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악재에도 드롭박스에 매달려 있는 이유는.

내가 개악의 개악을 거듭해도 드롭박스를 쓰는 이유는… 방치되어있던 오래된 컴퓨터를 켰다가 6년전 데이터가 대량으로 드롭박스로 쏟아진적이 있다. 바로 연락을 취하니 직원이 깔끔하게 돌이켜주었다. 현재까지는 이러한 유인 서포트 체계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업체는 박스와 드롭박스 정도일것이다. 정들면 고향인데, 필요한 기능은 다 가지고 있어서 버릴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비즈니스 요금제의 개악은 참기 어렵다… 그러나 이건 대개 사용자에게 관련 없겠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생각하다

넷플릭스가 지난 여름 아니메[1]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습니다. 십수편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아니메를 만들겠다고 한 것이죠. 워낙에 큰 일인지라 업계와 언론은 이 사태를 분석하는 갖가지 추측을 했습니다. 아니메를 세계적인 규모로 퍼뜨릴 수 있다는 희망적 관측부터 아니메가 넷플릭스라는 외국 기업에 종속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있었습니다. PV로 공개된 작품들의 일련된 특징까지 분석해서 ‘넷플릭스의 입맛’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추출된 뒤로는 더더욱 비관론은 힘을 입은 것 같습니다.

한가지 얘기를 해두고 싶은 것은 넷플릭스에게 있어서 아니메는 매우 저렴한 투자라는 점입니다. 아니메 한 에피소드에 1200만~1800만엔 정도[2] 들어갑니다고 합니다만 작년에 방영된 더 크라운이라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다룬 시대극에서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 의상이 3만 불이었습니다. 대관식에만 단 한번 사용되는 의상 비용으로 아니메 두 에피소드를 만들 금액이 된다는 겁니다. 물론 금액의 높낮이가 문화 상품으로써의 상하관계를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넷플릭스는 2017년 한해 160억불을 오리지널 컨텐츠를 비롯한 컨텐츠 비용으로 지출할 예정이며 이미 60억불을 지출했습니다. 내년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거기에는 한 시즌에 1억 3천만 달러[3]를 하는 더 크라운이나 1억 달러를 먹는 하우스 오브 더 카드 같은 작품들이 큰 역할을 하겠죠. 그거에 비교하면 애니메이션 십 수편을 만드는 것은 큰 부담이 되지 않는 투자입니다.

넷플릭스는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관심이 있는 작품을 소개해주는 구조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전혀 새로운 작품을 소개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경우입니다. 넷플릭스는 공개되지 않은 알고리즘을 통해 시청자가 어떤 작품을 선호할지 계산하여 홈페이지나 첫화면에 표시하며, 대개의 시청자들은 첫 화면에서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작품을 골라 봅니다. 설령 카테고리로 들어간다 하더라도 염려 할 필요 없습니다. 세부 카테고리에 들어가더라도 넷플릭스는 그 사람이 좋아할 법한 작품부터 열거합니다. 가령 제가 애니메이션 카테고리를 연다면 가족 애니메이션 보다는 아니메가 좌라락 나오게 된다는 얘기죠.

따라서 넷플릭스가 수십편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만든들 대개는 아니메에 관심을 가지는 팬들에게 보여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넷플릭스의 취향을 운운하는게 우스운 이유입니다. 하나 더 말하자면 옥자를 만들면서 박찬욱 감독은 넷플릭스가 거의 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아카시아 삼마 씨가 출연한 넷플릭스의 홍보 영상에서는 지상파, 특히 민방의 사람들에게 넷플릭스의 존재가 위협이 되고 있지만 민방에서 통과되지 않을 법한 기획이 넷플릭스에서는 통과가 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물론 소위 말하는 모에 아니메라던가 19금 아니메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나올지는 미묘하지만(하지만 의외로 일본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는 아니메들 중에는 모에 아니메가 많죠), 생각만큼 넷플릭스가 이래라 저래라 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하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서 생기는 강점이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처음으로 오리지널 시리즈를 만들었을 때, 즉 하우스 오브 더 카드를 만들었을 때 화제가 된 것이죠. 시청자들이 어떤 부분에서 멈추고 어떤 작품에서 작품 보기를 관두고 어떤 작품에서 다시 감기를 하고 어떤 장면을 빨 감기 하고 등등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어떤 감독, 어떤 주연 배우를 세울지 고민했다. 라는 점 말입니다.

이런말을 하면 좀 어떨는지 싶지만 아니메는 철저하게 계산적인 비즈니스로 누구를 노려서 어떤 매출을 거둘 것이라는 계산이 없이는 프로젝트의 시동 조차 걸 수가 없습니다. 그냥 단순히 ‘이런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 로는 시작할 수 없다는 얘기죠. 디스크 메이커를 비롯해서 수많은 스폰서를 만족시켜줄 만한 청사진이 있어야 합니다. 그 청사진은 어떻게 얻을까요? 원작이 있다면 원작의 판매량이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겠죠. 음, 여기서 아까 언급한 넷플릭스의 고민을 더해보죠. 넷플릭스에는 이미 아니메가 있고, 어떤 작품이 인기 있는지, 어떤 성우가 인기 있는지 등등의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사람사 예측대로 흥행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알고리즘으로 이런 요소를 넣고 저런 요소를 빼고 누구를 기용하면 성공할 것입니다 같이요.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러한 방식으로 누군가의 홈페이지나 첫화면에 그 아니메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죠. 그냥 아무나 붙잡고 틀어주는 것보다 ‘알고리즘에 의해 이 작품의 요소에 공감할 것 같은 사람’에게 틀어주는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것은 바보도 알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목표는 개별 작품으로 돈을 많이 벌어들이는게 아닙니다. 어차피 한달에 정액을 내는 서비스이니 제가 지정생존자를 한편도 안본다고 해서 지정생존자 제작비가 어디 허공에서 나가는게 아닌 이상 제가 내는 넷플릭스 이용료에서 n분의 1이 되는건 변함이 없죠. 그런 넷플릭스에서 중요한 것은 개별 작품이 얼마나 인기를 끄느냐도 있지만 얼마나 가입자를 불러들이고 해지하지 않고 넘어가게 해주느냐 입니다. 끊임없이 오타쿠 여러분들의 취미를 맞춰주는 아니메를 공급해주는 이상 전부는 아니더라도 이용료를 계속 결제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죠. 병적으로 2D에 빠진 사람이 아니라면, 동료나 친구와의 대화에서 “넷플릭스에서 나르코스를 보는데 재미있더군요? 안보셨으면 한번 보세요” 라며 ‘일코’하는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렇다는 말이…. 맞습니다.

그러니 넷플릭스 입장에서 그 작품이 자신의 취향에 착하고 깎아 맞춘 듯 맞을 필요도 없고 흥행에 크게 민감할 필요도 없습니다. 넷플릭스가 아니메에 투자하는 것은 포트폴리오를 늘리기 위한 것이고 아니메는 매우 가성비가 높은 투자입니다. 한 작품에 1~2억엔하는데 이건 소위 대작의 10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죠. 그렇지만 누군가를 붙잡을지 모릅니다. 제가 그렇고 어쩌면 여러분을 말이죠. 한마디로 물량공세라는 말입니다.

넷플릭스의 물량 공세가 성공할지는 슬슬 두고 봐야 할 일입니다만, 시험 자체는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95년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탄생으로 정립된 비디오(디스크) 세일즈를 중심으로 한 제작위원회가 만드는 아니메 시장을 커다랗게 흔들고 있으니까요.

사실 가장 걱정인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들이 한국에 제때 제때 방영이 될 것이냐입니다. 리틀 위치 아카데미아는 방영이 끝난지 애저녁인데 아직도 예고편만 걸어놓고 있지요. 휴우.

[1] 일본 애니메이션을 편의상 ‘아니메’로 줄입니다.

[2] 마스모토 카즈야, “애니메이션을 직업으로!” 카이세이사 2004. 32p

[3] 이 금액은 당시 최고 제작비를 경신한 금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