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언론, 취재원의 비밀을 지킬 수 있을까?

좀 이상한 제목이 되어버렸다. 당연히 우리나라 언론인들도 취재원의 비밀을 (최대한) 지킬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것이 시스템상의 한계라던가에 부딛힐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가령 당신이 내부고발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이 어떤 메일 계정으로 메일을 보내거나 어떤 전화로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만으로 당신이 내부고발자로 의심 받을 가능성이 올라간다. 특히 평문 이메일은 이제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절대로 안전한 수단이 아니다. 상당수 우리나라 언론이 전화와 (평문) 이메일로 제보를 받고 있는데, 전화는 몰라도 최소한 이메일은 중간에 얼마든지 가로채질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대 이후로 많은 서양 언론들은 익명 취재원들의 정보에 매우 의지를 해오고 있다. 그들이 주로 의지하는 수단은 

  • 전통적인 우편 
    의외로 안전한 수단이다. 발신처를 적지 않고 원격지의 우체통에 넣으면 그럭저럭 안전하고 익명성이 보장된다. 
  • Signal
    오픈소스로 움직이고 검증되는 종단간 암호화 메신저인 시그널은 여러가지 기능이 보안에 최적화 되어 있다. 최소한의 정보만 서버에 남기기 때문에 정부나 제3자가 통신 이력이나 내용을 파악하기 매우 어렵다. 앱을 깔고 지정된 연락처를 앱에 추가하면 된다. 
  • SecureDrop
    간단하게 말하면 Tor 네트워크를 사용한 암호화 온라인 사서함이라고 보면 된다. 추적이 매우 어렵다. 다만 Tor 브라우저를 깔아야 한다는 필요성이 있다.
  • Email(PGP 암호화 된)
    비록 완전한 익명성을 제공하지 못한다 하더라도(송수신자 주소와 제목 등 이메일 헤더는 중간에 읽힐 수 있다) 최소한 내용을 암호화하는게 가능한 방법이다. 위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면 위의 방법을 사용하는게 바람직하다.  

등이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지 각 방법의 장단점등을 설명한 페이지를 링크한다.

NYT / The Guardian / WSJ 

일부 탐사 프로그램의 경우 Gmail 주소를 대놓고 제보 주소로 사용하고 있는데 내 자신이 Google에 꽤나 많은 신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비슷한 주소로 사칭 혹은 피싱을 할 수도 있고 Gmail이 내용을 읽어서 광고에 활용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평문 이메일은 절대 안전한 수단이 아니다. 

전화의 경우 그나마 나을 수 있지만 만약 발신이력조회를 할 수 있는 대상에 대한 고발이라면 어떻게 할 셈인가? 공중전화를 사용하면 될지 모르지만 이미 이 나라는 CCTV가 도처에 깔려 있는 나라인데다 공중전화는 역 같은 다중이용시설을 제외하면 거의 멸종직전이다. 한마디로 작정하고 나서면 전화 또한 안전하지 않다는 얘기다. 

물론 우리나라 언론인들의 능력이나 취재원 보호를 위한 열성을 폄훼하려는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언론은 너무 나이브하다. 당연히 이런 방법을 일반인에게 알려주는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최소한 알리려는 노력은 해야하는것 아닐까? 


Posted

in

by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