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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의 우울

애플의 아이패드 출하량이 계속 저조하면서 사람들의 태블릿에 대한 회의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태블릿이 저조하다는 징조는 사실 여럿 있었죠. 한 통계에 따르면 전체 태블릿 출하는 정점이었던 2013년에 비하면 한 때 반토막이 날 정도였죠. 다행히 지금은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추세입니다만 아이패드가 부진한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일단 전화기가 커졌죠. 특히 아이폰이 커졌습니다. 아이패드 프로 9.7″ 을 사기 전에까지 아이패드 4세대를 사용했는데 굳이 태블릿을 써야하는 상황이 매우 적었고 나중에 가서는 애물단지가 됐습니다. 물론 지금은 전화기로 할 수 없는 일이 있어서(멀티태스킹이라던가 펜이나 키보드라던가) 다시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이패드 프로 9.7″은 키보드와 애플 펜슬까지 포함해서 거의 170만원했습니다. PC를 대체한다는 목표는 최소한 가격으로는 달성한 셈입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조만간 아이패드의 새로운 버전이 나온다고 하는데 작년 5월에 구입한 아이패드를 새걸로 갈 용기가 나지 않네요.

이게 한가지 문제입니다. 저는 아이패드 4세대를 아이패드 프로로 갈았고 만족했습니다만 아이패드 에어나 에어2 사용자가 아이패드 프로 9.7을 살 이유는 크지 않습니다. 12만원짜리 애플 펜슬이 필요하지 않다면 말이죠(키보드는 시중에 좋은 블루투스 키보드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니 상당수가 매년 2년주기로 교체를 하는 아이폰과는 달리 이걸 1~2년 주기로 교체하는 수요는 많지 않습니다. 통신사를 거쳐 사지 않으면 100만원을 훌쩍 넘는 아이패드를 현찰로 사야하니까요.

태블릿으로 무엇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대개는 웹서핑과 동영상, 전자서적이나 뉴스 관람을 꼽을 수 있는데 사실 이건 대단히 고성능을 필요로 하지 않고, 아이패드 에어나 아이패드 에어2 정도면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에어2의 경우 두개의 앱을 동시에 돌릴 수도 있지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어떤가 싶지만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존재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물론 삼성에서 나오는 갤럭시 탭 S 시리즈 같은 녀석도 있지만 주로 커다란 문제가 되는것은 중국 제조사, 이를테면 화웨이나 아수스 같은데, 혹은 이름도 알 수 없는 회사에서 나오는 저가/중가 제품입니다. 말씀 드렸다시피 커다란 고성능을 필요로 하지 않다보니 고성능의 부품을 사용하지 않는 편이고 덕분에 가격도 매우 저렴하죠. 아마존에서는 8만원에 킨들 파이어 태블릿을 살 수 있습니다(여러가지 이유가 있어서겠지만요).

아까도 말씀드린 통계를 보면 태블릿 출하 자체는 15년 4분기와 16년 1분기에 바닥을 찍고 다시 반등하고 있는 추세입니다만 이 시장도 휴대폰이 그렇듯 고급 세그먼트를 차지하는 애플과 나머지로 나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삼성에서 요번 MWC에서 2년만에 갤럭시 탭 S3을 내놨는데요. 삼성이 오랜만에 드문 고성능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내놓은 점은 반갑지만 프로세서 등을 보면 최신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년도 그렇고 올해도 그렇고 삼성은 슬슬 윈도우 태블릿으로 발을 옮기는거 아닌가 싶은 느낌도 있고 말이죠(윈도우 태블릿도 MS와 인텔의 노력으로 예전보다 많이 보급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태블릿은 일시대의 유행일 것인가?

저는 태블릿으로 트윗을 즐겨 합니다. 아예 그건 포스트를 했지요. 하지만 신문도 즐겨 읽고 웹사이트로 기사도 읽고, 오랫동안 끊었던 RSS 리더도 다시 찾아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이건 돈내고 있고, 뉴욕타임스는 IHT를 구독하기 때문에 무료입니다)도 읽습니다. 국내 신문도 읽고. 이건 아주 단적인 예에 불과합니다. 물론 몇가지 예를 더 들어볼 생각입니다. 추후에, 그런데 고작 이런데 하려고 100만원짜리 기계를 샀느냐! 라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방송작가인 저희 이모가 단순히 글자를 종이에 찍는 전자 타자기를 사는데 당시 돈으로 수십만원을 들였고, 전화밖에 안되는 마이크로택 2500을 사시기 위해 아버지가 가입비와 설비비로 기백만원에 기계값을 들였으며, 90년대에는 PC통신이나 워드 작업이나 하나 하자고 200만원짜리 컴퓨터를 샀다는걸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초창기에는 항상 다 그런겁니다. 앞으로는 더 싸질 수도 있고, 할 수 있는일은 더 늘어 날 것입니다. 당시에도 그 가격을 주고 그 기능을 함으로 가치있다고 생각하고 샀던 사람들이 있었으니 장사가 된것이겠지요, 망하지 않고 신제품도 나오고 혁신도 이뤄지고.. 물론 지금도 충분히 할 수 있는일은 많이 있습니다만. 뭐 모르겠습니다. 수많은 물건이 실패하고 사라지는게 IT 세상이니 애플이 내놓는 물건이 그렇지 않다는 게 아닙니다. 실제로 애플이 내놓은 물건에 실패작이 수두룩 하다는 것은 오히려 애플에 대해 정통할 수록 더 잘 압니다. 외려 잘 모르는 이들이 모르고 아니라능! 그러지. 
제가 98년에 Palm III를 샀을때, PDA를 90만원(관세와 운송료까지)을 들였다는 소릴 하자 동호회(당시는 PC통신 시대였으므로) 에선 아연실색을 했고, 훗날에도 미친 초딩이란 소릴 들을 정도였습니다. iPAQ H3630에 80만원 돈을 들여서 투포팁에 참여하고, 투데이스피피씨에 참여할때도 한소릴 들었습니다.클리에를 두대를 사고 이후 도시바를 사고, POZ와 RW6100을 사고 HX4700로 마무리하고  -_-; 정말 대단한 편력인데, 결국 독립기기로써 PDA는 절멸해 버렸습니다. 그렇게 돈을 들여버렸고 한 시대를 풍미 했는데 말이지요. 
해서 태블릿이 안 그럴 것이다라는 것을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지난 20년간 크게 퍼스널 컴퓨팅에 혁신이 없었습니다. 뭔 말인 즉, 80년대 후반에 랩탑이 나오고 90년대 초반에 노트북 컴퓨터가 나온 이래로 ‘개인이 사용하는 정보 처리 단말’로써의 형태는 커다란 변화가 없었습니다. 사각형의 박스와 키보드 마우스 모니터의 데스크톱, 그리고 클램쉘(clamshell)의 노트북, 그리고 이 베리에이션이지요. 여기에 가장 위협을 가한 것이 휴대전화, 특히 스마트폰이지만, 성격상 물리적인 크기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그말은 곧 화면 크기나 배터리 용량의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단 얘기기 때문에 사용성에도 한계가 있단 얘기지요. 그래서 화면을 키우고 배터리를 늘리고 늘린 화면에 맞추어 UI를 다르게 디자인한게 태블릿입니다. 이렇게 말해보니 언뜻 보니 “화면 키운 스마트폰”이 맞을 수 있죠. 뭐 삐딱하게 보면 고저 아이맥스도 화면만 무식하게 디립다 뻥튀기한 극장일 뿐이니까요 ㅎ 암튼 “정보 소비 기기” “정보 수용 기기”라는 등 여러가지 비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그 ‘정보의 소비’와 ‘정보의 수용’의 방식과 형태, 장소를 확실히 바꿔 놓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저만해도 누워서 쓰고 엎드려 쓰고 소파에 앉아 쓰고 등등등. 입력의 불리함은 음성인식, 카메라 등 외부 장치등에 의해서라든지 개선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해서 정리하자면, 태블릿은 아직까지는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미래를 점친다거나 그런건 불가능합니다. 차라리 빅토리녹스 칼이라면 산지 8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여기쓰고 저기쓰고 명기 노릇 톡톡히 하는데 그것보다 늦게 산 HX4700은 안습인게 디지털이라. 사실 2년 약정도 어찌보면 족쇄일지 모르죠. 하지만 아까 이미 이 글의 결론은 나왔는데, 우리가 쓰는 컴퓨터의 반에 반에 반도 안되는 성능의 컴퓨터로 그저 도스 프롬프트 껌뻑껌뻑 거리면 HWP 쳐서 논문 하나 쓰고 저장하고 컴퓨터 끄기전에 게임이나 한판 하자고 짜장면이 2500원도 안하던 시절에 250만원도 넘는 컴퓨터를 사던 시절이 있었다는겁니다. 그러니 지금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써서 최대한 활용하는게 남는것입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에는 PDA에 돈을 쏟아부으면서 미래에 커다란 우려는 없었고, 지금도 딱히 후회가 없었습니다. 그저 앞으로 어떤 것이 절 더 놀래켜 줄까. 라는 기대가 맘속에 가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