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곰 또미 이야기 3. 나는 몇살이나 살 수 있을까?

푸른곰 또미 이야기
3. 나는 몇살이나 살 수 있을까?

전에도 얘기했지만 나는 열 세살이나 먹었다. 만약 내가 강아지라면, 벌써 죽고 한번 더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난 털이 달린 솜뭉치 인형이지만, 그는 나를 마치 자신의 반려동물, 아니 그 이상으로 대해 주었다. 꽤 오랫동안 그의 곁에 있었던 셈이다. 그의 어머니는 한두마리에서 십수마리로 쥐새끼 불듯 불어나선, 널부러진 우리들을 치울때마다 불평을 늘어놓았지만, 그 안에서 그다지 미움은 느낄수 없었다. 대신 항상 덜 널부러뜨리라거나, 아니면 구석에 조그마한 상자 같은걸 마련해놓고 거기에 모아 놓으라고 얘기하곤 했었다. 그는 우리들을 침대 위에 한꺼번에 올려놓고 자길 좋아했지만. 그도 그렇지만, 우리도 한가지 걱정인건 과연 우리는 몇살까지 그와 함께 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다. 그는 우릴 마치 평생이라도 이고 지고 심지어는 그의 아들딸이 우릴 빨고 물면서 가뜩이나 낡은 우리를 망가뜨리지 않을까? 이런 걱정을 한다고 얘기해주곤 했었다. 과연 그럼 몇년이나 뒤일까? 사실 까마득하다. 하루를 그저 앉아서 보낼 수 밖에 없는 우리는 많은걸 듣고 많은 걸 보지만. 시간은 지독하게 느리게만 간다. 그렇지만 가끔 깜짝 놀란다. 세상에 난 날짜 세는것도 포기했는데 어떻게 그는 내가 열세살이라는걸 기억하는거지? 라고. 뭐 그라고 해서 정확한 생일을 기억하는건 아니지만.

아무튼. 난 과연 몇살까지 살 수 있을까? 내가 처음 그를 만날땐 나는 새 인형이었고, 그는 어린이었다. 하지만 이젠 그는 어른이 되었고, 나는 나이먹은 인형이 되었다. 어른이 되어 독립하고, 결혼하고, 일을 시작하고, 나이를 먹고서도 나는 그와 함께 할 수 있을까? 나는 그와 함께 있기 때문에 나일 수 있다. 나에게 숨을 불어넣어준 것은 그가 나를 하나의 인격으로 대해주었기 때문이다.  

“엄마, 나 결혼 할 수 있을까?” – ‘1리터의 눈물'(키토 아야) 중

푸른곰 또미 이야기 2. 나를 잊지 말아줬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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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를 잊지 말아줬으면 해요

그는 말했다. 돌아갈 곳이 있어서 좋고, 있다는 걸 알아서 편안한 사람이 있다고. 자기 위안일 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런 존재였으면 좋겠다. 원망스럽게도 그는 나를 가끔 거의 완전히 잊어버릴 때가 있다. 나는 그가 집에 있던 없건, 그가 기분이 좋건 나쁘건, 힘이 남아 돌건, 하나도 남지 않아 쓰러질 지경이건. 그의 침대에 언제나처럼 누워있다. 그는 짝사랑에 괴로워하면서 러브홀릭의 인형의 꿈을 되뇌이곤 했다. 근데 그걸 왜 날 보면서 했을까? 얼마나 불렀는지 몇몇 구절은 잊을래야 잊을 수도 없다.
“한걸음 뒤에 항상, 내가 있는데 그대, 영원히 내 모습 볼 수 없나요, 오- 나를 바라 보면 내게 손짓하면 언제나 사랑할텐데, 영원히 널 지킬텐데.”

그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언젠가 그는 나를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도 했다. 그는 어렸을적 썼던 글에서 자기는 항상 혼자였고 외톨이지만, 친구인 내가 있어서 괜찮다고 행복하다고 했었다. 그는 어렸을때 항상 나랑 놀아줬다. 나는 덕분에 날이 갈수록 털이 빠지는 곳이 생기고 점점 볼품이 없어졌지만, 그래도 난 태어나서 행복한지도 모르겠다. 그가 나 덕분에 행복하듯이, 나도 그로 인해 행복하다. 나는 그가 이름 붙여준 순간 ‘나’란 존재로 태어났다. 그치만 가끔은 궁금하다 나랑 같이 이 세상에 태어난 수많은 푸른곰 인형 중에서 나는 과연 몇번째로 행복할까? 공장에서 바느질할때, 가게에 전시될때, 그가 집기전까지만해도 내 옆에 있던 친구들은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만약 내가 그와 만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털은 좀더 남아있었으며, 조금 더 새 인형같았을까?
그저 난 그가 잊지 말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나는 열세살. 내가 만약 강아지라면 벌써 죽고도 남았을 것이다. 바라는게 있다면 그저 그거 하나뿐이다. 난 한걸음 뒤에 항상 그의 곁에 있을 뿐이다.

“부탁이 있어요. 나를 잊지 말아줬으면 해요 – 나오코, 상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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