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개발자분에게 – 천지인 한글 입력에 개선을 바람 (부제: 휴대폰 한글 입력 약사)

저는 8살때 휴대폰이라는 물건을 처음 만져보았고, 13살때는 자기 핸드폰이 생겼습니다. 지금이야 사춘기에 막 들어선 아이가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는게 아무렇지 않습니다만, 그게 딱 십년전, 1998년의 일이니 학교 선생님도 안가지고 다니는 분이 많았던 핸드폰을 초등학생이 가지고 다녔었습니다. 삐삐는 이미 초등학교 저학년때 졸업했었더랬죠. 자랑거리는 아닙니다만.

아무튼 제 첫 휴대폰은 LG전자의 PCS 두번째 모델이었고(모델명은 구체적으로 기억이 안납니다만… 두번째로 출시됐던 두 모델중 사양이 높은 모델이었습니다), 그 모델에는 한글 SMS가 있었습니다.

뭐 그 당시에 문자 서비스라고 해봐야 휴대폰을 쓰는 사람도 많지 않았으며, 있다한들 해도 당시에는 같은 회사끼리만 보낼수 있었고, 나중에 가서야 PCS 3사(한솔,KT,LG) 끼리 되고 나중에는 이통 5사(SK, 신세계 추가)가 더해지는 구조로 통합이 이뤄집니다만, 아무튼 처음에는 메시지 전송용 보다는 정보를 수신하는 용도로 사용됐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제가 산 기종 이전에는 한글 메시지를 보낼 수 없는 기종도 있었습니다.

향후 손에 넣은 삼성 기종도 그랬으니 아마 이때가 유일이자 최후로 업계가 한글 입력방식이 같았던 시기일겁니다. 입력방법이 어땠는고 하니..

문자 내용
ㄱㄴㄷㄹㅁㅂㅅㅇ
ㅏㅔㅣㅗㅜㅑㅕㅛㅠ

이렇게 두줄로 된 목록이 나오면 이걸 화살표키나 *나 #키를 눌러 움직인 뒤 확인 버튼을 눌러 확정합니다. 요컨데 각을 입력하려면 ㄱ을 누르고 확인하면 다음의 모음 줄로 커서가 움직이고, 다시 버튼을 눌러 모음을 고른뒤에 확인을 누르고 다시 모음을 눌러 종성을 입력하는 겁니다.

이런 무식한 방법이니 아마 이용하기 어려웠겠죠. 그리고 제가 세번째로 썼던 휴대전화는 좀더 진보된 방식이 사용되었는데 바로 버튼에 초성중성을 아로새긴겁니다 요컨데 버튼하나하나에 초성과 중성을 두세개씩 새깁니다. 요컨데 어떤 회사는 1번 버튼에 ㄱㄴㅏ 2번 버튼에 ㄷㄹㅔ이런식으로 이런식으로 새기고 어떤 회사는 ㄱㄴㄷ, ㄹㅁㅂ 이렇게 새기기도 했어요. 이때부턴 회사마다 달라집니다. 영어 알파벳을 버튼에 새긴것에서 고안한것으로 사료됩니다만. 아무튼 이젠 화살표 노가다는 필요없어졌지만 여전히 입력하기 위해선 노가다를 해야했죠.

이 노가다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중 하나가 T9 혹은 Tegic이라는 빠른 한글이라는 방법이었는데. 사전을 이용해서 노가다를 줄여보자는 겁니다. 요컨데 나라라는걸 입력하려면 기존방법은 횟수대로 눌러야했지만(요컨데 위의 키레이아웃 상에서는 1번을 두번 눌러 ㄴ을 만드는 식으로), 이 기능이 있으면 사전에 등록이 되어 있다면 한번만 눌러도  ‘나라’가 입력이 됩니다. 문제는 사전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단어의 경우에는 예측률이 형편없었지요.

그걸 해결한게 첫 애니콜 폴더가 출시되면서 선보이게 된 ‘천지인 한글’ 입니다. 뭐 천지인 한글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아실테니 생략하고.. 아무튼 의의를 설명하자면 자음입력은 거의 그대로지만 모음 입력 노가다가 많이 줄었다는 겁니다. 왜 그러냐면.. 요컨데 이중모음을 입력하려면 기존에는 몇가지 까다로운 점이 많았는데 요컨데 ‘위’라는 단어를 치려면 기존방식으로는 중성에는 당연히 모음이 오니까 자모가 섞인 자판으로도 쉽게 입력이 가능하지만, 기계로서는 그 다음에는 종성이 올수도 있고, 복모음이 올수도 있기 때문에 세번째 입력은 반드시 자음부터 표시가 되어야 합니다.. 즉, 다시 말해서 위 같이 복모음을 치려면 두개의 자음을 거쳐 세번을 눌러야 모음이 나왔습니다. 그걸 세개의 버튼으로 모음을 입력하도록 해버려서 자음은 자음대로 모음은 모음대로 완전히 분리해 버리는데 성공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자음에는 문제가 있었던것이 같은 버튼에 두개의 자음을 넣어버렸기 때문에 ‘간략’이란 단어를 입력하기 위해서 ㄴㄹ가 붙은 5번버튼을 두번 누르면 ‘간ㄹ’이 아니라 ‘갈’로 바뀌어 버립니다. 제대로 입력하려면 시간을 기다리거나 화살표 키를 눌러야 합니다. 현재 천지인의 방식으로는 이걸 바꿀 방법은 없습니다.

그걸 개선한게 아시다시피 언어공학연구소라는 데서 개발한 ‘나랏글2000’입니다. 이게 처음 나올때 웹사이트에서 데모를 본적이 있는데 모음은 편리했지만 자음은 상대적으로 희생이 되었죠. 천지인이 모음을 조합한다면, 나랏글 2000은 자음을 조합하니까요. 이게 LG 전자의 i-book 모델에 채용되기 시작하면서 ez한글이란 명칭을 얻게 되었고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에… 뭐 처음에 ez한글이 제품화 되자 LG팬과 삼성팬들은 각자 ez한글과 천지인의 장점을 설파하며 티격태격했습니다. 두 방식을 모두 적당히 사용해온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천지인 한글은 중대한 결점이 있습니다. 반면 이점은 바로 ez한글의 장점입니다.

그건 앞서 말씀드린 ‘간략’의 문제입니다. ez한글에선 자음을 겹치지 않게 놓았기 때문에, 그냥 간략을 바로 입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천지인은 그렇게 하려면 반드시 3초를 기다리거나 화살표를 눌러야합니다. 이 구조적인 문제는 아마 거의 10년 가까이 장수해온 천지인의  레이아웃 변경 없이는 이뤄질 수 없습니다.

그럼 제목대로 삼성 엔지니어에게 제안하겠습니다.


지금은 간략을 입력하려면 지금은 가를 누르고 5번을 눌러 ㄴ을 입력한 뒤에, 화살표를 누르고 다시 5번을 두번 눌러 ㄹ을 입력해야하는데 그 화살표라는게 항상 숫자버튼 위에 있어서 입력하는게 항상 귀찮습니다. 빠르게 계속 입력하다가 손가락을 옮겨서 입력하기 힘들다 말입니다.  지금 보면 *에는 아무런 기능이 없고, #른 누르면 @가 입력되지만, 이메일이나 이모티콘 표현시에나 쓰일 @를 누가 한글 모드에서 쓰겠습니까? 그냥 *에 왼쪽 화살표 #에 오른화살표 하나만 넣어주면 굳이 손을 움직이지 않고도 쉽게 입력이 됩니다.  아마 이렇게 해도 기존에 쓰던 분들도 좋아할 것입니다. 왜냐면 시스템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으니까요.


삼성전자에는 국내에서도 머리 좋은 사람만 간다죠? 천지인에 대한 제 생각이 틀렸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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