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최일선에서 집행하는 측이 법을 어기는 상황에….

솔직히 이번에 경찰과 시민측의 대응을 보면서 든 첫번째 생각은 경찰의 인내심 부족입니다. 두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전투 경찰(혹은 의무 경찰, 이하 통일)이라는 준 군사 조직에서 상부의 지시에 반해서 폭력이 일어났다고 보기에는 논리적인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즉, 굳이 말하자면 경찰로써는 정말 사태 진정과 상황 종료를 꾀하려 했다면, 자기 집안 단속만 잘했어도 충돌의 상당수를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뭐 결국 박수도 두손이 마주쳐야 난다고 경찰이 적극적으로 전수방위에만 전념하는 와중에 폭력사태가 난다면 당연히 그 책임을 오로지 시위대에 밀어넣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즉 저는 유혈사태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일부러 자제력을 느슨하게 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적극적인 방임), 혹은 할수 있는데 그냥 냅뒀는지도 모르죠(소극적 방임). 어찌됐던 정부의 속셈은 사태를 극한으로 치닿게 해 국민 감정을 악화 시키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솔직히 제 상상력이 지나친지는 모르지만,  전투 경찰이 맘만 먹으면 사태를 상당수 진정시킬 수 있었으며 그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사료됩니다. 설마 일개 대학생도 생각할  수 있는 사실을 모르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경찰이 가만히 있었다면 여론조작이 쉽다는 것도 비약이 아닙니다. 조중동은 오늘 자 지면에서  편집 도구를 적극 활용해서 지키는 경찰을 에둘러 싸고 폭행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흡사 시위대만이 폭력을 행사하고 물건을 던진 것처럼 보도했지만 실제로는 어땠습니까? 그렇지 않았다는 증거가 속속 올라왔습니다. 그런 보도의 모습에서 보실 수 있듯이 정부와 보수언론에 있어 ‘경찰은 지킬 뿐’이라는 이미지는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그런데 그런 이미지를 취하고자 한다면 실제로 ‘지키기만 하면’ 되는데 실제로는 그러지도 않고, 언론을 이용해 그런 이미지만 취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법을 어기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전수방위적으로 대응할 것이냐. 라는 것에 대해서 반론을 예상합니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예로부터 심지어 대권을 가진 자라 할지라도 자신이 어떤 원칙을 관철시키기 위해선 그 자신부터가 그 원칙을 지켜야만 한다는 것을 잘 압니다. 법을 최우선으로 지키고 국민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하는 경찰이 탈법적인 폭력과 시대에 반하는 과잉진압을 하며, 국민을 폭행하는데 과연 폭력을 쓰지 마시라는 담화 몇마디를 가지고 진화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정말 끝낼 의지가 있다면 이제부터는 버스로 막던 컨테이너로 막던 가로막고 스크럼을 짜고 인의 장벽을 치십시오. 그리고 지키고 계십시오. 그러고 나서도 폭력사태가 나거들랑. 시민을 폭도로 몰던 승냥이로 몰던 하십시오. 비겁하게 언론플레이 하지 말고 말이죠.

나쁠것 없지 않나요? 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면 ‘관용의 정신’으로 사태악화를 막았다고, 사태가 일어나면 폭도로 밀어붙일수 있어요. 이래저래 하룻밤 가만히 앉아 있는것 치곤 나쁘지 않은 대가입니다. 정말 한손뼉으로 박수소리가 나는지 한번 보잔 말입니다.

추가
전투경찰, 군대대신에 간다죠? 군대에서 저쪽에서 위협을 가한다고 앞뒤 안가리고 독단으로 응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아실겁니다. 그래서 교전수칙이라는게 있는게죠. 어찌되었던 정부탓이 없다고 할수는 없을겁니다.

로마자 표기법 문제 – ‘오륀지’냐 ‘오렌지’냐 보다 ‘김’이냐 ‘킴’이냐가 더 중요

지난 학기에는 꽤 많은 영어 전용 수업을 들었다. 특히 더욱더 이채로운 것은 그 수업 모두 외국인 교수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중 한 교수는 한국에 체류한지 올해로 8년째라는 나름대로 한국생활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캐나다 사람이었는데 과제제출을 할때 항상 한글로 이름을 써서 내라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 그는 한국 사람들은 자기 이름을 하도 제각각 쓰기 때문이랬다. 같은 자음을 하도 다양하게 쓰다보니, 알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차라리 한글을 익혔으니, 한글로 써라. 라는 것이 골자이다.

연초,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의 ‘실언’하나가 두고두고 얘깃거리가 됐다. ‘오렌지’하니 몰라서 ‘오륀지’하니 알아들었다는 자기 경험담을 기초로 국어의 외래어 표기법을 바꿔야 한다는 요지의 말이었다. 숙대 총장 출신의 학자출신의 입에서 나온 국어에 대한 상식 이하의 발언은 국어계를 비롯 각계에서 욕을 얻어먹었다. 그에 대해서 중앙일보의 한 기자가 쓰는 우리말 컬럼에서 이런 골자의 말을 했다. 외래어 표기법은 단순히 소리나는데로 적는 것 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말도 지방이나 화자에 따라 발음이 조금씩 틀리듯이 외래어도 발음이 조금씩 다른데, 그 모두를 받아 들일 경우 생기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표준을 정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 칼럼을 읽고서 우리가 정작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문제에 대해서 한가지 떠오른게 있다. 내가 다니는 대학에서는 1학년은 반드시 말하기 연습과 글쓰기 훈련을 주4시간 3학점 이수하게 되어 있다. 그 글쓰기 수업은 글을 문법이나 맞춤법에 맞춰 쓰는 것을 연습하는 것이 주였는데, 마지막 수업은 우리나라 말의 로마자 표기법을 배우는 것이었다. 주로 사용되는 자음과 모음의 표준적인 표기를 써서 우리가 쉽게 틀리는 문제에 대해서 바로 잡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삼성이라면 Samseong 등이고, 내가 잘 틀렸던 경기도는 Gyonggi-do 였다(나는 Kyunggido를 썼었음). 아무튼 이런식인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로마자 표기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 수 있었다. 외래어 표기법은 아주 확실히 정착해 있기 때문에 표기법에서 어긋나서 텔레비죤이나 콤퓨타 같은 단어를 경우는 매우 드물다. 외래어 표기법 이전의 책을 보면 도오쿄오나 오오사까 같이 적는 책도 보았었다. 어떤책은 도오쿄나 오오사카 라고 적은 책을 보기도 했다. 한마디로 외래어 표기법이 제대로 이뤄지기 전에는 지멋대로 표기였고, 이게 기자가 말한 외래어 표기법의 존재 이유다.

마찬가지 혼란이 한글을 영어 로마자로 표기할때 발생하고 그 표준을 정하기 위해서 한글로마자 표기법을 만들었다. 이 기사를 보면 한글의 외국어 표기가 꼬이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알 수 있다.

일단 기사에 나온 문제를 짚고 넘어가자면 한국인 중에서 한자를 보고 지하철역을 찾는 사람은 수효로 1%도 안될것이다. 외국인을 위해서 본다고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일본과 한국, 중국의 한자가 다르다. 이 포스트의 첫사진 처럼 일본에서는 일본어, 영어, 중국한자, 한글을 표기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네이버에서는 ‘짱개들을 위해서 뭘’ 이런 반응이지만. 나는 이런 사소한 면모에서 외국인을 위한 선진국 적인 배려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두번째 문제는 앞서도 말했듯이 영어 표기가 일단 엉터리라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기사에 대한 네이버 기사 코멘트를 보면 가관이다. 영어 보면 되지 라는 것이다. 근데 그마저도 문제가 있는게 앞서 말했듯이 표기법도 개판이고, 정작 도움이 안되게끔 만드는 일관성 문제도 있다.

이를테면 우리나라에서는 한자어로 된 지명을 영어로 풀어쓰기도 하고 그대로 읽기도 한다. 2호선에서 읊으면 “시청”은 City Hall, “삼성”은 “Samseong”인데 다음역인 “종합운동장”역은 Sports Complex이다. 3호선의 예를 들면 “삼각지”는 Samgakji인데, “남부 터미널”은 Nambu Bus Terminal이다.  4호선을 포함하면 숙대입구(갈현)역이 Sookmyong Women’s University로 꽤 차이가 난다.

지명을 포함한 고유명사를 굳이 번역하지 않는 것은 번역의 룰이다. 만약에 그렇지 않다면 뉴욕의 센트럴 파크는 ‘중앙 공원’이 될것이고 힐튼호텔은 ‘언덕위 호텔’이 되야 할지도 모른다. 이는 혼란을 피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평소에 시청역, 종합운동장역, 숙대입구역이라고 얘기하지 어느 누구도 City Hall 이니, Sports Complex니 Sookmyong Women’s University니 하지 않는다.

옆에 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도청앞(都廳前)역은 Tokyo Metropolitan Government 가 아니라 일본어 발음 그대로 Tochomae역이고, 쓰키지시장 역도 Tsukiji Market 역이 아니라 Tsukijishijo 역이다.

혹자는 이러한 표기가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법석일지 모르지만. 이 사소한게 방문객에게 허들이 될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정작 우리가 외국을 여행하면서 느끼지 않는가? 낯선 땅에 생판 모르는 남에 나라말과 그닥 잘하지 않는 영어로 설명되어 있으면 영어로 어떻게든 찾아갈수 있을런지 모른다. 그렇지만 한국말이 있다면 그 자그마한 선심이 인상깊게 남고, 그게 얼마나 큰 편의를 제공하는지 알것이다. 나는 네이버에 그런 배려가 선진국 답다고 썼더니 ‘4개국어를 쓰면 선진국’이냐는 욕을 얻어먹어야 했다.

CNN을 틀면 서울 방문 광고가 연일 나온다. 광고보다는 이런 마인드가 고쳐져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