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의 30년

내 블로그는 정확하게 언제 시작했는지 가물가물하다. 도메인을 얼마전에 갱신하면서 Whois를 살펴보니 2005년 1월에 등록한 것으로 나오니 대강 그 즈음 시작했으리라. 내가 맥(Mac)을 처음 소유한 것은 2006년이다. 맥에 인텔 칩이 들어간다는 것이 확정되고 ’인텔 맥’에서 윈도우가 돌아가는데 성공하면 100만 달러를 주겠다는 현상대회가 열리는게 허무하게 애플이 순순히 부트 캠프(Boot Camp)를 베타지만 무료로 뿌려 버리고, 윈도우(Windows)를 돌릴 수 있어요. 라고 선전해 버렸다. 당시 흰색 아이팟(iPod) 3세대를 가지고 있었고 iTunes를 윈도우에서 근근히 돌리고 있었던 나는 당장 ’콜’을 외쳤다. 아버지를 이끌고 지금은 없어져버린 코엑스의 애플 매장에 가서 아이맥을 사서 뒷좌석에 실고 돌아왔다. 그것이 내 첫 번째 맥이다.[1]

맥이 30주년을 맞이 했다. 나는 맥으로 많은 것을 했다. 이 블로그는 공교롭게도 공교롭게도 맥과 시기를 같이 했다. 물론 중간에 윈도우를 사용한 시기도 있었지만 상당한 시기를 맥과 함께 했었다. 나는 2006년에 왜 맥을 쓰는지 썼었고(이 글은 지식in에도 올라갔었다) 시간이 지나가서 회고하며 2010년에 시류에 맞춰 느낀 바를 다시 적었다. 뭐 이런저런 포스트를 적었지만… 그러다보니 나는 맥 블로거, 애플 블로거가 되어 있었다. 되고자 한 것도 아녔고, 원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렇게 되어 있었다.

맥으로 나는 동생과 낚시를 갔던 DV 테이프를 편집해서 하나의 홈 무비를 만들었고, 수 많은 사진을 관리하고 있으며, 음악을 관리하고 있다. 블로그를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웹을 보기도 하고 페이스북을 하거나 트위터를 하기도 한다. 위의 글을 쓰고나서 애플의 전략은 맥의 디지털 허브 전략[2]에서 벗어나서 안타깝게도 많은 일들이 아이패드나 아이폰으로 대체되어 가는 것이 아쉽다. 하지만 맥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아이패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아이폰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iCloud(나 다양한 서드파티 솔루션)가 소개되면서 그 셋을 좀 더 유기적으로 통합해서 활용할 수 있게 되었고, 우리는 더욱 더 많은 일을 즐겁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도 왜 맥을 쓰는가? 라는 의문을 들지 모르겠다. 아름다운 하드웨어[3], 편리한 앱[4]. 조금만 요령을 터득하면 배울 수 있고[5] 사용하면 할 수록 할 수록 정이 드는 그런 OS[6]라는 점에서 말이다. 하지만 나는 간단히 대답할 수 있다. 써보면 압니다.[7]

뭐 이건 어디까지나 일상적인 생활에서 맥을 사용하는 사람의 얘기고 프로페셔널한 상황에서 맥을 사용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전혀 다른 얘기겠다.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 같은 사람은 유명한 맥 매니아고, 음악 작업이나 애니메이션 작업, 그래픽 작업, 영화 작업, 출판 작업 등에서 맥이 사용되는 것은 쉽게 발견된다.

많은 매니아를 두고 있어서 역으로 안티를 두고 있기도 하지만, 예전에 비해서 맥을 쓰기에 정말로 편리해진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애플에서도 예전에 비해 한국에 신경을 써주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을 정도고. 30년이 흘렀네. 앞으로 어떻게 되려나. 그나저나 이 블로그도 Whois에 따르면 개설된지 9년이다. 놀랄 노자다.


  1. 사실 내가 처음으로 만난, 만진 맥은 아버지 직장에서 본 PowerMac 7100이다. 97년깨의 일이다.  ↩

  2. 아이팟이나 캠코더 등 모든 기기를 연결하는 ’허브’로써의 맥의 전략. 이후 PC less로 선회하게 된다.  ↩

  3. 하드웨어의 완성도는 말해서 무엇하리오.  ↩

  4. 정말 다양한 필요를 충족하는 다양한 사소한 앱이 많다. 예를 들면 이 글을 쓰기 위한 마크다운 편집기는 윈도우에도 손 꼽을 정도이지만 이 정도 수준에는 미치지 않는다. 트위터 앱만 하더라도 윈도우 용은 맥용에 비할바가 못 된다.  ↩

  5. 새 OS다 보니 배우는데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다.  ↩

  6. 정말 다양한 부분을 세세하게 조정하고 바꿀 수 있다. 맥 사용자들이 모여 10명의 맥을 꺼내서 10명의 맥이 같은 모습을 보기란 정말 어렵다. 하다못해 도크(시작메뉴와 비슷)의 위치마저 다른 경우가 다반사다.  ↩

  7. 강요하는건 아니다. 모두에게 맞는 대답은 없다. 윈도우가 맞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맥이 맞는 사람이 있다.  ↩

소셜 피로(social fatigue)

새로운 종류의 디지털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음. 나는 이걸 소셜 피로라고 명명하기로 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스테이터스 업데이트에서 좀처럼 떨어지기 어려운 현상을 말한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무슨 새로운 일이 생기지 않았나? 그런 것이 나를 소셜 미디어와 분리하기 어렵게 만드는 그런 요인이다. 나는 IT를 일상적으로 다루다보니 당연히 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런 느낌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는 그 사실을 트윗했고 아마 여지껏 받아본적이 없을 정도의 반향을 얻었다. 리트윗과 페이보릿으로맥의 Growl[1]이 계속 번쩍번쩍 풍선을 띄웠다.

만약 이걸 놓쳤다면? 이란 생각을 하니. 잠시 아연해졌다[2]. 좋아하는 것을 알기 위해 SNS를 한다. 팔로우를 한다. 친구를 맺거나 좋아요를 하고 접속을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왔다. 소셜 네트워크는 라디오 같은 것이라고. 그래서 공포는 더 커진다. 지나간 것은 잡기가 쉽지 않다. 저 작은 상자 안에 뭐가 있을까? 같은 느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뭘 놓치고 있는건 아닐까? 그래서 강박적으로 몰입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좀 휴식을 취하면서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을것 같다. 이건 좀 아니지 싶다.


  1. 마치 윈도우의 작업표시줄의 안내 풍선처럼 특정 이벤트가 발생할때 표시를 띄워주는 앱  
  2. 사실은 이미 미리 다운로드 해놓았었다.  

동생의 아이폰4에 iOS 7을 설치해주다.

군대에서 제대한 동생의 아이폰4(iPhone 4)를 iOS7로 업그레이드 했다. 나는 Disclaimer를 읊었다. 느려질 수 있다라는 점을 말이다. 그러나 쿼티 키보드에 열받아 씩씩거리던 동생은 천지인 한글을 쓸 수 있다는 장점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설치가 완료 된 뒤에 iOS 7에서 바뀐 몇가지 인터페이스의 변경(가령 컨트롤센터와 스팟라이트와 뒤로가기)을 설명하고 천지인 한글과 함께 플릭 입력방식의 개요를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매우 흡족하며 돌아갔다.

애플이여, 왜 이제서야 텐 키를 도입했단 말인가. 라고 통탄을 금치 못하는 나였다. 라이트 유저에게 꽤나 먹혔을 것을. 이제사 조금 신경을 써주니 고마울 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