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가 소모되는 용기

난감하게 됐습니다. 출시 직후 구입한 에어팟(AirPods)의 배터리가 이상한 것입니다. 우선 각 유닛이 100% 충전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서도 문제가 있는 것이 배터리가 소모되는 속도가 엄청나게 빠릅니다. 한곡 듣자면 5% 가까이 떨어질 때도 있고, 몇 곡 듣노라면 80%대로 떨어지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녔습니다. 평소에 에어팟을 쓰면서 이렇게 배터리를 혹사(?)시켜본적이 없어서 좀 당황했습니다. 계산을 해보니 이 추세라면 2시간에서 2시간 반이면 배터리가 다 떨어질 것이라는 계산이었습니다. 에어팟을 처음 썼을때는 이렇지 않았거든요.

사실 저는 에어팟은 물론, 아이폰 7이 한국에 출시되기 전에 Bose의 QuietComfort 35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무선이야 말로 미래다.” 라고까지 주장했습니다. 물론 배터리의 수명(lifespan)에 대해 우려를 가지고 있긴 했지만 이렇게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을 줄은 몰랐던 거죠.

애플에서는 전화로 이런저런 도움을 주었지만 결국은 하드웨어적인 이상으로 보였고, 센터를 가보아야 할 듯 했습니다만 만약 센터를 가게 된다면 한짝의 배터리를 교체하는데 59,000원이 들겁니다. 

어느 팔자인지는 모르나 예비로 미개봉의 새 에어팟을 꺼내서 시험해보니 물론 생각만큼 소모가 느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전에 쓰던 녀석 만큼 가파르지는 않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충전도 완전히 되었고 말이죠.

보통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사면 몇년은 사용합니다. 저는 아이폰 5에 딸려온 EarPods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고 말이죠. 아마 다들 그러시겠죠. 그런 입장에서 2년쯤 사용한 녀석이 배터리가 비실비실해지기 시작했다는 건 결코 좋은 소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선, 특히 에어팟은 분명 놀랍도록 편리하고 마법처럼 간단하지만 필 실러가 주장한 선을 자르는 용기에는 배터리가 소모되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것을 통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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