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사진사의 추억

사진에 취미가 떨어졌다. 몇 만 컷이나 찍어서 수십기가나 되는 사진을 이고 지고 다니는데 사진에 취미가 떨어졌다. 카메라와 렌즈에 수 백만원을 들였는데 사진에 취미가 떨어졌다. 다른게 아니다. 피사체에 관한 것이다. 나는 사람을 찍는 사람이다. 풍경을 찍는데는 능력이 없다. 사진을 많이 찍던 시절에도 풍경이나 정물을 찍는데도 재주가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사진을 같이 찍던 동기가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나한테 자극을 받아서 사진을 시작한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그 녀석이 이제는 사진을 더 잘찍는 것 같은데 그 친구가 예나 지금이나 나 보다 풍경을 훨씬 더 잘 찍고 나는 인물을 훨씬 잘 찍는다. 내가 찍은 그 친구의 사진은 그 친구가 스스로 인정하기를 인생의 한 장면을 장식하는 기록이라고 할 정도 였다. 나는 그것을 최고의 칭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내 수 만장의 사진의 대부분은 인물 사진이다. 친구들의 사진들, 가족들의 사진들인데…

가족들과 떨어지게 되고 친구들과 떨어지게 되면서 피사체가 되는 사람들과 접하는 기회가 줄어들었다. 처음에는 집앞 놀이터의 어린이들을 하기도 했지만 요즈음에는 그것도 좀 조심스러워졌다. 물론 나는 동네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고 크게 위험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확신하고 애들도 잘 따르지만 그래도 최근 잇따르는 강력범죄 때문에 음…

글쎄, 아무튼 그런 까닭에 그것도 관두기로 했다. 몸이 좋지 않으니 여행을 가는 것도 여의치가 않다. 아아. 인물이 없는 인물 사진가… 그래서 가끔 친구가 놀러오면 열심히 찍곤 했었는데 한 친구도 요근래 바쁘거나 한 친구는 유학을 갔고. 날개가 부러진 새를 이런 꼴을 두고 말하는가. 슬픈 일이다.

언젠가 사진기를 들고 여행을 떠나보고 싶기도 하다. 몸이 좀 나아지거든. 좀 더 멀리 떠나서. 어쩌면 사람 말고 다른 주제를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싶기도 하다. 그때까지는 예전 사진속의 웃는 친구들의 얼굴 속의 노스탤지어에 취해 있을 뿐이다. 그 친구들은 뭐하며 지내고 있을까.