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락 아이폰, 그리고 휴대폰의 가치

여김없이 아이폰 5s를 샀다. 이번에는 다짐했던 대로 애플 온라인 스토어에서 보조금 없는 언락폰(unsubsidized and unlocked)을 구입했다.[1] 같은 조건으로 바깥에서 줄을 서서 발매 당일에 살 수도 있었다지만 건강문제도 있거니와 애플 온라인 스토어의 고객 서비스가 만족스럽기 때문에 기다리는 가치가 있다… 하더라도 11월 7일에 받았다. 참 오래 기다렸다. [2]

음 우려와는 달리 KT를 기준으로 그냥 nano SIM을 꽂기만 하면 LTE를 비롯한 대부분의 기능[3]을 쓸 수 있었다. 구입을 하면서 2년간의 수리를 위해 AppleCare Protection Plan을 구입해 뒀는데 뭐 이건 예전에도 늘 해뒀지만 보험이 없는 이상 당연히 들어 두어야 겠다 싶다.

아무튼 내 손안에는 114만원짜리 전화기가 손에 있다. 전화 통화가 끝나고 지쳐서 함부로 침대에 던지기도 뭐하고 테이블 위에 얹어놓기도 겁이난다. 한 달 전에 광이 나는 차를 샀는데 마치 모셔야할 대상이 하나 더 는 느낌이다. 금속과 강화 유리제가 된 아이폰 4 이래로는 케이스를 안썼는데 드물게 케이스를 쓰고 있다. 이 기세 대로라면 조작감 떨어져서 목에 칼이 들어와도 싫어 라고 생각하던 액정에 필름이라도 씌울 분위기다.

사실 생각해보면 아이폰5도 틀림없이 대략 1년 조금 못되어서 샀을때 그때는 물론 몰랐지만 말이다. 음. 우리는 24개월 할부다 보조금이다 때문에 마취가 되어 있는데 손에 들고 있는 전화기 100만원 안팍하는 물건이다. 내가 샀던 아이폰5만 하더라도 변함없이 100만원이 넘는 물건이었고. “어, 나 할부원금 2X만원인데?” 그 돈 어디에서 나왔겠는가? 휴대전화 회사의 마케팅 비용이고 그건 다 가입자에게 전가되는데 사실상 휴대폰 없는 국민 드문 요즘 온국민이 떠앉는 요즘이다. 그 전화기를 매년 큰 생각없이 바꾸고, 어디선 털리고 훔치고 암거래되고(생각해보라 10 몇만원 하고 판매됐던 단말기가 암거래 될때 가격이 더 비싸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분명 아이폰5도 할부로 살땐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을텐데 보조금도 주어지고 보험이 있고 게다가 분할로 돈이 나가니까 그렇게 민감하지 않았는데 이걸 한꺼번에 돈주고 샀다!라고 생각하니까 바로 감이 팍 오더라는 생각이 든다. 내 손에 든 물건의 무게가 묵직! 해지더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휴대폰 할부와 보조금이라는건 참 소비개념을 마비시키는 것 같다. 뭐 결국 휴대폰 할부도 조그마한 할부금융, 바꿔 말해 대출, 노골적으로 말해 빚 아니던가.

뭐 매년 질러대는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아, 이거 생각보다 많은 돈을 쓰는구나. 라고. 느꼈다.


  1. 할인 반환금 때문이다. 예전에는 단말기를 구입하면서 요금을 할인 받은 금액을 돌려 줄 필요 없이 잔여 할부금과 약간의 위약금만 납부하면 됐지만 이젠 할인 받은 금액 전액을 갚아야한다. 언락인 경우에는 애당초 할인 받은 금액이 없으니 단말기 가격만 내면 된다.  ↩

  2. 혹시 색 바꿀수 있냐고 물어보니 11월 말까지 밀린다면서 한번 받아서 써보고 맘에 안들거든 교환하는게 어떻겠냐고 해서.. 관뒀다. 애플에서는 이런 교환 반품도 받아준다.  ↩

  3. Wideband Audio가 안된다. KT 전산엔 기본적으로 외산범용단말로 전산에 인식되어 있는데 이걸 하려면 대리점을 가서 단말명을 아이폰5s로 변경하던가 아니면 114에 전화해서 IMEI를 등록하고 신분증을 카피해 보내던가 해서 단말명을 동등한 절차로 변경 해야한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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