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통화등기(현금등기)를 사용해보다

강원도에 구순을 앞둔 할머니가 계신데, 지난번에 김장김치를 얻어먹고 설을 앞두고 있으나 귀성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약간 용돈을 부쳐드려야겠다 싶었는데, 문제는 할머니께서 구순을 앞두셨다는 부분이다. 계좌를 가지고야 계시지만 ATM을 낑낑거리며 만지는 할머니를 상상하자니 솔직히 이건 아니지 싶었다. 그래서 예전에 현찰을 보낼 수 있는 우편제도가 있다는걸 알게 되어 신청했다. 수수료가 10만원에 4천원이 넘는, 요즘 넘쳐나는 무료 송금을 생각하면 한숨이 푹 나올 서비스이긴 하나 할머니 눈앞에 현찰을 ‘턱’ 하니 배달해 준다니 차라리 이게 낫겠다 싶었다. 현금 외에도 간단한 메시지 정도는 추가해서 보낼 수 있다. 

보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인터넷 우체국에서 현금 배달(통화등기) 메뉴를 찾아서 주소 적고 연락처 적고 메시지 적고, 금액 적고 확인한 뒤에 금액과 수수료를 지정계좌에 송금하면 이쪽에서 할 일은 끝이다. 그러면 받는 사람 관할 배달 우체국에서 인쇄해서 봉함하고 발송해준다. 그래서 솔직히 배달은 좀 더 빨리 되도 될 것 같은 느낌이나… 아무튼 도착하면 휴대폰으로 실시간으로 알림도 해준다.  

주문을 10일에 하고 당일 바로 무통장입금으로 수수료와 10만원을 입금했고 12일 제작이 완료되어서 13일 배달되었다. 설을 앞두고 있어서 제작/배달에 시간이 걸린다고 양해를 구하기는 하더라. 아무튼 현금 10만원은 200km 넘는 거리를 제대로 갔고. 할머니는 뜻밖의 현금에 좋아하셨다. 부모님들 좋아하는 선물 1위가 현금이라는데 계좌이체는 뭔가 아니다 싶을 때 가끔 써먹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앞서도 말했듯이 간단한 메시지 정도는 추가 할 수 있으니 ‘적요’란 밖에 활용할 수 없는 무통장 입금 보다는 인간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시간 역시 인간미가 넘치게 걸리는게 흠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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