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디스플레이 크기에 관하여

갤럭시S4를 비롯하여 더 많은 안드로이드 기기가 더 커다란 화면을 채택하게 되었고, 더 많은 기기가 Full HD를 채택하게 되었다. 물론 많은 리뷰어들이나 비평가들이 아이폰의 화면의 컬러의 우수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지만(대표적으로 AnandTech이 그러하다), 더 높은 해상도를 가진 기기에는 한 수 접고 들어간다는 평을 듣고 있다(대표적으로 The Verge의 평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제 더 높은 해상도의 기기가 점점 많아지고 더 큰 화면의 기기가 범람하는 것은 애플로서는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듯하다. 마치 9.7인치 태블릿으로 버티던 애플에게 마지 못해 7.9인치 아이패드 미니라는 제품을 내놓게 만들었던 상황과도 비슷하지 않나. 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점차 애플로 하여금 더 커다란 화면의 기기를 내놔야 하는것 아닌가라고 묻기 시작했다.

일단 내 생각으로는 그게 쉽지 않다라는 것이다. 우선 해상도, 2012년에 1136*640으로 바꿨는데 또 바꾸는것은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 그렇다고 화면만 키우는것은 ppi(pixel-per-inch)의 저하를 가져와서 경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해상도의 향상만이 장기적인 답이다. 아이폰의 소프트웨어적인(운영체제 자체와 서드파티 모두 포함해서) 우위에는 예측가능한, 정형화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환경이 큰 역할을 했는데 이러한 ‘파편화’는 좋을 것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질문해봐야 한다. 분해능을 뛰어넘는 해상도를 갖춘(물론 더 또렷하다는건 알겠는데 얼마나 그렇게 들이밀고 휴대폰을 볼텐가?) 큰 화면을 가진 스마트폰과 기존 에코시스템의 파편화 둘 중 어떤것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가? 안드로이드의 그것은 사실 따지고 보면 스펙 인플레로 인한 산물 아닌가?

헌데 2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팀 쿡의 발언이 인상적이다. (John Paczkowski의 All Things D 기사)

“We always strive to create the very best display for our customers,” Cook said. “Some customers value large screen size. But others value factors like resolution, color quality, white balance, brightness, reflectivity, screen longevity, power consumption, portability, compatibility, apps and many things. Our competitors have made some significant trade-offs in many of these areas in order to ship a larger display. We would not ship a larger display iPhone while these trade-offs exist.”

아이패드미니 얘기를 했는데 아이패드 미니는 시장에서 주류를 이루는 7인치가 아니라 7.9인치, 즉 8인치 제품이었다. 거기에 4:3 비율이기 때문에 16:9 비율인 타 제품에 비하면 면적은 훨씬 넓다. 애플은 그냥 아이패드의 경험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이즈라고 주장했다. 아이폰5의 디스플레이 사이즈에 있어서도 어쩌면 비슷한 논리인 셈이다. 이미 AnandTech등이 아이폰의 디스플레이 품질을 증명해주었고, 정형화된 해상도와 사이즈가 앱의 디자인 캔버스에 있어서 훨씬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비슷한 기능을 하는 앱을 보더라도 아이폰 앱들의 디자인이 대체적으로 미려하고 거의 대부분 더 부드럽게 작동한다. 작은 화면이 전원을 배터리를 적게 차지하는 것은 말할 나위없고, LCD가 AMOLED 디스플레이보다 태양광 밑에서 유리한 것 또한 사실이다. 번 인 효과를 비롯한 수명 문제는 나 또한 겪어온 유명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미 4인치 중반대 보다 큰 스마트폰은 많이 나와 있었다. 아이폰은 한동안 스마트폰을 한손으로 편안하게 조작할 수 있는 최적의 사이즈라는 이유로 3.5"의 3:2 비율을 고집했고 겨우 바꾼게 지금의 모습이다. 크기와 휴대성에 관해서도 당장은 어떨런지 모르겠다. 월트 모스버그의 갤럭시 S4 리뷰의 일부를 발췌한다.

The new Galaxy boasts a giant 5-inch screen, a bit bigger than the 4.8-inch display on its predecessor, but its mostly plastic body is thinner and lighter. It may stretch some small pockets and purses, and look funny when held to your ear, but it doesn’t feel like a brick.

그의 아이폰5 리뷰에서의 그의 언급과 비교하면 대조적으로 비교된다.

In my view, Apple’s approach makes the phone far more comfortable to use, especially one-handed. It’s easier to carry in a pocket or purse and more natural-looking when held up to your face for a call.

팀 쿡의 휴대성 언급은 다분히 갤럭시S4를 의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는 당분간 바꿀것 같지 않고 크게 바꿀 이유도 없어 보인다(아마 그래야 한다면 좋은 핑계거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위의 All Things D 기사는 재미있는 언급을 한다. 그 유명한 스티브 잡스의 ‘우리는 쓰레기를 팔지 않습니다(“We just can’t ship junk.”)’ 라는 언급이다.

단순히 위에 열거한 하드웨어 적인 요소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인 요소가 갖춰져야 애플 제품의 완성이다. 애플은 엔드 투 엔드 컨트롤(End to End Control)을 신조로 삼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손에 쥐는 하드웨어서부터 그 속의 소프트웨어 경험의 완성도를 컨트롤 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무책임하게 해상도나 화면사이즈를 벌려놓을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Tim Cook의 언급과 John Paczkowski의 기사의 결론에 나름 신빙성 있다고 내 나름대로 생각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아이폰 4S 때의 경험 때문이다. 다른 업체들, 특히 최대 경쟁자인 삼성이 LTE를 채택한 전화기를 내놓고 있는데 HSPA도 ‘4G’라면서 말장난과 같은 수사를 쓰며 4S를 판매한 것이다. 당시에 왜 LTE가 안들어갔냐고 성화였다. 당시 스티브 잡스가 막 서거하고 정신이 없고 막 수습을 하는 와중에 그는 간단하게 LTE는 시기상조였다라고 잘라 말해버렸다. 이유는 알려지기로는 칩셋이라던가 그런것들이 아직 준비가 덜된것 아니냐 라는 카더라만 있었다. 뭐 여러분들이 아시다시피 당시 주종을 이루던 원칩 방식의 SoC 모뎀칩은 형편없는 전력효율을 자랑했다. 그리고 5에 와서는 배터리 성능은 액정이 커지고 얇아졌음에도 불구하고 4S의 그것보다 훨씬 향상되었을 뿐 아니라 당시 경쟁 스마트폰을 훨씬 앞섬으로써 ‘쓰레기를 내놓지 않는다’를 달성했다. 될런지 안될런지, 만약에 언젠가 5"가 될지 모르겠으나, 그것은 모든것이 갖춰지고 나서 ‘준비가 되었을때’가 될 것이다.

사실 뭐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겠다. 애플 제품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는 것 만큼 덧없는 짓이 없는 것 같다. 굳이 말하자면 아주 당분간은 지금 이 사이즈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로로 길어진 해상도 덕택에 더 많은 정보가 들어올 수 있고. 더 많은 메일을 볼 수 있고 더 많은 트윗을 한 번에 볼 수 있고 자판이 글을 가리지 않고 본문을 칠 수 있게 되었다. 반대의 여지가 없다. 괜히 2013년에 J.D. Power 9년 연속 만족 1위를 한게 아니다. 어찌됐던 정들고 보니 퍽 나쁘지 않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