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use of Jobs

내가 어제 쓴 글에 어폐가 있어서 나는 황급히 수정을 해야했다.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것이 있다. ‘스티브 잡스가 있었다면’ ‘스티브 잡스라면’ 운운하는 것이다.

이 말을 해놓고 스티브 잡스를 운운하는 글을 썼으니 심각한 자기 모순이었다. 나는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요컨데 스티브잡스라면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텐데, 라거나 스티브 잡스라면 이렇게 했을텐데 류의 말 말이다.

그리고 나는 생각해 본다. 우리가 애플에게서 기대했던 것이 무엇이었던가. 무엇이 우리를 애플에게 기대하게 혹은 열광하게 하고 무엇이 환호하게 또는 실망하게 하는가?

우리는 잡스가 죽은 이후에도 여러 신제품을 보아왔고 때로는 따분했다. 때로는 흥분했다. 라고 해왔다. 그리고 곧잘 비교대상으로 잡스라면… 이란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우리는 잡스에 사로잡혀 있었다. 솔직히 인정하자. 팀 쿡의 남부 액센트의 진행이나 동네 아저씨가 유쾌하게 진행하는 요리쇼 같은 필 쉴러의 피칭도 잡스의 그것에는 미치지 못한다. 간간히 막간에 나오는 아무리 세련되고 정교하며 아름다운 동영상 속 제품과 그를 설명하는 조나단 아이브의 모습도 청바지에서 아이팟 나노를 꺼내거나 마닐라 봉투에서 맥북 에어를 꺼내는 잡스의 임팩트를 이길 수 없다. 유독 제품에 흠이나 버그가 돋보인다면 무대에 서서 모든 전화기는 안테나에 결함이 있다고 대대적으로 떠벌리며 통화품질의 불만으로 환불된 비율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큰 소리친 잡스를 잊어선 안될 것이다.

그러나 착각해서는 안될 것이 잡스가 아니라 해서 팀 쿡이 쉴러가 프레젠테이션을 못하는건 아니라는 점이다. 페더리기도 꽤 잘 하는 편이고… 단지 우리는 잡스때문에 흥분했었고 또 잡스 때문에 실망한것이다. 그는 문자 그대로 들었다 놓았다 하는 사람이었고 죽어서도 우릴 들었다 놓는 것이다.

문두에도 말했듯 "잡스라면…"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정말 그 사람들이 진짜로 "잡스가" 했을때 어떻게 말을 할지 나는 솔직히 모르겠다. 잡스 조차 잡스 자신의 모순이 가득했는데 말이다. 인텔 칩을 까면서 인텔로 포팅을 언제든 할 채비를 했던 그였다.

자, 그러니 지금의 애플을 순전히 애플로 볼 필요가 있다. 애플은 잡스가 없이도 몇 세대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와 새 맥을 훌륭하게 내놓았다. 솔직히 Touch ID나 이번 세대 iPad(아이패드)들은 놀랍지 않았나? 다음 발표는 예년과 같이 6월에 열릴 것이다. 그리고 다음 전화기는 또 몇달 뒤. 그게 어떨런지 예단하는것은 주식시장을 예상하는 것 같이 위험하고 부질없는 일이지만 혹시라도 뭔가 허전해 보이거나 싱거운게 있다면.

그러니까, 잡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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