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워치(Apple Watch)와 처음 며칠 감상

사용해본 물건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나의 원칙 중 하나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물건은 내가 구입한 것들이다. 그걸로 실패를 하던 아니면 만족을 하던 내 돈으로 한 것이니 그 무게가 있다고 주장한 적도 있다. 10년을 넘긴 이 블로그를 하면서 쓴 대부분의 사용기는 따라서 그렇기에 무게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애플 제품을 특히, iDevice를 나오면 나오는 대로 최대한 빨리 사려고 노력해왔고 심지어는 아이패드가 9.7″와 7.9″대로 나뉘는 과정에서도 두대를 다 최고 트림으로 사는 기염(?)을 토한 적도 있다. 그렇지만 사람이라는게 언제까지고 그렇게 정열 넘치는건 불가능 하더라. 개인적으로 변명을 해보자면 편의점에서 한통에 만 원 가까이하는 하겐다즈 바닐라 파인트를 참지 못하고 너무 많이 먹어서 일수도 있고, 분기별로 쏟아지는 애니메이션 블루레이에 돈을 너무 많이 써서일지도 모른다. 서점의 회원등급을 나누는 분기 매출이 150만원을 넘기는 상황을 보면 틀림없이 내가 사지 못할 처지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은 살면서 각종 자원, 즉 리소스를 항상 분배하면서 산다. 내가 수중에 한푼이 없든 아니면 이건희처럼 돈이 많든 틀림없이 어딘가에 돈을 더 우선적으로 쓸지 더 많이 쓸지는 고려하게 될 것이다.

애플 워치를 생각해보면 “아, 이제 좀 형편이 좋아졌군” 싶어서 뒤늦게 산 감이 있다. 트위터의 아는 분이 말씀하시기를 “다음 세대를 기다리시는걸 추천한다”라고 하는 말을 듣고도, 다른 아는 분이 작동되는 모습(결코 긍정적인 인상을 주는 영상은 아니었다)을 동영상으로 보내주신것을 보고 “최악의 경우에는 환불하죠” 하고 구입했다(이게 다른곳의 할인이든 뭐 이것저것 다 떼놓고 애플 온라인 스토어에서 구입하는 것을 추천하는 이유이다, 만족스럽지 않으면 도로 가져간다). 아닌게 아니라 그분들과 말씀하기 전에도 새 모델이 언젠가 멀지 않은 장래에 나올 것을 계산하고 있었지만, 좀 더 꾸물댈수록 신모델까지의 시간도 줄어들 것 같았기 때문이고, 시계라는 장치야 말로 한 두해에 바꿀만한 장치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내가 종종 비유로 쓰던 카시오 시계는 애플워치에 밀리기 전까지 근 십년을 문제 없이 썼다. 여튼 애플 워치 사용자는 생각만큼 많지는 않은 듯 하다. 트위터에서도 안드로이드보다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 사용자는 더 적고(설령 내 주위에 애플 사용자가 많이 있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그 경향은 변함이 없다), 아이폰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애플워치를 구입하거나 사용하는 사용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일단 나 자신도 이제야 구입했으니까. 그래서 이 글도 이렇게 느지막히 올라왔고.

사용 사진을 올리고 나서, 역시 트위터의 지인께서 여쭤보셨다. “안 좋습니까?” 라고. 나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어느 쪽을 고르라면 만족합니다.” 

글쎄, 애플 워치는 가장 성공한 스마트 시계 중 하나이고, 초기의 (주로 애플 매니아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이제 와서는 그들의 말들이 다 이해가 간다. 왜 이러니 저러니 하면서도 착용을 멈추지 않는지도 알겠다. 부드럽게 톡톡 두드리며 울리는 트위터의 알림을 받고, 인스타그램의 알림을 받고. 전화를 걸고 받고, 메시지를 주고 받고. 장난을 치는게 아니라면 ‘슬쩍 보고’ 한두번 조작하고 손을 내릴 수 있는 일에 집중하게 된다. 현재 세대의 애플워치에서 내가 아쉽게 여기는건 아직 ‘슬쩍’하고 볼 만큼 빠릿하지 못한 서드파티 앱의 실행이다. 아마 다음 세대가 나온다면 반드시 이 점은 고쳐지겠지. 그리고 실제 그렇게 실행하더라도 팔뚝을 들고 이리저리 누르는건 의외로 힘들고 비효율적이다. 팔 아퍼. 이 내용을 트윗하자 안 좋냐? 는 질문이 왔다. 사실 기계나 속도보다는 ‘시계에 걸맞는 앱이 어떤 것인가’ 에 대한 궁리가 아직 개발자들에게도 완전히 끝난게 아닌 듯 하다. 그게 더 문제다.

의외로 디지털 크라운 다이얼과 또 하나의 버튼의 존재와 터치패널에 대한 것은 손에 차고 나니 금새 적응이 됐다. 전시된 물건을 만졌을땐 도대체 이게 어떻게 작동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괴상한 장치였는데 손목에 차고 나니 작동하는 방법이 이해가 되고 필요할 때 반사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그러니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게 문제인 것이다. 나는 아까 말한 지인의 물음에 이렇게 덧붙였다. 나는 이 제품에 대해서 이렇게 평가하고 싶다.

“아예 않써볼 수는 있지만, 한번 써보면 계속 쓰게 됩니다.”

아이패드를 파는데는 소파가 필요했지만, 애플 워치를 파는건 좀 더 어려운 일일 것 같다. 그건 단순히 수 많은 밴드와 본체의 배리에이션 때문만은 아니다. 스마트폰 이상으로 개인적인 취향을 타고 사적인 교류를 하는 기계기 때문이다. 반드시 손목에 차고 자신의 일상에 어떻게 녹아드는지 자기 자신이 납득하지 않으면 가치를 느끼기 힘들다. 손목에 차고 자신의 앱을 깔고 자신의 알림을 받아볼 필요가 있으니.

여담으로 스테인레스 스틸 케이스에 42mm 브라운 클래식 버클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도 그랬고 경험칙적으로도 그렇지만 애플에서 내놓는 가죽 액세서리는 가성비는 의문시 되도 질이 의심받는 경우가 없었다. 이번에도 그렇다.  배터리에 대해서 나올때 말이 많았는데, 가볍게 운동을 하고 일상적인 일을 하면. 피곤해서 잘때 같이 충전하면 된다. 배터리는 사실 더 여유가 있다. 더 가겠지만 내가 자야할 때가 되는 거고. 충전을 해두는게 필요하니 충전한다. 평소에는 크게 신경 쓸 것 없지만, 당일치기 이상의 여행을 할때는 충전기가 하나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만약 그게 도저히 라이프 스타일에 스며들지 못한다면 페블(Pebble)이나  액티비테(Activité)를 생각 해 보는게 좋을지도.

애플 워치를 착용한 사진을 올리니 역시 잘 알고 지내는 팔로워로부터 “앱등이!”라고 장난찬 조롱을 들었다. 나름 안드로이드도 사랑해주고 있지만 아마 다른 사람이 보면 변명의 여지 없이 그럴 것 같다고 대답했다. 농담같지만 애플워치를 사용하면서 갤럭시 노트를 사용하는게 편해졌다. 간단하다. 아이폰을 충전하거나 다른데 두는 동안, 갤럭시 노트를 사용하는데 전화가 오든가 메시지가 오거나 알람이 오면 워치로 대응할 수 있다. 뭐 5″가 넘는 기기 두개를 동시에 들고 사용하는 재주를 부리거나 그냥 전화가 울리면 하나를 집어넣고 다른걸 꺼낸다거나 하면 되지 않아? 라고 물어 볼 수 있다.

사실 그게 이런 디바이스의 문제이다. 있으면 편리하지만 없어서 곤란하진 않거든.

서드파티 앱은 아이폰 앱을 많이 쓰는 사람이라면 시계를 연결하자마자 질리도록 많은 앱을 바로 쓸 수 있을테지만 가장 치명적인건 종종 꽤 느려진다는것과 입력이 Siri 기반이라 한국어 시리 환경에서 Fantastical은 캘린더 입력이 안되고 Angstrom 은 단위를 알아 먹지 못하며 번역앱은 한국어에서 외국어로 번역만 된다. 언어 선택이 자유로우면 좋을텐데. 아 그리고 시리의 인식 성능은 메시지를 부담없이 구술해 보낼 정도지만 수정하려면 통째로 다시 써야한다.

스마트워치에서 바라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고, 할 수 있는 것도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원하는 정보를 순식간에 보고 순식간에 대처한다. 그게 하다못해 지금 바깥의 날씨든 이런저런 일로 연락하는 해외 회사의 근무시간이든. 메일이든, 좋아하는 사진을 올리는 인스타그램의 새로운 사진이든(그리고 제일 먼저 하트를 박자!), 중요한 트윗이나 멘션, DM이든, 중요한 뉴스 속보라든가, 주문한 상품의 배달 상황이라든가. 즉시 원하는 것을 확인하는것 그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아까 시계에 걸맞는 앱에 대한 궁리가 다 끝나지 않았다고 했는데  잘 만들어진 앱은 이점이 빠르고 편하다. 그리고 틀림없이 그 앱은 많이 쓴다.

가죽 벨트로 시작했다고 하지만, 금속 벨트나 러버 밴드를 추가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평소에는 참 편안한데(손에 땀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운동을 할때거나 손을 씻을때는 쥐약이거든. 시계는 생활 방수인데 밴드가… 여담으로 애플워치의 잔소리 대로 움직였더니 3일만에 500g의 체중이 줄어서 놀랐다.  의외로 이거 중요한 기능일지도.

이 시계에 여기에 최소 40에서 80여만원 이상을 들일 생각이 있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고 강제할 수도 없는 문제이긴 하다. 다시 말하지만, 아예 안 써볼 수는 있어도 쓰게 되면 계속 쓰게 된다. 그게 딜레마다. 필요성을 인식 시켜야 한다.

그래서 어떻냐고? 애플의 새로운 주요 카테고리를 차지할 만한 가치가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처음 만졌을때 만큼이나 새로운 경험이었다.

애플이 언젠가 새 워치를 내놓을 거고(심지어 그게 다음 달이 될지도 모르고) 그렇지만 지금 애플워치는 단순히 ‘시계’로써 참 맘에 든다. 늘 정확하게 맞는 시계와 기분이나 필요에 따라 커스터마이즈해서 필요한 시각과 정보를 보여주는 시계 화면은 이제 더 이상 그것만으로도 카시오 시계로 돌아가기 힘들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떠난 해외 여행때는 전파로 시각을 맞추는 카시오 시계를 썼지만 이번엔 충전기를 들고 가더라도 애플 워치를 쓰겠지. 애플 워치가 명품 시계를 포함한 모든 시계를 대체할 거라고는 당장 얘기할 수 없지만 수많은 일반 손목 시계는 ‘손목 시계가 점점 필요 없어지는 지금’에 나타난 새로운 경쟁자에  머리가 복잡할지 모르겠다. 물론 이 녀석을 G-SHOCK 마냥 여기저기 부딛히는걸 두려움 없이 쓰긴 어려울 것 같지만.

아까 잠시 언급했는데 환불할 각오로 샀지만 좀 더 지켜 보아야겠다만 아직은 환불할 생각이 없다.

고양이와 싸워라, 리디북스! 

리디북스가 연말연초에 무척 공격적인 마케팅을 했습니다. 말도 안되는 할인금액에 책을 수십년간 빌려주고 또, 그 금액만큼 다른 책을 살 수 있게 한다니. 도서정가제를 고안한 사람이나 옹호하는 사람들은 무슨 기분이었을까요? 책에 달달이 수십만원을 들이는 입장에서 ‘책을 헐값에 덤핑’하는 것은 사실 마냥 달갑지 않게 여길 분이 틀림없이 있다고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창업의 덫을 다룬 추적60분(KBS) 프로그램을 봤을때 모 피자업체가 통신사와 제휴를 맺고 진행한 반값 행사를 두고 가맹점주가 누가 반값주고 먹다가 제값을 주고 사 먹겠냐고 하소연을 했었지요. 의식주의 범위에 들어가는 외식 조차 이런데, 소위 ‘헬조선’이라고 불리우는 각박한 현실에서 지적 ‘오락’인 독서 또한 어떤 의미에서 이런 할인 행사의 독에 자멸할지 모른다고 생각은 합니다. 저는 이런 책을 사면 책값을 포인트나 전자책 리더기로 돌려주는 이런 등가교환 무시한 연금술 같은 마케팅을 접하면서 리디가 현금사정이 어렵나 싶을 정도였습니다(사실 이전부터 리디북스는 포인트 추가 부여로 월초에 결제를 유도해서 ‘유통’업체의 혈액과도 같은 현금을 대놓고 확보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리디북스의 사정 얘기는 둘째치고 제가 리디북스에 대해 평가하는 점은 정가제 하에서 독서의 허들을 낮추는데 노력했다는 점입니다. 일단 리디북스의 ‘본진’인 스마트폰/태블릿 앱들을 살펴보면 더 이상 한국에서 전자책을 사서 읽으며 수준 이하의 앱을 상대하며 질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일단 안드로이드와 iOS 둘다 쓰지만 iOS 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어떤 부분에서는 킨들보다도 훌륭한 점이 있습니다(대표적으로 킨들은 시리즈 도서를 묶음으로 표시하는게 불가능합니다, 라이브러리가 말 그대로 아마존 정글이 되어버리죠). 최고의 경험인지는 제쳐두고 비합리적인 부분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읽던 도중에 차라리 종이책을 사보지. 라고 생각할 정도는 아닌것 같습니다(종이책을 같이 사는 경우가 많지만서도).

소지하고 있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쾌적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면 스마트 시대에서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어떤 매체를 통할지 뿐만 아니라 어떤 화면을 통해 볼지도 선택하며 어떤 화면을 통하든 선택지는 정말 놀랍도록 많습니다. 텔레비전 방송을 실시간으로 보지 않고 통근 통학하면서, 혹은 외출처에서 짬을 죽이면서 휴대폰으로 보는 것은 매우 자연적인 일이 됐습니다. 사실 텔레비전 방송은 이러한 시대에 적합하도록 ‘편집’된 동영상을 인터넷에 추가로 업로드하는 것이 이젠 어렵잖게 볼 수 있는 추세가 됐습니다. 왜냐고요? 길고 늘어지면 사용자가 방송 대신에 고양이가 1분간 뒹구는 동영상을 볼지 모르고 그건 침체되어가는 방송 광고를 벌충하기 위한 온라인 광고 전략에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스낵컬쳐’ 트렌드는 카드 뉴스 같이 방송사와 신문사가 같은 분야 같은 포맷에 뛰어드는 진귀한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전차안에서 든 스마트폰에 고양이 동영상이든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든 웹툰이나 뉴스가 됐든. 저는 독서 또한 같은 위치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물론 지나치게 가벼운 책들로 시장이 도배되는 것은 바라지 않지만 책 자체는 손쉽게 닿을 수 있어야 합니다. 신문이나 방송 뉴스가 그러했듯이 언제나 고고하게 마치 ‘우리가 출판계와 말글, 문화와 학문을 지킨다’ 식의 자세로 개정 도서정가제가 그러했듯이 배타적인 자세를 보이게 되면 도서계는 점점 게토화 될 것입니다. 사는 사람이 사고 읽는 사람이 읽겠죠. 올라간 책값을 감수하고 어떤 책을 넣을지 숙고해 고르고 책으로 무거워진 가방을 견딜 수 있는 사람만이 책을 보게 된다면 책은 고양이 동영상에게도 질 수 있습니다. 귀여운 고양이를 1분간만 봐도 지독한 현실에서 눈을 잠시 돌려 힐링을 얻을 수 있거든요. 공짜로.

문자 그대로 화면에서 흘러넘치는 고양이와 싸우기 위해 책을 공짜로 뿌릴 수는 없습니다. 전자책 판매도 장사고, 사람과 회사를 거치는게 책이니 만큼 수익 배분은 여느 컨텐츠가 그렇듯이 매우 민감한 사안이므로 섯불리 공짜로 뿌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소위 90% 장기 대여와 전액 캐시백이 한 회사의 법의 헛점을 슬쩍 빗겨가는 기행으로만 보기에는 그 의미가 긍정적이고 참신하다고 봅니다. 이 얘기를 했을때 주변 사람들 중 두 사람이 ‘결국은 어떻게든 책을 (캐시백으로 돌려주는 만큼) 더 사게 만드는거 아니냐’였습니다. 엄청 득을 보는 느낌으로 ‘한정 상법’을 써서 돈을 열게 해서 ‘독자’는 (다 읽을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책을 쌓아두게 됩니다. 그걸 다 읽는 것도 좋고 그걸로 생긴 적립금으로 다른 책(심지어 만화책이나 라이트 노벨도 좋습니다)을 사서 읽어도 좋습니다. 어찌됐던 이미 돈을 주고 전자책을 사는 것을 유인하는데 성공했고, 사람은 신년 금연이나 방학 개시 직후 독서 노르마를 결심하듯이 하다못해 페이지 몇장이라도 넘길테지요. 그 지속 가능성을 따지기 이전에 우리는 돈을 주고 컨텐츠를 사서 잠시라도 열어보게 하는것 부터가 어렵다는 걸 잘 압니다. 그리고 사본 적이 있는 사람이 산다는 건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리디북스에 대해 얘기하면서 지인들과 ‘이거 꼭 전자서적의 스팀 같다’라고 얘기한적이 있습니다. 전 솔직히 산 책을 다 읽지도 않았고 50년 대여라는 책을 아마 50년 뒤에 기간이 만료될때까지 읽지도 않을지 모릅니다. PC 게임을 즐기시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하시는 것이, ‘스팀이 게임 구매 절차를 간소화해서 결과적으로 불법복제 감소와 구매 증가에 기여했다’ 입니다. 스팀 사용자들 보면 당장 하지도 않을 게임을 라이브러리에 ‘수집’해놓고 뿌듯해 하시거나 자조하는 경우가 발로 채이듯이 많습니다. 할인 한다! 내지는 공짜로 풀린다더라! 는 말에 낚이는건 비단 스팀만의 경우도 아닙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아무리 할인을 하더라도(심지어는 공짜로 뿌려도) 그걸, 가령 새 게임이나 앱을 원하는 마음이 없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사용자가 스팀 웹사이트에 접속하거나 앱스토어/플레이 스토어에 접속해서 둘러보고 구매나 다운로드 하는 것 자체를 하지 않으려 하면 답이 안나는 문제입니다. 이미 많은 앱들이 이 문제에 곤란을 직면하고 있죠. 현실 세계로 가면 고객들이 찾는 발길이 줄어 서점이 문을 닫습니다. 그게 도서정가제 개정의 주요 취지 중 하나였지요. 어찌됐든 리디북스는 자사의 온라인 서점을 둘러보면서 책을 사고 몇페이지라도 읽도록 유인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고양이 동영상 하나 검색해 볼 시간이라도 뺏었어요, 만세! 이건 결코 우습게 볼 수준이 아닙니다. 뒹굴거리기만 하면 되는 고양이와는 다르게 사람은 자기에게 관심을 뺏기 위해 돈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동물이라 문제가 골치아프지만요(아, 고양이들은 좋겠다).

해서, 그러잖아도 코가 꿰였다고 생각할 정도인 리디북스 라이브러리가 더 늘어났습니다. 글을 쓰기 며칠전에 스팀에 대규모 장애가 있어서 야단이 난 적이 있습니다. 금으로 바꿔준다는 약속을 포기하고도 이 종이가 통할 것이라는 믿음하에 시장경제가 굴러가듯이 이 시스템이 변함없이 잘 굴러갈 것이라고 믿음을 주고 그러한 노력을 다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리디북스에게 과제가 될 것입니다. 제 희망사항이기도 하구요. 유튜브가 망하면 고양이 동영상들을 찾는 지친 영혼들이 얼마나 상처가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