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Archives: 2018/12/13

구글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


구글이 얼마나 오래 나의 기록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했었습니다. 그리고 접속해봤습니다. 그리고 꽤나 놀랐습니다. 제가 2004년부터 사용한 Gmail과 연동된 구글 계정은 제가 2006년에 학교 숙제를 하면서 입력한 검색어부터, 어떤 사이트를 눌렀는지까지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구글은 단단히 안심을 시킵니다. 이 정보는 당신만이 볼 수 있다고 말이죠. 그렇다면 너네는? 이라는 질문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구글의 검색 결과의 표시 순서가 의미가 없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아마 사람에 따라 그 순서가 바뀔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물론 PageRank의 상식을 벗어나지는 않겠지만 그 사람을 위해 맞춰진 컨텐츠가 상위에 나올 것이라고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구글 검색을 하다보면 당신이 언제언제 이 사이트를 방문했습니다 라던가 당신이 이 사이트를 n차례 방문했습니다. 같은 메시지를 보게 되죠. 구글이 기록한 웹브라우징 데이터는 제가 크롬을 사용하면서 미친듯이 늘어났습니다. 구글이 과연 선의로만 Chrome을 개발했을까요? 그랬다면 얼마전에 욕을 쳐먹을때까지 구글 로그인만 해도 브라우저가 자동으로 로그인 하도록 냅뒀을리가 없었겠죠.

구글은 자사에 서비스에서 축적된 모든 데이터를 인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항목을 보면 구글이 나 하나에 대해 학습한 raw data가 정말 대단하구나 싶습니다. 안드로이드 휴대전화, 정확히 말하면 구글 Play를 얹은 안드로이드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면 이걸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구글 계정이 반드시 하나 필요로 합니다. 구글 계정이 없이는 무료 앱 하나도 다운로드 할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구글 계정을 연동하는 순간 그 기기는 구글을 위한 데이터 수집장치가 됩니다.

아이폰X과 갤럭시 노트 8을 품고 애플 가로수길에, 롯데월드타워에 가니 거기가 어떻냐는 둥 리뷰를 올릴 생각은 없냐는둥 사진을 올릴 생각은 없냐는둥 물어봅니다(체재 위치 정보와 Google Photo로 올린 사진의 GPS 좌표를 봤겠죠). 구글로 검색해 보면 사용자들이 올린 리뷰와 사진이 올라와 있고 무엇보다 오늘 몇시에 제일 붐비는지를 알려주죠. 그 데이터를 어디에서 얻겠습니까?

유튜브 홈페이지를 들어가거나 동영상을 보거나 하면 자동으로 표시되는 내용은 이미 제 취향을 완벽하게 반영한 것들이죠. 그것들만 보아도 유튜브에 충분한 시간을 체재했을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요즘에는 어르신들도 유튜브를 봅니다. 어떤 분은 진실은 유튜브에 있다 같은 말씀까지 하실 정도입니다만, 그것이 맞고 그르고를 떠나서 구글은 제가 어디를 가고 어떤 것을 검색하고 어떤 것을 사고, 어떤 전화기를 사용하며 어디에 사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아, Gmail로 오간 연락과 도착한 메일들은 어떨까요? 마음먹기에 따라 거의 저를 조종하듯이 저에게 컨텐츠를 “쑤셔넣는” 것이 가능합니다.

오늘 NYT 컬럼에서는 ‘기술이 너무 쉬워진 까닭에 벌어진 폐해’에 대해 역설합니다. 저는 유튜브 동영상에서 자동 재생을 켜놓고 고양이 동영상을 켜놓고 아흥흥 하는 정도겠지만 그게 만약 차별적인 동영상이거나 가짜뉴스면 어떨까요? 계속 그 세계에서 빙글빙글 돌겠군요. 구글은 아니지만 아마존에서 한국 관련 헤이트 스피치 책만을 샀다면 아마 아마존은 헤이트 스피치 신간의 메일을 보내주고 홈페이지에도 노출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사실 저는 이런 구글이나 기술 회사들이 제공해주는 편의 기능을 지금껏 크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왔고 편리함에 감탄하곤 했죠. 그 댓가로 어느정도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커다란 거부감이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댓가로 상기에서 언급한 컬럼에서처럼 사회적인 부작용과 국가적인 폐해를 드러낸다면? 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구글과 기술 회사들의 선의만을 100% 믿어야 하는 지경에 왔습니다. 정말 믿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