쿄애니 사건 이후 3주를 겪으며

이른바 “교토애니메이션 방화 살인사건”, 저는 줄여서 쿄애니 사건이라고 부르고 있는 사건이 일어난 것은 대략 3주전인 7월 18일이었습니다. 이미 간략한 감정을 블로그에 적은 바가 있습니다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쿄애니가 저에게 준 것이 참 많았지 싶습니다. 쌓여있는 쿄애니 관련 굿즈나 블루레이가 증명해주듯. 저는 쿄애니 빠라고 소극적으로 인정해왔지만, 지금에 와서는 부인할 생각은 없고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냈고, 좋은 친구를 많이 만났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더 가슴이 아픈 것입니다.

지금 글을 쓰는 오늘은 코믹마켓이 열리는 날입니다. 이번 사건이 없었다면, 쿄애니도 기업 부스로 참여했을 것이고 저는 코미케에서 판매되는 상품을 매의 눈으로 보다가 나중에 온라인으로 추가 판매를 하는 것을 노렸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합니다. “울려라! 유포니엄 극장판~약속의 피날레”~는 한국에서는 언제 걸릴지도 모르고 기다리고 있는 블루레이 또한 거의 기약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얘기하고, 더 많이 지르고 싶었습니다.

몇년전에 산 유포니엄 원화를 꺼내 봅니다. 막대기 인간이 고작인 제 그림실력으로는 정말 애니메이터는 아무나 할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죠. 그러나 지금 보면 이 그림의 원본은 남아 있을까? 그리고 이 그림을 그린분, 작감 수정을 하신분 중 얼마나 무사하고 얼마나 생존해 계실지 알 수 없어 슬픕니다. 저는 글을 쓰는 시점에서 드디어 의식을 찾기 시작했다는 범인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18일 이래로 거의 2주 넘게 관련 소식을 사방 팔방으로 레이더를 펼쳐 관련 뉴스를 수집했고, 이를 트위터에서 #쿄애니사건 과 #쿄애니 해시태그를 통해서 소개했었습니다. 막바지가 되니 정신적으로 피폐해진다는걸 느끼게 되더군요. 특히 희생자의 실명을 공개해야하느냐 마느냐 말이 있는 가운데서 일부가 공개되었을때. 기대가 절망으로 바뀌었을때. 누군가는 보고 싶지 않아 뮤트를 하거나 외면했던 소식을 매일같이 몇 시간 간격으로 검색을 해야했던지라.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그냥 자연스럽게 발견되면 올리는 수준입니다.

몇년 뒤에 저는 오늘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쿄애니에 빠졌던 저, 쿄애니 사건에 분주했던 저, 그 모두를 긍정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쿄애니가 건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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