맞춰서 고쳐서 자연스럽게 정리하거나 그들의 추가에 따라 배치를 다르게 하거나 내용을 더했다. 사실 내가 쓴 문장이나 내가 손을 보는 항목이 다른 사람에 의해서 변해가고 더해지는 모습은 아주 흥미로웠다. 그게 재미라고 생각했다. 그 맛이 아니라면 차라리 내 블로그에 썼을 것이다. 그랬다면 최소한 어떤 분야에 관해서는 이름이 남지 않았을까. 그래서 후회가 된다.

사실 위키위키에서 많이든 적게 든 누군가에게 상시적이든 비상시적이든 편집자 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규모가 규모이고, 위키의 참여자들도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일베(알렉사 랭킹으로 39위다)의 각종 문제를 씹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나무위키에는 아동/청소년이 나오는 음란 게임에 대한 글과 관련 이미지가 버젓이 올라와 있고, 여성혐오니 뭐니 인터넷이 뜨거운 가운데 NPOV는 씹어 먹은 양 편견 어린 자신의 사견을 올려놓고 있다. 제발이지 부탁이니까 그런 건 당신 블로그에다 쓰기 바란다. 다시 말하지만 아무리 내용이 농반진반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백과사전이다. 몇 번 다시 말하는 것 같은데 클리앙이 16위, 트위터가 17위, 디씨인사이드가 18위, 루리웹이 20위, 오늘의 유머가 22위이고 나무위키는 그 모두를 가볍게 넘어서는 13위이다. 뭐 하기야 이 모든 사이트의 사람들이 다 모여서 수라장을 벌이니 13위가 나오는 게 놀랍지 않을지도 모른다. 자각을 하기 바란다. 

나무위키가 엔하위키이던 시절에, 오늘 위키 서버는 언제 터졌는가를 헤아리고 위키위키에 접속이 안 되니까 조바심이 나서 미러 서버를 뒤지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어디에 쳐박혀 있는지 모를 정체불명의 회사가 어디선가 이익을 얻는지 체제 잡고 운영하면서 서버가 터지는 일은 없어졌고, 이런저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앗 하는 사이에 깊이 더 깊이 처박고 들어가는 나를 발견하지만(16GB짜리 램이 달린 컴퓨터를 사면서 정말 좋은 점이 위키위키를 뒤지면서 탭을 몇 개고 열어놔도 느려지지 않은 점이었다) 나무위키는 너무 커져 버렸고, 현재 자정 기능과 자기통제능력의 한계에 치닫고 있는 중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대로 고삐 풀고 가버린다면, 좋아하는 만화/애니메이션의 스포일러를 당한 정도의 사태로 끝나지 않으리라 예측 가능하다. 지금이라도 위기의식을 가질 때라고 생각한다.

 

 

 

나무위키 사태에 관해서 생각

또냐, 싶었습니다. 사실 2011년부터 꽤 오랜 시간 동안 리그베다 위키에 푹 빠져 있었고 꽤 많이 썼습니다. 블로그 내버려두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지만 왠지 무언가에 기여한다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영리화 사태로 인해서 사실상 사장됐고, 그것을 대체하기 위해서 나무위키라는 녀석이 나왔고, 나름 자리를 잡히는 듯 했습니다. 뭐 거의 대부분은 읽으면서 킥킥거리는 용도였지만 어찌됐든 나무위키에도 일정량의 기여를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리그베다 위키와 그 포크의 몇몇 문서는 제가 쓴 내용이 커다란 틀을 차지하는 문서가 여럿 있습니다. 사실은 ‘모두가 이 내용을 봤으면’ 하는 생각에서 블로그가 아니라 위키위키에 올린 겁니다만 지금에 와서는 ‘차라리 블로그에다 올렸으면’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서브컬쳐 관련한 내용은 (최소한 요 근래에는)블로그에서 잘 하지 않았기 때문에 딴에는 분리한다는 생각에 한거였는데 매우 후회하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일부 내용은 블로그로 옮겨오는 것을 감안하고 있습니다. 훑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광고하나 없이 서버 요금과 도메인 요금 그리고 CloudFlare 요금 등 돈만 열심히 먹는 블로그라 영리성은 하나도 없으니 오히려 나무위키보다 나으면 나았지 덜할 것은 없습니다. 라이센스적인 문제는 없을 겁니다. 게다가 나무위키에 올린 글을 바탕으로 제가 쓴 글을 재구성해서 올린다는데 말이죠.

지금까지 재미있는 기사가 있거나 하면 트위터로 리트윗을 하거나 그랬습니다만 블로그를 아예 문닫을 각오까지 했는데 간간히 블로그에다가도 올리는걸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IT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여튼 간단하게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없나 검토해봐야 겠습니다.

블로그라는 내 껍질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왠지 위축된 느낌이 들긴 하지만 더 이상 누군가에게 의해서 좌지우지 되는 걸 보지 못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